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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스무 살 연상의 한 남자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
주인공 니나를 사랑하는 슈타인의 일기 및 편지, 그리고 니나와 그녀의 언니 간의 짧은 며칠 동안의 만남... 그때에 주고받았던 대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서로 만나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방의 문지방을 넘어서지 못한 거요."라는 슈타인의 말처럼, 니나와 슈타인은 '삶'을 다바쳐 사랑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한다.
나치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니나는 나치에 저항하다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전쟁이 종식될 때까지 감시받는 삶을 산다. 작가 린저 역시 히틀러 시절 반나치즘 투쟁을 벌이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는데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 중간에 니나가 동급생들과 '안락사'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니나는, 국가와 사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불치병자들을 안락사시킬 수 있다는 동료들의 견해에 거칠게 맞섰다. 그리고 그 길로 학교를 그만둔다. 이렇듯 니나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고, 슈타인을 사랑하는 방식 또한 그러했던 것 같다.
한편, 슈타인은 나치당에 가입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가
"아마 그녀도 내가 시대와 현실에서 도피하고 있다고 비난할지 모른다. 내가 그런가? 정말일까? 도대체 누가 도피하고 있다는 말인가? 쫓겨난 자들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해안으로 달려가는 자들인가. 아니면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아마도 영원히 바래지 않을 것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는 자들인가? "
라고 말하는 부분은, 이런 저런 생각들을 좀 하게 했다.
책이 출간되고 '니나신드롬'이라는 게 생길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니나가 사는 삶의 방식을 동경했다고 한다.
나는 결코 니나의 방식으로 살 수 없을테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한 사람 있긴 하다.
제목이 참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