어느 날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의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면? 생면부지의 사람은 아니지만 유산을 받으리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서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을 상속자로 지정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 재산으로 인해 그는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된다), 앞으로 남은 일생 동안 돈에 쪼들리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유산을 남겨 준 이에게 무한한 감사를 하게 되리라.
그런데 그 유산이 형제 중 유독 나, 혹은 내가 아닌 다른
형제 단 한 사람에게만 남겨 진 것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받지 못한 이는 아무리 형제라 할지라도 알게 모르게 질투가 날 것이며
유산을 받은 형제의 그 ‘행운’을 몹시도 부러워하지 않을까?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선택 받지 못한 사실에 대해 질투든 괴로움이든
부러움이든 자학이든 어떤 형태로의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삐에르와 장>의 형제 ‘삐에르’와
‘장’이 바로 그렇다. 다섯 살 차이인 두 형제는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경쟁관계에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의식적으로도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동생 ‘장’에게 어릴 때부터 비교당해 온 첫째 ‘삐에르’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하필이면 첫째인 자기를 제치고 동생 ‘장’이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 재산때문에 두
형제가 동시에 마음에 두었던 여인이 ‘장’에게 급속도로 마음을 열게 된다.
‘대체 왜, 첫째인 나를 제치고 둘째인
‘장’에게 유산이 물려진 것일까? 아버지의 친구였던 ‘마레샬’을 기억해보면 어릴 때 ‘삐에르’ 자기 자신을 무척이나 아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삐에르는 점차 동생의 행운을 부러워하다, 질투, 시기의 단계를 거쳐 점점 망상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대체,
왜…. 내가 아닌 ‘장’인가? 이 유산 상속에는 필시 아무도 모르는 뭔가, 엄청난 비밀이 있을 것이다!
기 드
모파상의 <삐에르와 장>은 두 형제 중 한 사람에게 우연히 막대한 유산이 상속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굉장히 탄탄한 구도
속에서 갈등을 겪는 인간의 마음을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돈을 갖게 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심리는 물론 두 형제 사이의
갈등. 그뿐만 아니라 이들이 속한 가족과 주변 인물(그래 봤자 몇 안 되는)의 심리가 탁월하게 그려진다.
작품은
그리 길지 않지만 전체 9장으로 이루어진 분량 속에 '평온한 가정->어느날 유산이 증여 됨 -> 형제간의 미묘한 갈등
-> 형 삐에르의 내적 갈등 -> 유산이 장에게 주어진 이유가 밝혀 짐 -> 삐에르와 장의 갈등 증폭 ->
장의 갈등 -> 갈등의 타협 혹은 미진한 해소'의 구조로 빠르게 전개된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왜 동생 ‘장’에게 유산이
주어졌는지 이 글만 보고도 알 수 있으리라. 그렇다하더라도 이 두 형제 및 가족들의 심리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