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 어느 노비 가계 2백년의 기록
권내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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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이후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권내현 교수님의 책이다. 교수님의 '첫 단독 대중 교양서'라고 한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호적대장 일부를 바탕으로 양반이 되기를 꿈꿨던 노비 김수봉 가계의 이력을 기록한 책이다.

경상도 단성 지역의 양반 심정량의 사노비였던 김수봉. 그와 그의 자식, 손자, 증손자들의 호적을 추적하면서 호적에 나타난 역, 본관, 성씨 등의 변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신분 상승을 실현해갔는지 보여주고 있다.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역사교육론에서 얘기하는 '역사가 되어 보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저자의 연구방법, 과정, 고민의 흔적들이 있는 그대로 담겨져 있다.

호적을 직접 접하면서 호적에 담긴 의미와 거기에 반영된 인간의 의도, 의지 등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이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그동안 조선 후기 양반의 증가와 노비의 감소를 말로만 열심히 설명하려고 했으니, 나나 배우는 학생들이나 얼마나 무미건조 재미가 없었을까.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단에는 김수봉 일가의 끈질기고 지난한 신분상승에의 노력이 오늘날 제2, 제3의 김수봉들에 의해 여전히 진행중되고 있는 사실을 안타까워 하는 저자의 마음이 잘 나타나있는 것 같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평등하다는 선언은 기회의 균등을 의미할뿐 출생과 동시에 획득된 조건의 불평등을 염두에 둔 말은 아니다. 수봉가가 여러 세대에 걸쳐 좁혀 나간 심정량가와의 간극은 근래 들어 기회의 균등에도 불구하고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장으로 가는 사다리에 밀려난 이들은 수봉가처럼 또다시 기회를 엿보며 장기간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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