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
댄 쾨펠 지음, 김세진 옮김 / 이마고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댄 쾨펠의 <바나나 –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을 읽었다. 이 책은 바나나의 모든 것(?)을 망라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아담과 이브가 처음 따 먹은 열매가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일 수도 있다는 놀라운(?) 주장부터 시작해 바나나가 어떻게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오는지, 그런 과정이 이뤄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특히 중남미 국가에 대한 착취가 이루어졌는지 등등 바나나의, 바나나에 의한 세계 역사의 기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바나나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고(난 바나나는 다 ‘노란색’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빨간 바나나도 존재한다! 바나나의 종류가 기껏 몇 종류겠지 했는데 수백 가지도 넘는다! 그 중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가장 맛없는 종류인 ‘캐번디시’라는 것, 인도에 가면 정말 맛있는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등등), 바나나를 둘러싼 돌이나 치키타 같은 다국적 기업의 횡포와 그로 인한 중남미 국가의 고된 역사 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후반으로 갈수록 산으로 올라간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인 댄 쾨펠을 비롯하여 바나나를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하는 바나나 연구 학자들은 바나나가 이대로 가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그 대안으로 유전공학을 통해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강한 바나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나나는 씨가 없기에 혼자 번식하지 못한다. 때문에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만 번식할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유전적으로 모두 동일한 복제품과 다를 바가 없다.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소리는 곧 바나나가 병에 무척 취약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나나는 싱카토카병 및 파나마병으로 하루아침에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우리가 현재 먹는 캐번디시 전에는 그로미셸이라는 품종이 인기였다. 이 바나나는 캐번디시보다 훨씬 맛있었다고 하는데, 1960년대 파나마병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고, 그 뒤 파나마병에 더욱 강하게 개량되어 나온 품종이 현재 주로 소비되고 있는 캐번디시다). 그러나 캐번디시 역시 파나마병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바나나는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고 영양도 풍부한 좋은 과일이다. 때문에 중남미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가난한 나라의 주요 식량 공급원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런 식품이 파나마병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저자는 때문에 이 가난한 나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GM 바나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GM 바나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나나 연구학자들의 논리도 바로 이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전자조작 농작물들이 처음에는 이런 선의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결국 다국적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중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라카의 땅은 더욱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바나나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알겠다. 바나나가 가난한 나라의 주요 식량공급원이라는 것도 알겠다. 병에 약한 것도 알겠다. 그래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는 것도 알겠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유전자조작 바나나를 만들어야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 순진하지 않나?  아프리카와 중남미, 동남아시아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기 보다는 치키타나 돌 같은 바나나 기업들이 GM 바나나를 유럽이나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그들의 배만 더 부르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물론 영국 국민의 82%는 GM 바나나가 나올 경우 결코 사먹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유전자조작 식품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소리인가?). 그 긴 세월을 버텨온 이 노란 과일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바나나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GM 바나나만이 최선의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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