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숨은 왕 - 문제적 인물 송익필로 읽는 당쟁의 역사
이한우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문제적 인물이며... ‘조선의 숨은 왕’이라는 것은 저자의 주관에 따른 것이라 해서 아무리 낮게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당대에 그의 역할과 권위가 왕을 능가했고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일 텐데, .. 나는 송익필에 대해 아는바가 하나도 없었다.
“각 주의 오탈자처럼 존재하는 그를 역사의 본문 속으로 옮겨 놓자는 차원에서 이 작업을 했다”라는 저자의 말에서 송익필이란 자가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송익필은 재능이 뛰어났지만 서자라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심의겸(이조정랑 자리를 두고 김효원과 대립하는), 이이, 성혼, 정철과 가까지 지내 ‘파주의 5인방’이라 불릴 정도로 늘 정치의 중심에 있었다.
저자는 동서붕당의 역사가 선조 대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선조가 즉위하기 5년 정도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고 본다. 선조초 이준경이라는 자가 당쟁의 조짐을 경고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송익필은 사림의 대가로 꼽혔으며 정치적 감각이 탁월하여 서인세력을 막후에서 조종하는 역할을 했다. 자기를 대신해 이이와 성혼, 정철 등을 관직에 진출시켜 서인의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이와 정철이 관직에서 물러나려고 하면 그것이 개인의 영예로움을 추구하다 대의를 그르치는 것이라 하여 못마땅하게 여기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정철은 그렇다 쳐도 이이마저도 종종 ‘소인배’로 느껴지곤 한다.
암튼 그러다 송익필의 부친 송사련이 일으킨 신사무옥 때문에 가문이 기울게 된 안처겸의 후손들이 송사련 가문에 대한 보복으로 그들이 안씨 가문의 사노비였음을 밝혀냄으로써 사노비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성을 바꾸고 도피생활 하던 송익필이 다시 세를 모아 안씨 가문과 그들이 속해 있는 동인에 대한 정치적으로 보복하기 위해 이용한 것이 정여립의 모반사건이었다.
정여립은 서인이었으나 이이가 죽은 뒤 동인으로 옮겼다가 조정이 다시 서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되자 서인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한 처신에 대해 서인이 정여립을 비판하자 선조는 정여립을 귀향 보냈다. 귀향 간 정여립이 대동계를 조직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여기, 송익필이 정여립의 움직임으로 반역으로 몰아가는 부분이었다. 황해도에서 유배 중이던 송익필 형제는 정여립의 근거지인 전라도 김제로 수많은 사람을 보냈다. 그들로 하여금 정여립에게 새로운 왕조의 개창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게 한 거이다. ‘목자망 전읍흥’이라고 했나... 정여립의 세를 불려주는 동시에 이씨는 망하고 정씨는 흥한다는 설을 퍼뜨린 것이다. 책에서는 이 부분을 “황해도에서 전라도 상공을 향해 연놀이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고 쓰고 있는데 정여립이 제대로 낚였다는 인상을 심어줬다...z
정여립 사건으로 서인이 우위를 점하는 것 같다가 직후 발생한 정철의 건저의 사건으로 다시 위기를 겪게 된다.
송익필은 성혼, 정철, 이이보다 오래 살았다. 그리고 송익필의 학풍은 김장생으로 계승되었고 김장생은 그것을 고스란히 송시열에게 넘겨주었다. 인조반정으로 서인이 삼백년 가까이 권력을 잡게 되고.. 송익필은 영조 때인가 양반 신분을 회복하게 된다.
음.. 송익필이 붕당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적 인물인건 확실한 것 같다. 상대적으로 이이와 이황이 너무 주변적 인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