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길이 되는 곳, 산티아고 - 비움과 채움의 순례 여정
아더 폴 보어스 지음, 유지훈 옮김 / 살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두어달 전쯤 1/3쯤 읽다가 던져둔 책이다. 심지어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것도, 내가 읽다 말았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서점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여행집과 에세이를 찾아보기도 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재미를 못 느껴서 던져두기까지 했던 책을 다시 찾아 읽게 된 이유는 바로 직전에 읽었던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때문이다. 순례를 떠났던 경험이 파울로 코엘료에게 삶에 대한 통찰과 영감을 주었듯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너. 무. 나 그곳에 있고 싶었다. 가고 싶었다.

 

꼬박 한 달. 800km를 온전히 내 두 발과 다리에 의존해 걸어야 하는 길고 험난한 여정. 12세기 중세인들은 목숨 걸고 유럽의 절반을 맨발로 횡단하기도 했다. 천 년 전에 이미 그곳을 다녀갔을 수백 만 순례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곳.

 

돈을 모아야겠고, 일단 영어를 좀 배워야 겠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3대 순례지로 꼽히는 이유는 성 야고보가 순교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 야고보는 순교한 최최의 사도이자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스페인 민족주의가 그를 악용하여 무어인으로부터 나라의 통치권을 되찾기 위해 싸우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후대에는 십자군의 마스코트가 되었다고 한다. 독실한 신자들이 봤을땐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남들은 걱정하지 않을 법한 일에도 노심초사 할때가 많았고, 혹시 불행이 찾아올까봐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바닥날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추구하려고 발버둥쳐 왔다. 안위와 성공을 위해 지금껏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카미노는 그런 직관과는 사뭇 다른 길로 나를 인도한다.

 

-카미노는 '마음에 드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라도 좋아하라'고 말한다.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느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이사야. 52장 7절)

(성경에서 '발'과 '걷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천국으로 향하는 모든 길이 천국이다."

 

-성지는 우리 주변의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안목으로 세상을 보다보면 일상의 삶 가운데서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순례란 어떤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다. 대사건이 벌어졌다하면 순례자는 목격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증거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는 남들이 겪었던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도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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