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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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찾으러 갔다가 같은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을 같이 빌리게 됐다. 책 커버 뒷장에 '성경,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전 세계 독자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 적혀 있는데, 난 이 책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성경 다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자, 톨스토이가 '19세기 최고의 문호로 존경'한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이자 또 프랑스혁명의 광기를 그린 역사소설이라니까 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부분은 좀 재미없었다. 프랑스혁명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즉 앙시앙레짐의 고통 속에서 프랑스 민중들이 어떤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는 이미 다른 활자로, 최근의 영화 '레미제라블'을 통해서도 접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책의 분량이 장장 600페이지에 달해 이걸 다 읽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대전에서 만난 김보영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봤는데 재밌었다는 얘기를 해 인내심을 발휘해 주말 내내 기숙사에 틀어박혀 읽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1789년 시점의 이야기는 소설 중반부터 시작이 된다. 그때부터 좀 재밌어졌다. 바로 이 시점부터 혁명이 어떤 대의나, 묵직한 역사적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지배계급을 향해 총, 칼을 겨눌 수밖에 없었던 개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져서 흥미로웠다.

 

그런데 대충 빨리 읽어서 그런가, 책의 제목이 왜 '두 도시 이야기'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물론 루시와 찰스 다네이가 한때 런던에서 살다가 파리로 가게 되면서 말그대로 '두 도시 이야기'가 좀 대조적으로 서술된 부분이 있기도 한데 그게 이 소설에서 그렇게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좀 의문이다. 뮤지컬에서는 이 부분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궁금하네.

 

귀족 가문의 찰스 다네이, 그 가문의 추악함을 우연히 알게 됐고 그로인해 바스티유 감옥에서18년 동안 갇혀 지내야 했던  마네트 박사, 이런 사실을 모르고 찰스 다네이와 결혼한 박사의 딸 루시, 그리고 찰스 다네이 가문에 의해 가족을 잃은 농노 드파르주 부인, 루시를 사랑했고 그녀의 가정을지켜주기 위해 찰스 다네이를 대신해 기요틴 행을 자처했던 카턴.

 

아무래도 소설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드파르주 부인인 것 같다. 그녀의 원한이 결국 지배층에 대한 분노로 확대되고 복수를 위한 계획과 실천이 프랑스혁명의 일부를 장식하게 된다. 이런 개개인들의 스토리가 하나의 물방물이 되어 결국은 프랑스혁명이라는 큰 파도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소설의 마지막 시점은 1794년이다. 1분 마다 한명씩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해야했던 공포정치의 잔혹한 측면이 소설 속에 잘 나타나는데, 이런 잔인함이 순수하게 '자유, 평등, 박애'를 위해서도 발휘될 수 있는 것일까. 개인적인 복수심, 원한, 억울함이 없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민중의 분노는 개인의 고통, 불만에 기초한 것이고 그것의 분출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한번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걸까.

 

프랑스 혁명을 새로운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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