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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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선택지가 몇개 인지, 선택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동일하거나 혹은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없이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해도(어쩌면, 빠르게 내린 결정일수록) 과거의 내 체험이나 나의 행동패턴, 습관 같은 것들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그래서 순간에 내린 선택일수록 그 사람의 진심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주위에 정말 착하고 선행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손과 발이 먼저 움직인다. 나는 그렇게 되려면 멀었다.;

따라서 어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그 사람의 생을 치명적인 파국으로 몰고 갔을 지라도 동일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때 그는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주인공 최현수 역시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사고 직후 소녀를 호수에 던지지만 않았더라면'이라는 후회와 가정은 불필요하다.

 

 

책상 앞으로 돌아와 앉았다. 보이지 않는 저 창밖에 무엇이 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손이었다. 내 삶을 흔들어온 오영제의 손. 나는그의 손가락에 낀 요요였다. 던졌다가 당기고 말아 쥐었다가 멀리 날려 보내면서 그는 7년을 기다린 것이다. 내가 어딘가에 정착하는 걸 막는 게 첫 번째 목적이었겠지. 떠돌이로 만들어야 영원히 사라져도 궁금해할 사람이 없을 테니까. 덤으로 사소한 보복행위라는 즐거움도 누리고. 자기 딸을 죽인 자의 아들을 맘 편히 살게 놔두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설령, 때가 오면 자기 손으로 거둘 놈이라 할지라도. 나는 죽어라, 도망쳤으나 실은 한 번도 그를 벗어난 적이 없는 셈이다.(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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