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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저씨 제르맹
마리 사빈 로제 지음, 이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참 표지가 사랑스러운 책 한권이다. 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일지 금방 짐작이 갈만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화자인 '제르맹'의 시선으로 그리고 생각으로 진행되어간다. 마흔 다섯살의 제르맹은 하릴없이 백수로 지내며 선술집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공원 밴치에 앉아 책을 읽던 여든 여섯 살의 할머니 마르게리트를 만나게 된다. 사실 제르맹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있지만, 제르맹의 엄마는 그에게 한번도 모성애나 따뜻한 손길을 내민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그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교육다운 교육을 받지도 못했을뿐더러,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며 오히려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사생아'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차가운 시선과 냉대를 받고 자라왔다. 마흔 다섯의 나이지만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의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고, 어떤 이야기를 하든 상스러운 단어들을 섞여야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만난 마르게리트는 그에게 또다른 삶을 선물해 준다.
비록 나이 많은 할머니와 일자무식의 노총각인 제르맹이지만 그들은 늘 공원에서 만나고, 마르게리트는 제르맹에게 자신의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한다. 제르맹에게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도 있었고, 몇 안되는 교양과는 거리가 먼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사생아라는 꼬리표처럼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궁금함과 원망을 품고 있다. 자신에게 전혀 사랑을 주지 않는 홀어머니를 늘 원망하기도 하며, 늘 단순하고 가볍게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던 그는, 어쩌면 배움의 기회가 없을뿐 자신에게 어떠한 무한한 잠재력과 재능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눈과 귀를 틔워준 것이 마르게리트 이다. '마르게리트는 내게 말을 걸어주고, 게다가 내 말을 들어주기까지 한다. 내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녀는 내게 대답을 해준다. 그녀는 언제나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 그녀와 함께 할 때 나는 아직도 채워넣을게 한참 많은 깡통 머리가 아닌 그녀가 살뜰히 알려준 어떤 충만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251쪽)' 에서도 볼수 있듯이 제르맹은 그동안 자신에게 관심도 , 그리고 늘 푸대접과 손가락질 받던 자신에게 이렇게 관심과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마르게리트를 통해, 그가 얼마나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고, 얼마나 배움에 갈망했는지도 엿볼수 있다.
이 소설 속에는 마리게리트가 읽어주는 다양한 책 제목들과 인용문들이 나온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꽤 눈에 익숙한 책 제목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수 있는 기회 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제르맹의 단순한 일기를 적어 놓은 듯한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한다. 길게 이어지는 긴 호흡보다는 짧막 짧막 하루하루의 일상을 끄적여 놓은 것 같은 짧은 에피소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다보니 책의 흥미로움이나 재미,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 전체적으로 꽤 루즈하고 지극히 평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다. 사실 책 제목 에서만 봤을때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정신지체'가 있는 인물의 이야기 일까 , 지례짐작 했지만 제르맹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는 오직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단지 지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한것 뿐이다.하지만 그는 순수했고, 꾸밈없이 거짓을 모르는 착한 사람이다. 화자이기도 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의 표현이나 , 조금은 독특한 생각, 표현들을 보면 그의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또한 이 책에서는 많은 단어들의 의미들을 세세히 풀어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제르맹의 표현한 방식을 그대로 독자가 느낄수 있도록 노력한 옮긴이의 흔적과 노고가 엿보이기도 한다.
진부하게 흐르는 듯한 이야기 속에, 후반부쯤에 이외의 이야기로 잠시 놀랍기도, 그리고 가슴 뭉클하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내가 읽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을 180도 바꾸기는 어려운듯 하다. 프랑스 소설을 가끔 접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영화나 소설 모두 내게는 아직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단편집은 아니지만 왠지 스토리의 끊김이 , 책을 읽는 동안 방해 요인이 되기도 했고, 프랑스 문화나 여러가지 단어들의 의미들을 잘 이해 못하기도 하다보니 (당연히 주석이 있었지만!) 빠르게 읽히지도 그렇다고 공감이 되지도, 아니면 어떠한 감동이나, 몰입감이나, 흥미로움, 재미 등 어떤 것에도 충족하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