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문장으로는 나폴레옹이 남겼다는 "중국인이들이 각성하면 세계가 달라질 것이다"는 말, 그리고 에피소드로는 마지막이 가장 인상적이다. 종합병원 의료납품 프로젝트를 독일에게 빼앗긴 이토 히데오의 회사. 눈 앞에서 거액의 프로젝트가 날아간 이유를 알고보니 그 중 하나가 '남경대학살' 때문이었다는 것. 1권은 이렇게 이토 히데오와 도요토미 아라키가 일본 정치인들을 원망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생각해보니 등장인물 일본인 두명의 이름이 공교롭게 철천지 원수 이토 히로부미,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앞부분이 같다. 작가의 의도된 설정인가?)
기대했던 만큼의 역작은 아닌 것 같다. 1권이라 여러가지 에피소드의 시작 부분만 나열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왠지 산만하고, 숨이 가쁘고, 찜찜한 느낌이 든다. 산만하고 숨이 가쁜 건 이러저러 에피소드의 나열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설이 전체적으로 짧은 시간에 이뤄진 중국의 경제성장을 조명하고 있다보니 스토리와 구성 자체가 얽혀서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고 찜찜한 기분은.. 역시 돈이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속물 근성이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과 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인맥, 중국말로 '꽌시' 뿐이다. 물론 꽌시 역시 궁극적으로 돈과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소설이 결론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바가 무얼지, 그게 궁금해서라도 마저 읽긴 읽어야겠다. 중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왠지 한국인과 일본인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뭘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