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김수영을 잘 몰랐다. 김수영을 잘 몰랐으니 강신주도 잘 몰랐던 거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혔듯 이 책은 강신주가 김수영을 위해, 김수영을 떠나보내기 위해 쓴 책이다. 그리고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돌아야하는’ 강신주 저 자신을 위해 쓴 책인 것 같기도 하다.

 

책을 통해 김수영을 알게 된 건 정말 값진 큰 수확이다. 50~60년대를 살았던 ‘나쁜 놈’들은 많이 알았고, 정의를 실천하고자 싸웠던 정치인, 재야인, 종교인, 학생도 조금 알았지만,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은 시인이 있었다는 건 몰랐다.

 

‘김수영’이라는 시인의 대강의 생애와 김수영을 ‘김수영’으로 살게 한 50~60년대의 특수했던 상황들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속된 말로, 김수영의 인생은 6.25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말렸’지만,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 경험이나 아내의 외도가 시인 김수영을 있게 했다. 김수영처럼 불행한 시인이 또 있을까..?

 

김수영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삶을 살아 내고, 그것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랐다. 이런 마음은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시에 잘 담겨있고, 그래서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 시가 김수영을 대표한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한다.. 뭐 이런 걸 떠나서 나는 이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시가 가장 좋다.

...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남과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려고 할 때 찾아오는 두려움과 슬픔을 극복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293)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그런 삶을 희망한다.

 

“시가 난해한 이유는 그것이 추상적이어서가 아니라 구체적이기 때문.. 일반 사람들이 시를 회피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거나 자신만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이라는 말은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처럼 다가왔다.

 

나는 보통 ‘시’의 형식과 내용이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어떤 경우엔 지극히 개인적이라 난해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몰랐던 진심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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