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탈것 그림책
봉현주 지음 / 계림닷컴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을 책을 고르다보면 아무래도 '아이의 창의성, 감성을 자극하는' , 이왕이면 많은 부모들로부터 찬양받는 '훌륭한' 책들을 고르고 싶어진다. 내가 아직 첫째놈을 임신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아기를 낳기 전) 주로 구입했던, 알라딘 리뷰 별 다섯개 짜리 멋진 그림책들이 그런 책들이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면 그런 멋진 책들만 구입하게 되지는 않는다. 부모의 권장도서 리스트를 완전히 무시하고 지가 좋아 죽겠다는 그런 책들이 있다. 엄마 눈엔 뭐 대단히 교육적으로 보이지 않는...하여간 뭔가 찜찜한. 이 책도 어쩌면 그런 책 가운데 하나라 하겠다.

그러나, 이 책은 울 아들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가장 속시원히 해결해주는 책이다. 울 아들의 기본적인 욕구란 바로 이거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자동차와 함께하고 자동차를 느끼며 자동차를 숨쉬는 것, 자동차와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지는 것. 이 책은 그 희열의 과정 속에 함께 하는 동반자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각장마다 대표적인 탈것들의 실사사진이 큼직하게 박혀있고, 그 옆에는 탈것들과 관련된 문장들 (별로 대단히 신경쓴 것 같지 않은 무심한 문장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누르면 탈것들의 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지는 버튼들이 있다. 그 버튼들을 누르는 순간, 아마도 울 아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다.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자식을 기르다보면 때로는 대단히 멋지지 않은 책들도 사주게 된다. 그래도, 그 책을 보며 아이가 좋아한다면, 찜찜해하던 엄마도 그 책을 사랑하게 된다. <소리나는 탈것 그림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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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jusan 2005-08-2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있다 소리내서 한 바탕 웃었답니다. 공감, 공감, 공감....
재미있는 것과 교육적인 것이 늘 같을 수 없다는, 인생의 교훈 깨달으며 우리 아들도 눈 뜨며 자동차 문지르고, 자기 전에도 삐요삐요 합니다.
 
색깔놀이 마법 그림책 1
크베타 파코브스카 지음, 김서정 옮김 / 베틀북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내가 가장 사랑하게 된 그림책이다. 물론 아들 준연이를 위해 사준 책이지만, 이 책을 보고있노라면 내 기분부터 너무 행복진다. 덕분에 "색깔놀이"는 뱃속의 둘째 아이를 위한 태교책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색깔을 주제로 한 그림책들은 대개 구성이 비슷비슷하다. 다양한 색상의 사물들을 보여주면서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깔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색깔을 처음 익히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그림책들도 필요하다. (우리집에도 그런 형식의 색깔 그림책이 도대체 몇권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색을 구별하는 책들의 다음 단계라고도 할 수 있고, 어쩌면 전혀 차원이 다른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색깔놀이"속에서는 어떤 사물은 빨갛고, 어떤 사물은 파랗고 하는 구분이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그저 색깔들이 지닌 다양한 느낌을 느끼는 그 자체가 의미있다. 색깔들이 저희들끼리 제멋대로 노는꼴을 지켜보면서 그 안의 오묘한 어울림을 느끼는 것...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 속의 색상들은 깔끔하게 떨어진 그림책 특유의 원색들도 아니다. 저마다 다른 채도와 명도의 색상들, 그 녀석들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자유롭기 그지없다.

아들아이도 이 책을 무척 좋아한다. 우선은 제가 좋아하는 개구리가 등장해서 좋아하는 것 같고, 장난감처럼 색깔바퀴를 돌리거나 책속의 작은 문들을 열어볼 수 있어 좋아하는 것 같다. 준연아, 책장이 찢어지도록 마음껏 가지고 놀렴. 그리고, '빨강'  '파랑'  '노랑' 이름 구분해가며 불러줄 필요없이, 온갖 이름모를 제멋대로 색깔들과 실컷 동무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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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gool 2004-04-1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가 있군요. 다른 것도 사셨어요? 아님 색깔놀이만? 유진이 보여 주고 싶네요. 책 좋아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책 갖고 노는 걸 ^^)

Smila 2004-04-1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시험적으로 이 책만 사보았는데 (이 시리즈가 좀 비싸서요^^;;) 다른 시리즈도 차례로 구입할 생각이예요. '갖고 놀기'에 아주 좋은 책이죠~

마냐 2004-04-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이 책에 빠지셨군요. ^^ 정말 매혹적인 책이죠. 비싼게 흠일뿐. 전 '모양놀이'도 샀는데, 것두 좋았어요...짠순이 엄마가 나머지 시리즈 2권은 끝내 못사고 말았죠...

nugool 2004-04-1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꽤 비싸네요. @@ 마침 진형이 책 살게 있어서.. 같이 주문했습니다. 행동 잽싸죠? ^^

Smila 2004-04-1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잽싸시네요^^ 비싸긴 장난아니게 비싸지만 (할인 전 정가는 만팔천원!), 후회하진 않으실 거예요!

ceylontea 2004-04-2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갖고 싶어요... ^^
크헉.. 근데.. 정말 비싸네요..

책읽는나무 2004-04-20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몇달전에 알라딘에서 준 만원짜리 쿠폰이랑 다른 쿠폰들 달달 끍어모아 이책을 구입했었거든요.....정말 책이 아니라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아이는 좋아하더군요...^^....책이 비싸서 안좋아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지금은 제가 지겨워서 도망가고 싶을정도로...하루에도 몇번씩 암생각없이 계속 돌려주고 있죠!!^^...내가 이책 또 들고오면 지겨워서 또 읽을꺼냐고 물으면 아이는 "새까노리~~ 책~~"하면서 나를 야단을 쳐대더군요...ㅡ.ㅡ....암튼...애들은 무척 좋아하는 책이더군요...저도 처음엔 무척 재밌었어요...그래서 저도 모양놀이라는 책을 사고 싶은데.....넘 비싸서리~~~~^^

Smila 2004-04-2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책읽는 나무님 리뷰 참고하고 구입한 책이랍니다^^ 감사드려요! 저도 이번엔 "모양놀이" 사고 싶어요....

nugool 2004-04-2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왔어요. 오우~ 정말 너무 예쁜 책이네요. 그런데 유진이에게는 제가 좀 성급했나봐요. 이것 저것 만지고 싶은데 손조작이 잘 안되니까 신경질만 내고..--;; 저는 행여 책이 찢어 질까봐 (너무 비싸니.. ^^) 벌벌 떨고..몰래 숨겨 두었다가 조금 더 크면 꺼내 줘야지.. 참! 성미급한 엄마가 모양놀이, 숫자 놀이 모두 샀지 뭡니까.. 특히 숫자는 좀 이른 감이 있는 거 같아요. 진형이가 어릴 때 숫자에 하도 집착해서 그 기억에 사긴 했는데... ^^;;

Smila 2004-04-2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진이에겐 조금 이를꺼예요. 아마 두돌 정도부터는 재미있게 놀지 않을까 싶네요~ 근데, 숫자, 모양 다 사셨어요? 다른 책들을 어떤가요? 준연이도 숫자 좋아하거든요.

nugool 2004-04-2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올 겨울까지 잘 모셔 두었다가.. ^^ 아! 준연이도 숫자 좋아하는군요. 그럼 숫자놀이도 괜찮겠어요. 다른 책보다 입체스럽진 않아도 어릿광대가 계속 숫자 모양으로 변하는 모습이 재미밌고 갯수의 개념도 설명해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모양놀이는 직사각형, 정사각형,삼각형, 직선 같은 것들이 입체로 튀어나오구요. 요일놀이는.. 음.. 이게 왜 요일놀이인지는 모르겠지만.중간에 엠보싱 처리된 페이지도 있고.. 책도 예쁘네요. 근데 왜 요일놀이람??? 책값은 음.. 요일이랑 모양놀이가 비싸군요...^^;;

2004-05-26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rold and the Purple Crayon & Others - 비디오테이프 1개 - 영어자막
크로켓 존슨 글 그림 / Weston woods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28개월된 우리 아들 녀석은 이 비디오 속의 해럴드를 아직도 까이유인줄 알고 있다. (까이유는 또다른 비디오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둘다 머리카락 한톨없는 대머리란 점 빼고는 영 다르게 생겼는데, 왜 구별을 못하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하여간 아들녀석은 해럴드를 '그림그리는 까이유'라고 부른다. 사실 해럴드면 어떻고 까이유면 어떤가. 이 비디오가 재미있어 죽겠다는데...

해럴드의 세상은 그야말로 '내가 그리는 세상'이다. 아이 손에 쥐어진 것은 자주색 크레파스 하나. 하지만, 그 크레파스로 세상의 모든 것을 그려낸다.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길을 그리고, 그러다 싫증나면 산을 그린다. 산에 오르다 떨어져도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외칠 필요가 없다. 크레파스로 풍선을 그리면 그만이다. 풍선을 타고 훨훨 날아가면 해결이다. 내가 주인인 자유로운 세상이다. 이미 만들어져있던 세상이 아닌 내가 만드는 세상! 해럴드가 스스로 난관을 만들고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녀석은 만족에 겨운 웃음을 터뜨린다.

테이프 하나짜리 비디오라고 생각하면 좀 비싸단 생각은 든다. (상영 시간도 별로 길지 않다.) 처음 비디오를 틀었을 때는 음질이 멍멍해서 실망스럽기도 했다. (근데 비디오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애니메이션이 70년대에 그려진 작품이라서 원래 녹음 상태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 비디오는 나와 우리 아들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 이 비디오의 가치는 선명한 화면과 좋은 음질에 있는 게 아니라, 해럴드가 펼쳐내는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참, 같은 제목의 책도 나와있다. <해럴드와 자주색 크레파스> 원래는 책부터 사서 본건데, 책 내용이 맘에 들어서 비디오까지 사게 되었다. 책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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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4-03-2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희 아들네미가 낙서하는 재미에 맛들려서 사방에 그려댄답니다. 그나마 크레파스보다는 색연필이 옅고 티가 덜나서 그걸 쥐어 줍니다만 낙서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시아버지 표정이 심상치가 않네요. ㅎㅎ 오늘 퇴근하면 얼른 가서 다 지워야 겠어요.
 
웬디 수녀의 미국 미술관 기행 1
웬디 베케트 지음, 이영아 옮김, 이주헌 감수 / 예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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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 리스트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이란 나라에 가면서 미술관 구경할 생각에 가슴 부풀어 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보다 더 현대적이면서도 자극적인 구경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라스베가스에서 슬럿머신을 땡기고 뉴욕 거리에서 뉴요커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걷고 싶다는 것이 우리가 미국여행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기대이다.

뉴욕이나 시카고에 갔을 때, 나는 그래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들러보기는 했었다. 이제사 생각해 보면 두 곳 모두 대단한 미술관들이었다. 그러나, 지금보다 한참이나 어렸던 나는 미술관 관람에 최소한의 시간만을 할당했고 거의 뛰다시피 하면서 관람을 마쳤었다. 미술관말고도 가고싶은 곳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웬디 수녀의 책에서 두 미술관을 다시 만난 나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말았다. 내가 그 미술관들에 과연 가보기는 했던 걸까.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아주 소중한 경험을 망쳐놓은 건 아닐까.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선입견을 갖기는 웬디 수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웬디 수녀는 이 책 속에서 상당히 흥분하고 있다. 미국이란 나라 곳곳에 그렇게 훌륭한 미술관이 많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미술관들마다 훌륭한 소장품들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에 내내 감탄하고 있다. 애초에 기대가 크지 않았기에 놀라움이 더욱 컸을지도 모른다. 지면 상의 한계 때문에 다루지 못한 미술관들과 작품들에 대한 아쉬움이 책 전체에 가득하다.

덕분에 이 책은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관 기행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수적으로는 많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지만, 그만큼 한 작품에 대해 그녀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의 길이는 짧아졌다. 이 부분이 내가 이 책에 대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그녀의 푸근한 이야기들은 좀 더 길게 들어야 맛인데... 내 바램을 만족시키기에는 모든 글들이 너무 짧기만 하다.

그러나, 역시 글자 수의 제약도 그녀의 삶에 대한, 그림에 대한 통찰력을 빛바래게 하지는 못한다. (단지, 구성진 맛이 덜해졌다고나 할까.) 내가 가장 사랑해마지않는 그녀의 '보통 사람들의 세속적인 욕망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여전하다. 그녀는 옹졸하지 않다.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사람들의 들끓는 욕망을 경멸의 대상으로 손쉽게 분류하지 않는다. 좀더 높은 곳에서 인간들을 가여운 대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녀는 '자기로 만든 도박용 게임 세트'를 보면서 '하느님, 불쌍한 도박꾼들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드리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그것들을 보며 '삶의 감각적인 품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게 그녀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참, 잊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 소개된 작품 가운데는 12세기의 고려청자 물병도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애국하면 망한다'는 백남준의 말에 몰표를 던지는 사람이지만, 이런 순간엔 정말 순수한 즐거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더우기 오리 모양의 이 고려청자 술병이 책속의 다른 어떤 작품들 못지않게 훌륭한 자태를 뽐내고 있을 때에는. (이 청자가 시카고의 미술관에서 수많은 세계인들을 기쁘게 만들 걸 생각하면, '어,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왜 거기 가있지? 언제 약탈당한거야?' 하고 마냥 흥분해 할 일만도 아니다.) 웬디 수녀가 이 청자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볼까? '나는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언짢은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온 한국인(고려인)이 이 물병의 아름다움에 미소 짓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웬디 수녀님, 알고 계신가요? 힘겨운 하루를 보낸 후,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짢은 기분을 달래는 한국의 여인네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아, 미국을 다시 방문하게 되면 미술관 바닥에 죽치고 않아 하염없이 작품들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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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3-03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친구중에 지금 미국에 건너가 공부(?)하는 아이가 있는데.....걔의 홈피에 메트로폴리탄 뮤점이라며 어느 조각상앞에서 찍은 사진을 하나 올렸더군요....전 미술품을 보는 식견이 많이 부족합니다.....하지만.....그냥 눈요기삼아 무언가를 보는건 좋아합니다....처음엔 그냥 그렇게....두번째는 좀더 자세히....세번째는 처음에 보지못한것들을 보면서 내생각을 넣어보기도 하면서요...그래서 무언가를 머리속에 박아놓기 위해서는 몇번이고 반복하면서 봐야하는 습성이 있는데....그러면서도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은 아주 많습니다....새로운곳에 적응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텐데 말이죠!!....암튼....친구의 사진을 보고서 미국이란 나라....정말 가보고 싶더군요.....젊은 시절에 중년이 되면 꼭 유럽을 다녀와야겠단 다짐을 했었는데....요즘은 그것을 미국으로 바꾸고 싶단 생각을 많이해요...그러려면 돈을 많이 모아야겠지만....님의 리뷰를 보니 일단 이책부터 먼저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어떤 그림 좋아하세요? - 어느 불량 큐레이터의 고백
박파랑 지음 / 아트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고매하신 예술 관련 서적을 속풀이 해장국에 비유해는 건 무례한 일일까? 해장국처럼 후련하다고, 건더기도 많아 배까지 부르다고. 어쩐지 이 책의 저자는 이런 표현도 용서해줄 것 같다. 무장해제를 하고 나선건 그녀가 먼저이니까.

박파랑은 까놓고 말한다. '나는 미술을 모른다!'고. 독자인 나로선 그의 고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겸손을 가장한 채 잘난 척하는 거 아냐? 예술학을 전공한, 시립 미술관 큐레이터라면서?

하지만, 저자가 '미술을 알수 없어서, 그림을 사랑할 수 없어서' 힘들어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녀의 솔직함과 진솔함에 놀라게 된다. 이미 미술계를 떠났으면 모를까, 여전히 그 바닥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이런 고백을 한다는 건 어느모로 보나 본인에게 득될 리가 없을 터인데! 하지만, 저자 스스로 솔직하기로 작정했기에, 그녀의 또다른 외침은 더욱 당당하게 들린다. '그래, 나는 그림을 모른다. 그럼 그림을 안다고 잘난 척 하는 당신들은(미술계 인사들) 과연 그림을 아는가????'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저자의 문체 덕분에 안그래도 신랄한 비판들이 더욱 후련하게 다가온다. 아주 쭉쭉 읽힌다. (하긴 속풀이 해장국이 어디 걸리다가 내려가는 거 봤는가. 한방에 쑥 내려가지....) 그러나, '아우, 시원해 아우, 시원해' 하면서 읽다보면 어느덧 슬퍼진다. 지적 사기와 서로 봐주기가 판치는 미술계의 현실도 안타깝지만, 미술 바닥의 이해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나로서는, 도대체 미술이란게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 사회의 문화적 토양이 더욱 슬퍼진다. 그림을 모른다고 소리높이지만, 그림을 사랑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진심이 담긴 책을 낼수가 없다) 저자가 들려주는 다른 나라의 미술계의 현실은 꿈속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나의 꿈은 적극적인 미술 후원가가 되는 것이다. 나의 처지와 경제적 사정을 다 아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웃다가 쓰러질 일이다. 하지만, 미술은 사랑하되 충분한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으며, 인생 길도 미술계 쪽으로 풀리지 않았던 나로서는 이 방법만이 유일한 길이다. 미술에게 내 짝사랑을 제대로 고백하는. 그런 나에게 박파랑의 책은 힘을 준다.

빠듯한 예산 가운데도 매년 미술품 구입비를 따로 준비하고, 온가족이 함께 아트페어에서 작은 그림을 고르는 유럽의 중산층 가족들. 사실 거리에 그 흔한 명품 가방들, 그 가방 하나 살 돈으로도 얼마든지 평범한 후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을. 그런 평범한 후원가들도 미술계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저자는 다시 한번 되새겨준다. 이렇게 기분이 든든해질 수가. 맞다, 진정으로 훌륭한 해장국은 속만 후련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이런 포만감도 안겨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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