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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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의 책은 처음이다. 재밌다는 얘기, 80년 광주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 등을 들었던지라 기대가 많이 됐다. 화양이라고 하는 가상의 도시에서 전염병에 맞서 인간과 짐승이 벌이는 사투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언뜻 공상과학소설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닥치지 않을 비현실적인 일이라 치부해버리고 읽기엔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광우병, 사스 등으로 소나 닭, 돼지 같은 짐승들이 살처분 됐던 적이 있고 올여름에는 살인진드기라는 게 출몰해 아주 살짝이지만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이런 전염병이 내 주변에서 파급된다면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소설 속 가상 도시 화양처럼 봉쇄, 고립되었다가 결국엔 사라지게 되는 걸까? 소설에서 화양 시민들은 탈출을 시도하다 군인들에 의해 학살되기도 했다. 그런 일이 충분히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소설의 내용이 너무나 소름끼치고 무섭게 느껴졌다.

 생명을 위협받는다고 느낄때 나는 화양에 갇히 시민이 될 수도, 그들을 봉쇄시키는 군인이 될 수도, 화양의 공중분해를 주장하는 화양밖 시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살기 위해 못할 짓이 없는 존재인 것 같다. 갑자기 이 세상이 자연상태인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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