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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인지 모르고 샀다. 옮긴이 ‘함규진’도 이름이 왠지 익숙해서 그의 책 한 권 정도는 읽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아, 지금 찾아보니 <역사법정>이 있다. 그리고 얼마전 한겨레 신문, 신간 소개하는 코너에선가.. <선조, 나는 이렇게 본다>라는 책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암튼 받아보니 만화책이고, 사이즈도 다른 책보다 컸다.
조 사코라는 미국인 기자가 이스라엘 점령지인 팔레스타인을 2년 동안 취재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기록한 만화책이다. 보고 들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줄 뿐, 어떤 판단을 하거나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정도의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평화를 원하는 이스라엘인들조차 대부분 시온주의자이고, 그들이 아랍인들보다 강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이 은폐되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 이 지역의 문제가 ‘유대인과 아랍인’ 두 민족 간의 대립 속에서 비롯된 것이고 하지만, 2차 대전 직후에는 영국, 그 후에는 미국의 지배 논리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식민지 시절 일제가 우리에게 가한 것 이상인 것 같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대부분이 짧게 혹은 길게 투옥의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고문당하는 장면들은 계속 서대문 형무소를 떠올리게 했다.
중동 유일의 민주국가라는 이스라엘에서 이렇게 공공연히 인권이 무자비하게 유린되고 있는데도 그것이 문제시 되지 않는 상황.. 아들 여럿과 남편을 잃은 한 여자가 조 사코에게 자신과 가족이 당한 폭력을 털어놓으면서, ‘인터뷰에 응한 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라고 얘기하는 부분에서, 내가 마치 부인 앞에 서있는 조 사코가 된 것처럼 낯이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