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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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동화 느낌의 소설이다.

왠지 이런 작품은 작가의 초기작일 것만 같은데 가장 최근작이다.

읽은 책 중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또 심지어 <강남몽> 까지도 어떤 특정 시기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축으로 두고 그에 얽힌 군상들의 삶을 이야기하거나 혹은 날카롭게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책 <낯익은 세상>은 그렇지 않다.

잔잔하고 은은하면서 등장 인물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짙게 묻어나는 책이다.

그렇다고 작가의 문제의식이 무뎌졌다거나, 뭐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아래는 소설이 끝나는 부분이다.

아, 다행이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딱부리는 이제 알고 있었다. 수많은 도시의 변두리에서 중심가까지의 집과 건물과 자동차 들과 강변도로와 철교와 조명 불빛과 귀청을 찢는 듯한 소음과 주정꾼이 토해낸 오물과 쓰레기장과 버려진 물건들과 먼지와 연기와 썩는 냄새는 모든 독극물에 이르기까지, 이런 엄청난 것들을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사람 모두가 지어냈다는 것을. 하지만 또한 언제나 그랬듯이 들판의 타버린 잿더미를 뚫고 온갖 꽃들이 솟아나 바람에 한들거리고, 그을린 나뭇가지 위의 여린 새잎도 짙푸른 억새의 새싹도 다시 돋아나게 될 것이다. (228)

모든 존재와 현상들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화엄사상 처럼 빈부 격차와 불평등의 문제 역시 어쩔 수 없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 문제를 풀 열쇠 역시 인간들이 쥐고있다는 당연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좀 어색하다. 저 문장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갑자기 새싹에 빗대어 희망을 얘기하는 것이 왠지 소설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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