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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사실, 이 책 제목을 얼핏 보았을때 제 눈에는 '사건'이라는 글자만 부각되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살인사건,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도 어떠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전개되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라 생각했습니다. 요즘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사건'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그냥 확신해 버린 것이죠. 하지만 이 소설은 그냥 말그대로 어느 저택에서의 사건을 말할 뿐입니다. 누군가의 희생양, 살인사건, 범인 뭐 이런 것들은 찾아 볼수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하나 잠시 착각했던것 중 하나는 분명 이 소설은 일본 소설일 것이라는 거였습니다. 제대로 책 정보를 읽어보지 않은 잘못된 습관이 내지른 작은 착각 이였습니다. 그래요, 이 소설은 영국의 고전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사실 고전이라 하면 조금은 답답하고 어렵고 ,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그런 분야의 소설이였던 것 같아요. 그러나 , 자주는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 저도 고전을 읽을때가 있습니다. 가끔 그렇게 읽은 고전들이 마음에 쏙 드는 책도 발견하게 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고전 미스터리는 처음 접하는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그러니까 1948년에 쓰여진 소설 입니다. 실제 미해결로 남겨진 유괴사건을 재구성하여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하네요.
이야기는 블레어.헤이워드.베넷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로버트 블레어가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전화를 건 사람은 프랜차이즈 저택에 살고있는 매리언 샤프. 그녀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달동안 실종되었다가 나타난 한 소녀(베티 케인)를 납치, 감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변호를 부탁하게 되고, 우연히 그들의 변호를 맡게되며,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탐색해 나가게 됩니다. 과연 베티 케인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과연 그녀의 진술이 거짓이라면 , 도대체 한달여 라는 시간동안 그녀는 어디서 무엇을 했던 것이였을까요? 아니면 샤프 모녀가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요. 베티 케인의 이야기는 너무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자신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진술하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오롯이 진실과 거짓을 밝혀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과연 정의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또한 진정한 진실을 밝힐수 있을지 말이지요. 결국 이 소설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살인, 희생자나 범인, 그리고 트릭, 반전 같은 것은 거의 찾아 볼수 없는 평범한 미스터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어쩌면 전형적이고 진부하고, 무미건조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는게 오히려 더욱 좋은 효과를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로서는 강한 흡입력 없이 , 이야기에 시선을 맡기고 읽어갈 뿐인 것입니다. 오롯이 진실게임을 하듯 그 중심으로만 초점을 조금 더 두어서 인지, 이야기는 중간중간 또다른 이야기를 삽입해 놓은듯 무언가 잡스러운 ,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소설은 깔끔한 결말로 마무리를 짓게 되지만, 어찌보면 이처럼 진실과 거짓 사이를 풀어가는 동안, 사건이 해결 ,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많은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겉모습에 가려진 또다른 가식을 이야기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한 사람의 외모나 단면만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것처럼, 어떠한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기도 전에, 또한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으로 죄없는 한 사람을 지독한 암흑의 구렁속으로 몰아 넣기도 하고, 결국은 지금의 마녀사냥 같은 잔혹하고 잔인한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튼 저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참으로, 더디고 지루하게 진행됩니다. 무언가 이것저것 살을 붙인 느낌이라 해야 할것 같기도 하고, 문체에 적응하지 못하는건 역시 시대적으로 조금은 멀게 느껴져서 인건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조금은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이 소설에 적응 못한채 힘겹게 읽혔던 건 어쩌면 그동안 선정성 짙은 미스터리들을 즐겨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요, 늘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 장르의 영화나 소설을 보게되면, 좀더 강한, 좀더 임펙트 있는 자극적인 소설들을 항상 갈증스럽게 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전을 고전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은 선정성 짙은 소설에 이미 찌들대로 찌든 저의 마음과 생각과, 취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