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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에 들렀다가 제목을 보고,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과 비슷한 줄거리의 책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 사게 됐다. 느낌은 정확하게 맞았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억압과 고통을 다루고 있다면 코번 애디슨의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은 인도 여성, 그 중에서 인신매매에 의해 거래되는 아동 성노예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인도와 유럽, 미국 곳곳을 취재하며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소설이라고 한다.
한번 손에 쥐니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470페이지 가량 되는 꽤 두꺼운 책인데, 야자감독 시간에 이어 새벽까지 내리 읽은 결과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갑자기 몰아닥친 쓰나미로 인도 코로만델 해안가에 살던 아힐리아, 시타 자매는 가족과 이웃, 집과 터전 전부를 빼앗겼다. 친척 집에 가기 위해 차를 얻어 탔는데, 그 트럭 기사는 자매를 친척이 살고 있는 동네가 아닌,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에게 데려가 자매를 팔아 넘겼다. 그로부터 자매의 삶은 송두리째 어긋나기 시작했고 조직적 인신매매의 구렁텅이 속에 휘말려 들어갔다. 언니 아힐리아는 하루에 몇번씩이나 남성들을 상대해야 했지만 동생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비참한 하루하루를 버티어 갔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 시타가 새로운 남자에게 매매되어 프랑스로 가게 되면서 자매는 생이별을 하게 됐다.
시타는 인도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게 미국으로 팔려 간다. 시타는 몇차례 탈출을 감행했지만, 포주에게 직접 걸리거나, 보상금을 노린 사람들의 신고로 다시 잡혀가게 된다. 주인공이 시타를 찾아내는 과정은 영화 <추격자>를 보는 것 만큼이나 스릴있고 극적이다.
결국 시타는 언니 아히릴야와 재회하게 된다. 소설 속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지만 자매는 결코 쓰나미가 덥치기 전의 행복했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어린 소녀들이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며 성매매의 공포 속에 떨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끔찍하다..
성매매, 장기매매 같은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범죄에 인간이 내몰리는 이유는 뭘까. 학교에서도 종종 느끼는 거지만, (학생들의) 인간성이 점점 상실되어 가는 것 같다.
어느 부분인지 표시해두지 않아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주인공의 말처럼 포주와 몇몇 관계된 자들을 처벌한다고 해도 남성들이 여성의 성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 한 결코 근절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게다가 성매매를 알선하고 중개하는 자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조직적이었으며 비인간적이었다. 아무 관계 없는 자들마저 그들을 도왔고 심지어 경찰과 판사까지도 그들을 비호했다.
"잠시 후 아할리아는 얇은 매트리스에 누워 천장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몸이 정말 불결하게 느껴졌다. 침대에서 일어나 세면대에서 몸을 씻었다. 변기에 앉은 그녀는 자신의 잔혹한 처지를 깨달았다. 창녀가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라곤, 숨 쉴 수 있는 공기, 배를 채울 음식과 물, 비바람을 피할 지붕,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나누는 정뿐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음을 잘라내야 하리라.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시타를 생각했다. 위층 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생. 그녀는 앞으로 닥쳐올 무서운 일에 맞서 동생을 지키는 요새가 되어 주어야 했다. 절망에 질 수 없었다."(p.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