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1 (무선) - 제1부 한의 모닥불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은 고등학교때 읽었고, <한강>도 비슷한 시기에 읽다가 말았다. <태백산맥>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여태껏 읽기를 미뤄왔었는데, 얼마전 학교에서 급식 먹으면서 선생님들과 책 이야기를 하던 중, <태백산맥>을 박경리의 <토지>와 혼동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ㅠ 다급하게 읽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창피;;;

 

보영이가, 읽다보면 운동권들의 생리(?!)랄까, 여튼 그런것들이 떠오를거라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염상진과 이범우, 안창민 등의 주인공과 내가 알았던 사람들을 자꾸 비교하면서 느끼게 되는 묘한 재미와. 그리움과. 부끄러움.

 

(147) "염상진이 그들 책을 통해서 받은 충격은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었고, 새로운 빛의 출현이었고, 새로운 길의 열림이었다. 가난으로 기죽어 식어 있는 피를 뜨겁게 끓게 했고, 비천으로 주눅 들어 움츠러든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가난도 비천도 함께 면해 보자고 사범학교를 선택한 것이 얼마나 어줍짢고 가소로운 일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마르크스의 이상사회 건설을 위해 볼셰비키 혁명을 실천함에 있어서 그까짓 소학교 선생 자리는 짚신짝 버리기나 마찬가지였다."

 

이부분은, 대학교 1학년 때 학회에 처음 들어 마르크스 철학 세미나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염상진의 미래가 궁금하다.

 

(156) "벌교는 한마디로 일인(日人)들에 의해 구성, 개발된 읍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벌교는 낙안 고을을 떠받치고 있는 낙안벌의 끝에 꼬리처럼 매달려 있던 갯가 빈촌에 불과했다. 그런데 일인들이 전라남도 내륙 지방의 수탈을 목적으로 벌교를 집중 개발시킨 것이었다. ... 목포가 나주평양의 쌀을 실어내는 데 최적의 위치에 있는 항구였다면,벌교는 보성관과 화순군을 포함한 내륙과 직결되는 포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벌교는 고흥반도와 순천, 보성을 잇는 삼거리 역할을 담당한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다. 철교 아래 선착장에는 밀물을 타고 들어온 일인들의 통통배가 득시글거렸고, 상주하는 일인들도 같은 규모의 읍에 비해 훨씬 많았다. 그만큼 왜색이 짙었고, 읍단위에 어울리지 않게 주재소 아닌 경찰서가 세워져 있었다."

 

(161) "사람들이 워째서 공산당 허는지 아시요? 나라에서는 농지개혁헌다고 말대포만 펑펑 쏴질렀지 차일피일 밀치기만 허지, 지주는 지주대로 고런 짓거리 허지, 가난허기 무식헌 것들이 믿고 의지헐 디 웂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먼 지주 다 쳐웂애고 그 전답 노놔준다는디 공산당 안 헐 사람이 워디 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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