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16,000개의 도서관 1,500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개정판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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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 : Leaving Microsoft to Change the World>를 읽고 그의 희망과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세계 오지에 16,000개의 도서관 1,500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과 학교를 지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Leaving Microsoft to Change the World’라는 원제에서 보여지 듯 존 우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잘나가는 임원이었다. 연봉도 빵빵하고, 호주 시드니를 거쳐 중국지사의 넘버 2이자 그의 앞날은 더욱 창창했다. 하지만 언제나 시간에 쫓겨 쉴 틈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결단을 내리고 네팔로 휴가를 떠난다. 그 휴가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네팔에서 그는 우연히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그나마 시설이 나은 학교라는데 도서관에 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캐비닛에 꼭꼭 숨겨진 책을 들춰보니 히말라야에 왔다간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소설책이 전부였다. 어린이들에게는 부적절한 책뿐. 학교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책을 좀 가져다주면 좋겠다.’라고 간곡한 부탁을 하고 그는 몇 달 뒤에 반드시 책을 갖고 오겠다며 약속을 한다. 물론 그의 이런 약속에 회의적인 선생님들도 많았다. '그런 약속을 하고 간 사람들은 한 둘이 아니'라며.

그는 약속을 지키고자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써서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의 집 차고가 꽉 찰 정도로 책이 곳곳에서 배달됐다. 그의 아버지는 후원금까지 내놓는다. 이렇게 해서 그는 그 이듬해 그 학교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 책을 보고 기뻐 날뛰는 네팔 어린이들을 보며 그는 남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다르게 설정한다. ‘이게 바로 나의 갈 길이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고, 마이너스로 치닫는 통장잔고를 바라보는 삶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가치관이 다른 여자 친구와도 헤어져야만 했다. 여자 친구는 그의 그런 삶을 지지해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에게 그나마 힘이 되어준 것은 부모님 정도. 이렇게 해서 1999년 네팔에서 시작한 도서관과 학교를 짓는 일은 급속도로 성장해갔다. 2001년은 베트남, 2003년은 인도, 그 뒤 라오스, 스리랑카 등 개발도상국에 4천여 개 이상의 룸투리드(Room to Read) 학교와 도서관, 컴퓨터 교실을 세웠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척 놀라웠다. 그는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할 것을 알고 인적 네트워크와 온라인 네트워크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배운 실무 경험도 후원금을 모으고 자원봉사자를 구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주먹구구식으로 무기력하게 그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게 아니었다. 열정에 찬 자원봉사자를 뽑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지사를 설립하고 후원금을 모금했다. 그의 이런 방식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NGO 단체들도 참고할 만하다.

책을 좋아하고, 책이 주는 좋은 영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린이들에게 당장 먹을 빵 한 조각이 아닌 왜! 하필이면 책을 전해주려고 그토록 노력했는지 공감할 것이다. 특히 그는 소녀들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애를 썼다. 장학금도 소녀들 위주로 준다. 이유는 이렇다. “당신이 한 소년을 교육하면 이는 어린이 한 명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소녀에게 공부할 기회를 준다면 그녀는 가족 전체의 다음 세대까지 교육을 전달할 것이다.” (존 우드, ‘히말라야 도서관’)

물론 어려움도 겪는다. 스리랑카에 쓰나미가 덮쳐 세웠던 학교와 도서관이 맥없이 사라져버렸다. 9. 11 테러로 후원금을 모으는 일에도 차질이 생기리라 생각했다. 후원금을 모금하는 자리에서 이른바 많이 배웠다는, 그러나 한없이 냉소적인 사람들에게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레종 데르뜨(존재의 이유)’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보다 건강하게 살고 다음 세대에 지식을 전달하도록 말이지요.”라며 그 모든 어려움을 희망과 열정으로 극복한다. 한 사람의 열정과 끝없는 희망, 낙관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이 책은 증명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기분 좋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은 ‘변화된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계속 보여준다는 점이다. 보통 후원금을 모금하고 자원봉사자를 찾는 일을 한다면 우리는 세계의 비참한 장면을 고발하는 식으로 접근한다(가난에 찌들어 울고 있는 아이, 학대받는 아이의 사진 등등). 그러나 나는 그런 사진들이 늘 불편했다. 불편해서 피하고만 싶었다. 존 우드는 그렇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가난한 마을이나 에이즈에 걸린 아이에 관한 방송을 보면 마음 아파한다. 파리가 온 몸에 붙어 있는 어린이나 먼지 속에 누워있는 굶주린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기금을 모으는 데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방송을 볼 때마다 나 역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후원금을 조성할 때 가난을 이용하는 것은 되도록 피한다. 이런 영상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죄책감을 마케팅도구로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후원자들은 희망을 보고 싶어 한다. 나는 가난에 찌든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졸업장을 받은 화사한 어린이들의 모습, 언청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활짝 웃는 소녀, 새로운 우물을 이용하게 된 농부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나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새로 연 도서관을 본, 장학금을 받은 소녀들을 소개하는 기쁨의 눈물이고 싶다.’


실제로 이 책은 행복한 표정의 아이들로 가득하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이 정말로 조금씩 달라지겠구나, 하고 나도 행복해진다. 게다가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사는 삶이 정말로 행복한 삶인지 조용히 깨닫게 된다.


“우리가 물질적인 부자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문제는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 어떤 경우는 운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내가 물질적으로 부유해졌다는 것이 훌륭한 사람이 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문제는 그걸로 무엇을 하는가이다….”





예를 들면 이런 사진 말이다. 왠지 당신도 그 희망에 동참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출처 : Room to Read Annual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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