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8 (무선) - 제4부 전쟁과 분단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의 모습이 박산골로 빨려들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한꺼번에 갈겨대는 수많은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그 총소리들은 신원면을 에워싸고 있는 많은 산들과 그 골짜기 골짜기에 부딪쳐 겹겹의 메아리로 울려가고 있었다. 그 요란하게 튀는 총소리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 한쪽에 빙글빙글 맴돌이질 치는 검은 무늬를 새기는 것이 있었다. 그건 수백 마리가 무리진 까마귀떼였다. 까마귀떼가 유유하게 선회하며 차츰차츰 그 높이를 낮추고 있는 곳은 어젯밤에 학살이 자행된 탄량골의 하늘이었다. 184.

 

법이라는 강제 행위로 저런 참상을 빚어대고 있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군인도 아니면서 군인들의 통제 아래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은 어떻게 보상될 것인가. 보상은 차치하고 그 죽음의 명목은 도대체 무엇인가. 전사인가, 자연사인가. 아직 군인이 아니니 전사로 취급할 리가 없다. 그럼 자연사인가? 그렇지도 않다. 그들이 얼어죽고, 굶어죽고, 병들어죽은 것은 아무 대책이 없이 행해진 강압행위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여러 종류로 타살당한 것이고, 정부는 공공연한 살인행위를 저지른 것이었다. 중공군의 개입이 국민방위군을 창설한 이유는 될 수 있어도, 그런 무책임한 살인행위까지 합리화시킬 수 있는 근거는 아니었다. 1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