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8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무려 5일이란 어찌보면 긴 시간동안 손에서 놓칠 못했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소설이지만, 꽤 오랫동안 나를 붙들어 놔주지 않는 몹쓸 정체기와 나태해지고 방황하는 나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을 뒤죽박죽 만들어 버리곤 한다. 이 소설은 교내 집단 따돌림과, 학내 폭력을 다루고 있다. 왠지 읽기도 전에 어렴풋 어린시절의 그때가 스물스물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나의 국민학교 시절, 우리반에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던 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 역시 '더러움'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그 아이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고, 그 소녀와 누구도 함께 점심을 같이 먹으려 하지 않았으며, 그 아이를 괴롭히기도 했다. 나는 오롯이 그런 상황을 물끄러미 지켜볼 뿐, 이지메를 당하는 그 아이의 편에도, 그렇다고 괴롭히는 친구들 편에도 끼지 못하는 그냥 조용히 나의 관심밖의 일들이라 치부해 버렸었다. 내 기억속 그 아이는 그렇게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그 오래된 기은 미안함과 함께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안겨주었다. 느릿하게 읽혔던 이 소설 한 권은 내게 꽤 오래된 낡은 기억을 다시 되살려 주기도 한다.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 '나'는 학급에서 왕따와 폭력을 당하는 무기력한 소년이다. 그리고 '나'라는 화자의 마음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화자(나)는 니노미야 패거리에게 늘 폭력을 당하지만 그들에게 반항할 힘도, 저항할 힘도 없이 힘없는 아이일 뿐이다. 그런 괴롭힘을 당하는 '나'는, 사시(사팔뜨기)이다. '나'는 자신이 반 학급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왕따 당하는게 모두 자신의 눈이 사시 라는 이유 때문일 꺼라 생각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필통 속에서 '우리는 같은 편이야' 라는 작은 쪽지를 발견한다.  매일 매일 늘 짧은 글의 쪽지가 나의 책상 속에 있었다. 그 쪽지를 보낸 아이는, 같은반 여학생 '고지마' 였고. 그녀 역시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여학생이였다. 오로지 더럽다는 이유 하나 뿐이였다. 그런 두 소년과 소녀,  '사시' 라는 이유와 '더러움' 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받는 따돌림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두 소년과 소녀는 그런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좌절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써 조금씩 우정을 키워 나가고  자신들 또한 마음의 병을 치유 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소년이 사시가 된 것도, 그리고 고지마가 청결하지 못한 것에도 그들만의 이유 있을뿐.

 

그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때로는 답답함과  가끔은 분노감과 , 한편으로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묘하게 교차된다. 그 이유가 어쩌면 니노미야 패거리의 괴롭힘의 강도가  상상외로 끔찍하다는 것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차마 어린 중학생들이 저지를수 있는 행위 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괴롭힘(이지메)를 당하면서 아무런 저항을 못하는 '나'를 보면서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반항' 보다는 체념을 한 모습이 다분히 보인다. 어린 나이에 그 모든 감정과 육체적 고통을 참아내고 이겨내야 하는게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일지 읽는내내 그 고통 또한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는듯, 마음이 토막토막 조각나는 기분이다. 이 소설은'나'(화자)의 시선과 생각으로 진행되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심리표현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생각이나 사색의 깊이가 나이답지 않음이 조금은 아쉽기도한 부분이다. 어른들 조차 그런 깊이감 있는 사색이나 심리를 표현하기 어려울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따돌림(이지메)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 "우리 나이에는 무슨 일이든 범죄가 되지 않거든. 그런 건 금세 없었던 일이 될거야.(175쪽). " 왜 너는 우리를 부엌칼이나 뭔가로 찌르지 않을까? 막상 하면 예상 외로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왜 너는 그것을 못할까? 잡히는게 무서워서? 그렇지만 우리는 14세 미만이니까 처벌을 안받거든. 소년원에는 가겠지만.(180쪽)"의 책 속의 글처럼 어쩌면 미성년자에겐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처분을 받지 않는 '소년법'이 문제가 아닐까? 교내 이지메 보다 더한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말이다! 언젠가 오래전 읽으며 분노했던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 이나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에서 다뤘던 문제 많은 '소년법'에서도 볼수있다시피, 미성년자인 어린 청소년들 또한 자신들도 어느정도의 처벌 받는지 알기 때문에 범죄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이지메(왕따)의 사건들은 지금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또는 몇 몇 가해자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감싸고 도는 말도 안되는 여러 행태들에서 더욱더 악화된 결과물을 주는게 아닐까 생각 한다. 점점 무서워지고, 잔인해지고, 심각해지는 학교내 여러 사건들이나, 사회의 범죄들을 심심치 않게 보고 들으면서도 제대로 법적 처리능력을 보여주지 않아 결국 불신만 내 마음속에 자라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는 이런 암울하고 답답하고 , 가슴 아픈 일들이 사라지기를 망연히 기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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