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2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3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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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적인 지식.. 이랄수도 없는, 파편적 정보!들이 아주 조금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전두환은 신군부 집권의 정당성을 '방미'를 통해 획득하고자 했다. 그래서 김대중을 살려주는 대신 미국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또 방미교섭 진행중에 박정희시절 핵개발을 주도했던 원자력연구소와 한국핵연료개발공단을 통폐합 해버렸다.

책에서는 "미국은 한국이 추진했던 자주국방계획과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전두환정권의 출발을 용인해주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녹화사업은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인간성 파괴행위였다. 강제징집자들은 녹화사업에 따라 방대한 분량의 자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의식화 정도를 측정받았다. 이후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체제를 긍정하도록 하는 '역의식화'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을 사회에 내보낸 후 대학 선후배 등을 만나 학생운동의 동향을 파악하여 보고하도록 강요했다. 동지를 팔아야만, 전향을 인정해주었다.

 

이 편에서의 기억에 남는 사건은 KAL기 실종 사건. 뉴욕에서 김포로 오던 KAL기가 소련영공을 침범해 세시간 가까이 비행하다 소련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사건이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호전적 군사정책을 부르짖던 레이건이었는데, 이 사건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철저히 이용했다. 레이건은 소련이 KAL기가 민간항공기임을 알고 있었고, 미사일 발사 전에 경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임이 판명되었다.

 

전두환이 김일성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었고, 그러던 와중에 미얀마에서의 아웅산 암살 폭발 사건이 발생하여 불신의 골이 깊어져 결국 무산되었다는 것은 몰랐던 사실이다.

 

1984년 '서울대 프락치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유시민이 썼다는 '항소이유소'의 일부다.

"... 빛나는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설레던 열아홉 살의 소년이 7년이 지난 지금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배처럼 비난받게 된 것은 결코 온순한 소년이 포악한 청년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내는' 부정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 모순투성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것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270)

 

여기서 네크라소프의 시구는,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자기 자신을 자기의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로 바꾸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만 슬퍼하고, 노여워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ㅠㅠ

 

1985년 학원안정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운동권 학생들을 영장 없이 체포, 구금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이에 반대해 분신 자살을 시도한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고 하니, 시행되고 나서 무고하게 죽어갔을 수많은 생명을 생각하면 다행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가슴 아픈 일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김근태 고문사건이 다뤄졌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현역 정치인이 되고 나서 전두환과.. 또 당시의 민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을 대면했을때 과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받을때 고통을 느꼈던 모든 세포들이 분노감에 부들부들 떨리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지난달에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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