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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장자는 어떤 가치가 내면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거라면 참된 가치가 아니라고 보았다. 이런 의식은 개인에게 명분, 신념인 것들인데.. 이것들은 어떤 것이 우월한 가치라고 하는 판단의 결과이다. 우월하다고 여겨지면 열등하게 보이는 것을 멸시하게 마련이고..그 순간 대립하는 마음이 생겨난다는 거다.
그래서 장자는, `외부로부터 들어와 자리 잡은 외래적 관념을 깨버리라`(31)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해지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인간이 설정한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참 진리에 이르는 전제 조건이다`라고 했는데.. 벗어버리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는지.. 모르겠다.
또 장자는,
"소인은 재물에 죽고 살며 군자는 명분에 죽고 산다. 추구하는 것은 비록 다르지만 둘 다 자기 본래의 덕성을 망가뜨리는 일이다."라고 했다. 군자뿐만이 아니라 소인 역시 쓰임이 있는 사람으로 보았고 세속적 기준을 넘어서면서도 자연의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상태로의 쓰임을 추구했다.
그렇지만 답답하게도.. 세속적 기준을 초월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있다. 단지 "자리잡은 생각을 없애라", "없애라"하는데..;; 그저 공염불 처럼 느껴질뿐..
또, 쓸모가 없어야 본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부분은, 헛웃음이 날 뿐, 이해가 잘 안된다. 이 부분이다.
"이 나무는 분명 재목감이 아니어서 이처럼 커다랗게 자란 것이야. 아! 성인도 이 나무 같이 쓸모없는 까닭에 성인이 되었구나"(188)
게다가 장자에 따르면, 남의 눈에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그가 무엇인가 훌륭한 모습을 연출했거나 겉으로 보이게끔 한 것이기 때문에 도를 벗어난 것이 된다. 으..참....
결국 머리와 마음 속의 '나라는 것'을 버림으로써 어떤 행위에서도 나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하라는 건데.. 어려워보인다.
유가, 법가 등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도가적 삶을 흉내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치만 왠지 그처럼 되고 싶다ㅠ 하늘 끝에 걸린 잡히지 않는 구름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자꾸 자꾸 보면 좋을 것 같은 몇 마디를 옮겨 적어놓는다.
"상대적인 위치에서 대립을 통해 세상을 보면 영원히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의와 진리를 위한다고 타종교를 공격하거나 남을 죽이는 일은 지금도 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그것이 탐욕을 머릿속에 채우고 악행을 저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금전과 재물은 물질적 이욕이지만 명분과 이상은 정신적 이욕이다."
"사물과 나를 잊으면 사물과 내가 하나가 된다. 그 하나가 된 세계를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사람을 참사람이라 하는가! <장자> 대종사편은 참사람의 정신세계와 그들의 삶의 모습을 묘사했다. 참사람은 사랑이니 정의니 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잘나고 못났다는 세속의 가치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 살기 때문에 세상의 원칙과 예의는 지킨다. 그 모두 마음 속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가져 근심하는 일이 없이 검소하게 먹고 입는다. 사람들과는 겸손하고 화기 넘치게 지내지만 결코 무리를 짓지는 않는다. 언제나 남에게 너그럽고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말없이 깊이있게 처신하면서 마음 속에 감추는 게 없다. .. 참사람은 '오묘한 어둠 속에서 홀로 밝은 빛을 보고 소리 없는 고요 속에서 홀로 조화의 소리를 듣는다.' 자기 내면의 참된 자아와 대화를 하며 그것에 충성하는 일이 진정한 참사람이다." (288)
"마음 속 기품이 태연하고 조용하게 된 사람은 자연 그대로의 빛을 발한다. 빛을 발하는 사람은 인간 본래의 참된 자아로 산다. 남과 하나가 되는 지혜를 갖춘 사람은 마음이 고요하며 남들고 그 마음에 들어와 함께 한다. 그리고 하늘도 그를 돕는다. 이처럼 남과 하나가 된 사람을 하늘의 사람이라고 하며 하늘이 돕는 사람을 하늘의 자식이라고 한다." <장자, 경상초>(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