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로 오랜만에 버지니아 울프를 극구 찬양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래서 오늘 아침 내가 가지고 있는 울프 소설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분명 대학 시절에 구입해서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이 책이 유독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을 서재와 알라딘 구매목록 등을 뒤진 결과 2012년에 내가 이 책을 중고서적으로 다른 회원에게 판매했다는 기록을 찾았다. 이 책과 함께 나는 당시 한 달 동안 30여권의 책을 팔아 15만원을 벌어 용돈으로 사용했다. 고작 15만원.
그러고 보니 그 해 여름, 너무 더웠고, 도서관에 올라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가 1500원짜리 커피 우유를 살까 말까 망설였던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뭘 믿고 나는 그렇게 태평했던 것일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돈 걱정은 별로 없었고,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젊어서 그랬나.
그럼에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길로는 절대 안 갈 것 같다. 책을 읽기 위해 선택한 그 길 위에서 나는 1500원짜리 우유 하나를 사먹기 위해 가진 책을 팔아야만 하는 아이러니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