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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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바꾼 직후였으니까, 정확히 일 년전쯤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 어플을 설치했다. 어쩌다가 엄지손가락이 어플 이미지를 스쳐서 작동이라도 될 때면 재빨리 취소버튼을 눌러 종료시키기를 여러 번. 운전하면서 들어야지, 자기 전에 누워서 들어야지.. 그랬던 결심은 최신곡 무한 반복 듣기, 자기 전까지 TV보기 등에 밀려 결국 일 년이 되도록 한 회분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자칭 서른 기념 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최근 집중할 뭔가를 다시 찾게 되면서 서서히 예전의 싸이클을 되찾아 가는 것 같다. 집중할 뭔가는 바로 책. 그래서 얼마 전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지금까지 첫 회분 딱 하나 봤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동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가끔 주말에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고(그때마다 빨간색 안경테가 눈에 띄긴 했다. 이 책 <밤은 책이다>를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빨간색 안경테 하나가 저자에게는 일탈이자 모험이었다고.) 친구가 가끔 영화 얘기를 해주면서 언급하는 걸 들어본 적 있다는 게 전부였다.

 

암튼 딱 한번 들은 팟캐스트 때문에 이동진씨의 팬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 이렇게 위로받는 느낌을 갖게 해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팟캐스트를 들었던 그날 서점에서 바로 이 책을 구입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을 산 건 정말 오랜만이다.

 

당분간 집착할 무언가가 생겨서 안심이 된다. 벗어나고 싶다. 서른 살 앓이.

 

p77. 두 가지 중 하나를 취해야 하는 사람과 열 가지 중 하나를 골라도 되는 사람에게 선택이 의미하는 바는 완전히 다릅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반드시 결정해야 하는 사람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는 동시에 때에 따라서는 굳이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선택의 자유를 똑같이 누리고 있다고 할 수도 없겠지요. 바람직한 사회라면 선택의 폭이 좁은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p120. 상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기되기 마련인 기억의 존재 형식은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일 겁니다. 그렇게 기억은 무시로 우리를 급습하고, 일상의 사소한 접점에서 예기치 않게 격발당한 우리는 추억 속으로 침잠됩니다. 그렇기에 추억은 두렵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죠.

 

p134. 프랙털은 작은 나뭇가지가 나무 전체의 모습과 흡사한 것처럼, 부분이 전체와 같은 모양을 하면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기하학적 구조를 뜻하는 말이지요. 삶 전체와 그 삶을 구성하는 나날들의 관계는 말하자면 프랙털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삶의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삶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고 할까요. .. 오늘이 비록 먼 여정위의 작은 점 하나 같은 짧은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그 하루만의 행복과 보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까요. 미래는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목표라는 것은 변할 수도 있으며, 결국 하루하루가 없는 삶 전체란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p.286. 정말로 중요한 것은 가치의 순도나 강도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가치들 사이의 균형과 평화로운 공존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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