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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제전 1 - 개정판 ㅣ 김원일 소설전집 15
김원일 지음 / 강 / 2010년 6월
평점 :
5권까지의 장편 소설이다. 1950년 1월 부터 10월까지의 기록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1권은 1월과 2월의 이야기를 며칠 간격의 날짜별로 기록하고 있다.
이야기는 경남 진영읍 지나리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작농 차구열이 지주 서유하를 살해한 뒤 종적을 감췄고, 지서의 순경들은 행방이 묘연해진 차구열과 무리를 찾기 위해 고심한다.
당시가 농지개혁이 선포된 직후라는 점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데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 책의 제목을 '농지개혁 선포, 그 후...' 정도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인기는 떨어졌겠지만;;
농지개혁이 시행된다는 게 기정사실화되자 미리 토지를 처분하려는 지주들과 평생 고대해왔던 자작농의 꿈을 실현할 기회라고 생각해 무리해서 토지를 구입해 독촉에 시달려야 했던 소작농, 빈농들의 처지가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어린시절에 경험한 것들을 기억해내 증언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막 보이는 것 같다.
이 책 한 권의 내용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한마디 말을 꼽자면...
"뭐가 농지개혁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반봉건적 토지 소유제도의 타파라? 허울 좋은 공염불이지. 숫제 농민을 빼버린 채 지주와 정상배가 합작한 '지주 토지 처분법'이라면 몰라도, 누구 농지를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한다는 거요?" ...
"해방되던 해부터 농지개혁을 한다고 떠들던 게 다섯 해가 지난 아직까지 이 꼴로 끌고 있으니 무슨 농지가 온전케 남았겠어요. 유상몰수 유상분배니, 유상몰수 무상분배니, 무상몰수 유상분배니, 도무지 갈피 잡을 수 없게 정치가와 지주가 의기투합해서 설왕설래하는 사이 소작농들은 지쳐 나자빠지고 지주들은 그새 팔아먹을 땅 다 팔아먹고... 작년 사월 이십이일 이후 매매된 땅은 등기하지 못하게 돼 있다지만 농지위원회와 읍청놈들이 작당해서 매매 일자를 소급하는 데야 누가 이를 따지겠으며, 법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꺼."(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