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8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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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무려 5일이란 어찌보면 긴 시간동안 손에서 놓칠 못했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소설이지만, 꽤 오랫동안 나를 붙들어 놔주지 않는 몹쓸 정체기와 나태해지고 방황하는 나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을 뒤죽박죽 만들어 버리곤 한다. 이 소설은 교내 집단 따돌림과, 학내 폭력을 다루고 있다. 왠지 읽기도 전에 어렴풋 어린시절의 그때가 스물스물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나의 국민학교 시절, 우리반에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던 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 역시 '더러움'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그 아이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고, 그 소녀와 누구도 함께 점심을 같이 먹으려 하지 않았으며, 그 아이를 괴롭히기도 했다. 나는 오롯이 그런 상황을 물끄러미 지켜볼 뿐, 이지메를 당하는 그 아이의 편에도, 그렇다고 괴롭히는 친구들 편에도 끼지 못하는 그냥 조용히 나의 관심밖의 일들이라 치부해 버렸었다. 내 기억속 그 아이는 그렇게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그 오래된 기은 미안함과 함께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안겨주었다. 느릿하게 읽혔던 이 소설 한 권은 내게 꽤 오래된 낡은 기억을 다시 되살려 주기도 한다.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 '나'는 학급에서 왕따와 폭력을 당하는 무기력한 소년이다. 그리고 '나'라는 화자의 마음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화자(나)는 니노미야 패거리에게 늘 폭력을 당하지만 그들에게 반항할 힘도, 저항할 힘도 없이 힘없는 아이일 뿐이다. 그런 괴롭힘을 당하는 '나'는, 사시(사팔뜨기)이다. '나'는 자신이 반 학급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왕따 당하는게 모두 자신의 눈이 사시 라는 이유 때문일 꺼라 생각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필통 속에서 '우리는 같은 편이야' 라는 작은 쪽지를 발견한다.  매일 매일 늘 짧은 글의 쪽지가 나의 책상 속에 있었다. 그 쪽지를 보낸 아이는, 같은반 여학생 '고지마' 였고. 그녀 역시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여학생이였다. 오로지 더럽다는 이유 하나 뿐이였다. 그런 두 소년과 소녀,  '사시' 라는 이유와 '더러움' 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받는 따돌림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두 소년과 소녀는 그런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좌절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써 조금씩 우정을 키워 나가고  자신들 또한 마음의 병을 치유 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소년이 사시가 된 것도, 그리고 고지마가 청결하지 못한 것에도 그들만의 이유 있을뿐.

 

그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때로는 답답함과  가끔은 분노감과 , 한편으로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묘하게 교차된다. 그 이유가 어쩌면 니노미야 패거리의 괴롭힘의 강도가  상상외로 끔찍하다는 것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차마 어린 중학생들이 저지를수 있는 행위 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괴롭힘(이지메)를 당하면서 아무런 저항을 못하는 '나'를 보면서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반항' 보다는 체념을 한 모습이 다분히 보인다. 어린 나이에 그 모든 감정과 육체적 고통을 참아내고 이겨내야 하는게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일지 읽는내내 그 고통 또한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는듯, 마음이 토막토막 조각나는 기분이다. 이 소설은'나'(화자)의 시선과 생각으로 진행되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심리표현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생각이나 사색의 깊이가 나이답지 않음이 조금은 아쉽기도한 부분이다. 어른들 조차 그런 깊이감 있는 사색이나 심리를 표현하기 어려울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따돌림(이지메)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 "우리 나이에는 무슨 일이든 범죄가 되지 않거든. 그런 건 금세 없었던 일이 될거야.(175쪽). " 왜 너는 우리를 부엌칼이나 뭔가로 찌르지 않을까? 막상 하면 예상 외로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왜 너는 그것을 못할까? 잡히는게 무서워서? 그렇지만 우리는 14세 미만이니까 처벌을 안받거든. 소년원에는 가겠지만.(180쪽)"의 책 속의 글처럼 어쩌면 미성년자에겐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처분을 받지 않는 '소년법'이 문제가 아닐까? 교내 이지메 보다 더한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말이다! 언젠가 오래전 읽으며 분노했던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 이나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에서 다뤘던 문제 많은 '소년법'에서도 볼수있다시피, 미성년자인 어린 청소년들 또한 자신들도 어느정도의 처벌 받는지 알기 때문에 범죄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이지메(왕따)의 사건들은 지금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또는 몇 몇 가해자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감싸고 도는 말도 안되는 여러 행태들에서 더욱더 악화된 결과물을 주는게 아닐까 생각 한다. 점점 무서워지고, 잔인해지고, 심각해지는 학교내 여러 사건들이나, 사회의 범죄들을 심심치 않게 보고 들으면서도 제대로 법적 처리능력을 보여주지 않아 결국 불신만 내 마음속에 자라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는 이런 암울하고 답답하고 , 가슴 아픈 일들이 사라지기를 망연히 기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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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2
박동선 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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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꽤 인기있었던 혈액형에 관한 웹툰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1편은 보지 못했지만, 이어지는 것 또한 아니기에, 가볍게 보기로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크게 혈액형별 성격이라든지, 또한 혈액형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에 대해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티비에서나 인터넷에서나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혈액형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혈액형별 성격이 완전이 정확하지 않다는건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닐까? 어쩌면 재미로, 그런 이야기들을 수다의 소재로 삼을수도 있지만, 그냥 거기까지인 거다. 친구들과 대화할때도 빠지지 한번쯤은 꼭 대화속에 섞이게 되는 이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부터 시작된걸까? 사실 나를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조차도 내 혈액형을 제대로 맞춘 녀석들이 10명중 한명 있을까? 이런 예를 봐서라도 혈액형이 인간의 성격이나 취향, 그리고 대인관계는 무수히 많은 개개인의 인격에 모두 맞춰지는것은 아니다. 만약 혈액형별 성격이 모두 들어맞는다면 이 지구상에는 모두 4가지의 성격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닌가?

 

잠시 즐기면서 읽기에, 머리 식히기에 좋은 책이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귀여운 캐릭터들의 그림들을 보며 여러가지 행동, 표현 등을 자유롭게 표현해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쓴 '쳐돌았군맨'님의 센스있는 표현에 킥킥 웃음보가 터졌다. 어쩌면 이런 귀여운 상상과 표현을 할수있지? 이 책 속에는 여러상황 속에 혈액형별 대처 능력이나, 그들의 행동의 유형들이 있다. 워낙 혈액형에 대해 관심이 없다보니, A,B,AB,O형들의 특성이나 성격들에 대해 참 문외하다. 가끔 친구들이 "너 A형이지?" 아니면 "O형이지?" 라며 콕콕 찝어 물어볼때 과연 이들은 그 사람의, 혹은 나의 어떤 면을 보고 판단하는 것일지 궁금했다. 그만큼 질문을 했던 사람은 혈액형별 가장 큰 특성을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 이 책을 보다보면 역시 혈액형별 행동이나, 성격 등이 크게 드러나 보인다. 하지만 , 역시 정확성은 떨어진다. 어떤 상황에서는  A형에 가깝고, 어떤 면에서는 B형에 가깝고, O형에도, AB형에도 내 모습을 찾아볼수 있었으니까!

 

사람의 인격이나, 성향 성격은 어려서 개개인의 가정환경과 교육방식, 또는 그들 주변 환경으로 인해 형성되는게 아닐까? 이런 혈액형에 관한 여러가지 조사나, 특징이 드러나게 되는건 아마 각 혈액형들의 조사에서 그만큼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의 다른 혈액형들은 아마 나와 비슷하게 오히려 다른 혈액형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 언젠가 한번 티비를 통해 혈액형에 관한 프로를 본 적이 있었다. 그 프로를 보기 전에는 나도 약간은 혈액형 성격에 대해 조금은 믿는 편이였지만, 내가 보았던 그 프로에서 어느 의사(?) - 자세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래전이라...- 분은 혈액형 성격은 전혀 사실과 무관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근거가 없을뿐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 했으니 말이다. 그 이후, 나는 더더욱 혈액형에 대해 관심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가끔 (아니 자주, 종종) 주변 사람들이 내게 A형이냐 물으며 넌 완전 A형 성격이라고 말할때마다 은근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다른 혈액형들의 특징은 잘 모르지만 A형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니 A형의 성향이 어떤지 어느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난 사실 A형이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그만큼 그런 소소한 이야기나, 생각없이 툭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작은 상처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전 꽤 인기있는 웹툰으로 알려진 것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냥 즐겁고 가볍게 보는 정도로 즐기는게 좋을것 같다. 너무 맹신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통해 사람들을 판단하는데 사용해서는 안될듯 하다. 이런 옳지못한 생각들이 어쩌면 어느 한 사람을 알아가는데, 편견과 부정적인 마음이 생기기도 할테니! 혈액형이란  '혈구가 가지고 있는 항원[型物質]의 유무 또는 조합으로 혈액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A 또는 B항원의 유무에 따라 분류되는 것이 ABO식 혈액형이고, M 및 N항원의 유무에 따른 분류가 MN식 혈액형이며, 또 Rh0(D) 인자의 유무로 분류하는 것이 Rh식 혈액형이다' 라는 사전의 뜻처럼 그냥 혈액을 분류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니 그 이상의 기대도, 그리고 판단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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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저씨 제르맹
마리 사빈 로제 지음, 이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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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표지가 사랑스러운 책 한권이다. 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일지 금방 짐작이 갈만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화자인 '제르맹'의 시선으로 그리고 생각으로 진행되어간다. 마흔 다섯살의 제르맹은 하릴없이 백수로 지내며 선술집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공원 밴치에 앉아 책을 읽던 여든 여섯 살의 할머니 마르게리트를 만나게 된다. 사실 제르맹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있지만, 제르맹의 엄마는 그에게 한번도 모성애나 따뜻한 손길을 내민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그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교육다운 교육을 받지도 못했을뿐더러,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며 오히려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사생아'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차가운 시선과 냉대를 받고 자라왔다. 마흔 다섯의 나이지만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의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고, 어떤 이야기를 하든 상스러운 단어들을 섞여야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만난 마르게리트는 그에게 또다른 삶을 선물해 준다.

 

비록 나이 많은 할머니와 일자무식의 노총각인 제르맹이지만 그들은 늘 공원에서 만나고, 마르게리트는 제르맹에게 자신의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한다. 제르맹에게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도 있었고, 몇 안되는 교양과는 거리가 먼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사생아라는 꼬리표처럼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궁금함과 원망을 품고 있다. 자신에게 전혀 사랑을 주지 않는 홀어머니를 늘 원망하기도 하며, 늘 단순하고 가볍게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던 그는, 어쩌면 배움의 기회가 없을뿐 자신에게 어떠한 무한한 잠재력과 재능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눈과 귀를 틔워준 것이 마르게리트 이다. '마르게리트는 내게 말을 걸어주고, 게다가 내 말을 들어주기까지 한다. 내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녀는 내게 대답을 해준다. 그녀는 언제나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 그녀와 함께 할 때 나는 아직도 채워넣을게 한참 많은 깡통 머리가 아닌 그녀가 살뜰히 알려준 어떤 충만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251쪽)' 에서도 볼수 있듯이 제르맹은 그동안 자신에게 관심도 , 그리고 늘 푸대접과 손가락질 받던 자신에게 이렇게 관심과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마르게리트를 통해, 그가 얼마나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고, 얼마나 배움에 갈망했는지도 엿볼수 있다.

 

이 소설 속에는 마리게리트가 읽어주는 다양한 책 제목들과 인용문들이 나온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꽤 눈에 익숙한 책 제목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수 있는 기회 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제르맹의 단순한 일기를 적어 놓은 듯한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한다. 길게 이어지는 긴 호흡보다는 짧막 짧막 하루하루의 일상을 끄적여 놓은 것 같은 짧은 에피소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다보니 책의 흥미로움이나 재미,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 전체적으로 꽤 루즈하고 지극히 평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다. 사실 책 제목 에서만 봤을때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정신지체'가 있는 인물의 이야기 일까 , 지례짐작 했지만 제르맹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는 오직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단지 지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한것 뿐이다.하지만 그는 순수했고, 꾸밈없이 거짓을 모르는 착한 사람이다.  화자이기도 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의 표현이나 , 조금은 독특한 생각, 표현들을 보면 그의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또한 이 책에서는 많은 단어들의 의미들을 세세히 풀어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제르맹의 표현한 방식을 그대로 독자가 느낄수 있도록 노력한 옮긴이의 흔적과 노고가 엿보이기도 한다. 

 

진부하게 흐르는 듯한 이야기 속에, 후반부쯤에 이외의 이야기로 잠시 놀랍기도, 그리고 가슴 뭉클하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내가 읽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을 180도 바꾸기는 어려운듯 하다. 프랑스 소설을 가끔 접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영화나 소설 모두 내게는 아직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단편집은 아니지만 왠지 스토리의 끊김이 , 책을 읽는 동안 방해 요인이 되기도 했고, 프랑스 문화나 여러가지 단어들의 의미들을 잘 이해 못하기도 하다보니 (당연히 주석이 있었지만!) 빠르게 읽히지도 그렇다고 공감이 되지도, 아니면 어떠한 감동이나, 몰입감이나, 흥미로움, 재미 등 어떤 것에도 충족하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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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더십 iLeadership - 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제
제이 엘리엇 & 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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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즐겨있는 분야의 도서가 아니다. 경영, 경제, 자기계발서, 이런 류의 책들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어느 소수인들 말고는 아마 잘 찾아보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애플' 하면 '스티브 잡스' 가 떠오르는건 당연하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있다. 그는 애플에서 유능한 CEO 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하는 인물이니 아무리 이런 계통에 관심없는 나조차도 귀에 익는 이름이라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지례짐작 할수 있을듯 하다. 1~2년 사이에 스마트폰 이용자를 심심치 않게 길거리에서든, 지하철이든 버스에서든 어디서든 쉽게 볼수 있게 된것 같다. 나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기에,  어쩌면 그렇게 관심없는 경영서인 이 책에도 약간의 호감과 호기심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읽기도 전부터 겁을 먹었던 것 역시 딱딱한 문체나, 내가 알수없는 경영, 경제에 관련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지 않을까, 과연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갑갑함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이 경영서(?)는 , 전 애플사 수석부사장 제이 엘리엇에 의해 그가 바라본 CEO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자신(제이 엘리엇)이 스티브 잡스를 만나게된 우연한 만남에서부터, 애플사의 성장사와 스티브와의 여러 에피소드, 경영방식들을 세세히 들려주고 있다. 내가 스티브 잡스에 알고 있는거라곤 꼴랑 아이폰, 애플 , 하면 생각나는 이름이라는 정도였지만, 이 한 권의 책에 의해 아주 약간은 그의 스토리를 옅볼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제이 엘리엇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의 글이라, 이 책에서 말하는 스티브의 모습을 100%는 믿을수 없을 것 같다. 스티브의 애플에서의 고난은 꽤 많기도 했고, 성공의 기쁨도 이 책에서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 여러번의 고비가 있기도 했지만, 그의 지혜롭고 현명한, 그리고 병적으로 완벽스러운 성격 때문에 그의 부하 직원들 또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것 같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갯짓을 해도 그는 전혀 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안된다'라는 생각은 그의 확고한 믿음에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스티브는 제때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제대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58쪽)' 에서도 알수있듯, 그는 매번 제품 출시일을 제대로 지킨적이 거의 없는듯 하다. 이번 아이폰4 나,아이폰 4 화이트 제품 출시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알수 있듯이, 수많은 추측기사와 루머들로 인터넷이 도배되어도 절대적으로 아이폰의 출시일은 정확히 알수 없었다. '그는 출시 직전까지 신제품 관련 정보를 발표하지 않으며, 떠도는 소문이나 유언비어에 신경쓰지 않는다. 사전 추측은 기대의 불길에 더욱 부채질을 해댈 뿐이다(59쪽)'

 

스티브는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맥을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말했다 시피, 아이폰 역시 참 간단하고 심플한 포장과 메뉴얼로 이루어져 있다. 그동안 여러 제품을 사용하면서 이렇게 간단하게 포장된 제품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 처음 아이폰을 받아 들때 사실 약간 놀라기도 했다. 매장 직원이 작은 손바닥 크기의 상자만을 내밀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자를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그 안의 내용물은 정말 가장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되어있었다.  또한 아이폰 자체도 여러 버튼이 있기 보다는 달랑 하나의 버튼으로 모든걸 조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사실 이 역시 아이폰의 탄생을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했었다. 조작이 복잡한 여러개의 버튼을 없애고 오직 하나의 버튼으로 만들라는 그의 이야기에 모두들 불가능한 일이라며 입을 모아 이야기 해도, 결국 그의 뜻대로 아이폰은 탄생되었다. 그런 그의 생각과 강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아이폰은 이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처음에는 조금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너무 간소화 한게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이 제품은 사용하면 할수록 참 세심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일일히 꼬집어 설명할순 없지만, 내가 생각못한, 그리고 어느 제품에서도 보지 못했던 작고 소소한 곳까지 꽤 많은 신경을 썼던것 같다. 뭐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안할수도 있지만, 그래도 애플이 스마트폰 세계에서 월등히 앞서있는건 아마 이런 소소하 배려심과 심플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제이 엘리엇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스티브 잡스를 떠받드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 보면 너무 오만하고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위대하고 우러러 볼수있는 인물이라고 추켜 세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제이 엘리엇이 말하는 스티브는 왠지 만능인 , 아니면 신(神), 같은 존재처럼 쓰여진듯 하다. 읽는 독자인 나 스스로도 왠지 스티브 잡스는 인간이 아닌, 신 적인 존재처럼 주입되며 나 또한 세뇌 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왠지 애플사에는 스티브 잡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책의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정말 그(스티브)가 사라진다면, 애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이 엘리엇은 스티브가 있기에 애플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책을 쓴것처럼 보인다. 지금 암 투병 중인 그를 대신할 경영자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또는 애플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희망 보다는 어두운 그늘이 뒤덮히는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 책에 쓰여진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전부일지는 알수없다. 사실 경영서 분야는 처음 책을 접하다 보니 다른 경영서들도 이런 형식으로 쓰여지는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경영서 보다는 자기계발? 분야가 더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의외로 쉽게 읽히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수 있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 과하게 부풀린듯 애플사 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쓰여진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그래서 약간의 거부감과 비호감적인 느낌이  생긴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아마도 애플사에 소속되어있던 제이 엘리엇 이란 사람이 쓴 책이라 객관적인 마음을 가지고 쓸 수는 없었을 거란건 이해 할수 있을듯 하다. 그러나 조금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경영서다운 느낌이 없어, 조금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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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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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두번째인, 그녀의 책 에쿠니 가오리의 '소란한 보통날'. 나에게 쥐어진 첫번째 책은 그녀의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라는 에세이집이였다. 표지만큼 달달한 이야기들이 가득할것 같은 기대감과 설레임이 컸던 탓인지, 그녀의 에세이집은 너무 평범했고, 루즈했고, 진부함이 느껴졌을뿐, 아무런 감흥을 일어내지 못했다. 그녀의 어린시절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별 특별할것 없는 , 소소한 이야기들만 가득했을뿐이다. 그 이후 왠지 그녀의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첫번째 책의 느낌이 너무 강렬하게 부정적이게 남아있었기에, 다른 책들도 다 비슷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지배했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강한 거부감으로 멀리하던 어느날, 내게는 처음 접하는 그녀의 소설 한권이 손에 쥐어졌다. 그녀의 독특한 느낌이 가득담긴 달콤한 느낌의 표지와 함께. 큰 기대감이 없기도 했고, 어떠한 내용일까 궁금함도 없을뿐더러, 제목만큼의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겠구나, 라는 느낌에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네 형제의 셋째인 고토코가 화자가 되어 조근조근 속삭이듯 시작한다. 보수적이고 정도(正道)를 우선시 하는 아빠, 왠지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이 깊은 엄마, 그리고 결혼한 큰언니 소요, 여러번의 연애를 하지만 왠지 독특한 연애방식의 둘째언니 시마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후 공부, 취업 어느것도 방향을 잡지못한채 무료한듯한 일상을 보내는 고토코, 막내 남동생 리쓰 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가족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제목에서 알수있듯이 보통의 나날,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그  일상 속에 자그마한 소란과 혼란, 그리고 웃음, 사랑, 모든 감정과 다툼, 이해등의 부딪침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유없이 남편과 이혼하려하는 첫째딸 소요, 그리고 남의 자식을 기르겠다는 둘째 시마코, 조용하고 말수없는 막내이지만 학교에서 부모님 호출을 받게되는 리쓰, 이런 일들로만 본다면 어느 집이건 차가운 공기와 소란스런 소음이 가득하겠지. 하지만 이 고토코의 가족은 무언가 조금 특별하다. 어찌 보면 참 애틋한 가족애라고 생각해야 할까? 가족들의 생일을 늘 챙기고, 선물을 사며, 가족들 누구 한명 소원하게 대하지 않는다. 가족모임이 잦은듯하면서도 꼬박꼬박 가족사진을 찍고, 형제간의 우애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에쿠니 가오리만의 특유한 문체인지, 표현 방식인지, 참 소소하고 담백하고, 달콤한 표현들로 그들의 일상들을 조근조근 이야기 해주는듯하다. 어쩌면 일본과 우리 나라의 가족문화, 생활방식이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들 가족의 대화는 왠지 평범한 느낌보다는 몽상적인, 감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듯하다. 읽는동안 '어떻게 이렇지?' 라며 갸웃거리기도 했고, 이혼한 첫째 '소요'를 맞이하는 그들의 방식과 감정 표현이 참 생소하다. 그럼에도 긴 시간, 이 책을 쥐고서 읽었음에는 아마 번역도 한몫 톡톡히 한게 아닐까? 사실, 나는 어느 책을 읽든 번역자가 누구인지, 전혀 관심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문체의 표현이나 번역 자체가 맘에들거나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때는 한번쯤 번역이 누구인지, 표지를 보게 된다. (어차피 한번 보고 또 잊을것을!) 이 소설 역시 번역이 참 마음에 들었다. 세세하고 감성적인 표현이, 그리고 외국소설이 아닌 우리나라 소설인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외국소설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도, 또는 어느 가족에게서도 늘 일어나는 소란한 보통날들의 일상이다. 고토코의 시선에서, 생각에서, 읽어나가고 생각해야 했기에,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모두 알수는 없다. 하지만 고토코의 조용한 이야기는 약간의 내게는 낯선 다른 한 가족의 이야기였고, 어떠한 부분에서는 부러움의 마음이 들기도 한 이야기였다. 소소한 일상에 작은 일에도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신경질적인 내 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일상은 늘 조용했고, 슬며시 미소 지어지고, 어떠한 좋지않은 소식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지혜롭게(?) 풀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야기로 서평을 써야할지 난해함과 난감함이 가득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강한 느낌의 강한 스토리를 즐겨 읽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소란한 보통날>은 그냥 ' 참.. 잔잔하다' 라는 느낌일뿐 어떠한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어느 한부분 뇌리에 콕 박히는 문구도 없다. 그냥 세밀한 표현과, 정감어린 가족 이야기에 건조스럽게 읽었던게 전부, 

 

사실, 이 책을 읽은후에도 또다시 에쿠니 가오리님의 책에 대해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 다만, 왠지 한번쯤 읽고 싶었던 <냉정과 열정사이>는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꽤 많은 호평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했던 책이기도 하니, 두 사람의 각각의 감정과 감성, 이야기를 어찌 풀어냈을지 꽤 궁금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에쿠니 가오리에게 매료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그리고 나의 책 읽기의 패턴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그래도 그녀의 이런 잔잔한 이야기에 적지않은 팬들이 있으니,  그만큼 그녀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란 이야기겠지, <소란한 보통날>은 왠지 지금의 봄날과 잘 어울리는 느낌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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