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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2/03/18 19:58 연탄 한 장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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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집 중에서 첫번째 1을 안도현이 차지하고 있네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죠

"외롭고 높고 쓸쓸한"

개인적으로 참 괜찮다고 생각한 시집입니다.
전 형광펜으로 괜찮은 문구를 그어가며..참 잼있게 읽었는데

사서 봐도 결코 아깝진 않은 책이죠.
이해하기도 쉽고.
안도현이란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읽으면 확실히 와닫죠..
그리고 이해하게 되죠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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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2/03/16 11:34

입 속의 검은 잎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래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
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
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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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98년도에 이 책을 사고서는 그냥 던저 놔 버렸었어요
도통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었거든요

입 속의 검은 잎..이라고 하는데 검은 잎이 뭘 말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큭..
그래서 신경질도 나고.. 전체적으로 넘 우울하고 해서.그냥 쳐박아뒀죠

근데 어제 어떤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이 시를 프린트 해서 나눠주셨는데..
4년 만에 ..그렇게 모르겠던 그 잎이 뭔지 보였습니다.
그 간단한 것을 바보같이 ..

4년전의 저는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없는 틀이 머리속에 전혀 존재하고 있지 않았던 거죠..

지금도 솔직히 80년대의 우울함을 나타내는 작품들은 느낌이 팍 와닿지는
않네요
그래도..이젠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눈치로 때려서 쬐금..
아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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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2/02/09 20:53

만남

-- 이재기

윤회의 굴레 속에 은하 별들의 충돌
그 빛이 우리들의 만남 이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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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간단하죠?
새해복마니 받으시구
멋진 한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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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2/03/21 15:01

가끔씩 어떤 '순간들'을 만난다. 그 '순간들'은 아주 낯선 것들이고 그 '낯섬'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대개 어떤 흐름의 불연속선들이 접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방향으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불안과 가능성의 세계가 그때 뛰어들어온다. 그 '순간들'은 위험하고 동시에 위대하다. 위험하기 때문에 감각들의 심판을 받으며 위대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 씌여진 부분과 씌여지지 않은 부분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두번째 부분이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며 이러한 불행한 쾌락들이 끊임없이 시를 괴롭힌다.

이 부분이 참 인상적이네요
첫 단락에서 길게 설명한 부분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이건 "우연"에 대한 설명이다..란 생각이 들던데... 넘 축소시킨건가?
요새 끌리오에 넘 자주 들어와서 그런지...머리가 지끈지끈...
별 생각없이 살던 애가 어쩌다...ㅋㅋ..

이건 큰 실수인거 같은데요..
전 이 까페가 독서 까페인줄 어제 첨 알았답니다..
정말 큰 실수죠?
제가 이 까페의 취지와 너무 벗어난 얘기들을 많이 한 거 같아서 그동안 실례했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엉뚱한 개인적 생각들만 잔뜩 나열한 거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오던 사람들도 끌리오에 안오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다음번에는 독서까페의 취지에 맞는 글 올리도록 노력해 볼께요..
그래도 여긴 참 좋네요..
이런 글들을 올리는 건 정말 유래가 없었는데..
그래서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크...

사람들이 글을 왜 쓸까..란 생각을 해 보았어요..
일종의 탈출구 인거 같습니다. 해방구..
머리속이 복잡해서..점점 물이 차 오르듯이..출렁거릴 때..
뭔가 확 써내고 나면..시원한 느낌..
다시 마음이 정돈되는 것 같고..다른 일에 집중도 잘 되고..
소설가들은 어떻게 그렇게 긴 장편을 쓸 수 있을까..하고 정말 의문이었어요.. 중학교 때..

제가 아는 글쓰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소설가들은 써도 써도..쓸 거리가 자꾸만 더 생각나고..가만히 있으면 머리속에 뭔가가 꽉 차서.. 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그 쓰기 위한 과정 자체도 고난의 연속이겠지만.

저번에 무슨 영화를 봤었는데..케이트 윈슬렛이 나오는 영화였거든요
그녀를 보려고 봤던 영화가 그렇게 끔찍한 영화인 줄 모르고 봤었는데
제목이 잘 기억이 안나요..ㅋ 자로 시작되는 두 글자의 제목이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작가 한명이 있는데 너무 에로틱한 소설들을 많이 써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요 그러나 소설은 너무나 잘 팔리죠 ..감옥에 가둬놓아도 암암리에 그의 새 작품들이 시중에 등장하자. 결국 그에게서 펜과 종이를 빼앗았죠.. 그 사람은 정신병적으로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그것도 소위 말하는 3류소설을 쓰는 걸 특히 즐겨했죠.. 당시 중세사회라는 걸 볼때..그건 교회에 반항하는 행위였고.. 그래서 그 사람은 그걸 더 즐기는 것 같더군요 그때 우리가 말하는 3류 소설에 대한 것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죠.. 상업적 목적도 있겠지만.. 그 시대에 있어 그건 체제에 대한 반항이라구요 현재의 순전히 돈벌기 위한 3류소설과는 약간 다른 관점으로 보인단 겁니다. 감옥에 갇히면서까지 쓰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그는 결국 펜과 종이를 빼앗기자..자신의 피로 이불 천에다 소설을 써요.. 정말 광적이죠.

이런..이건 또..시네마 천국에 가서 써야 하는 부분인데..
쯔쯔..이렇게 또 여기저기로 종횡무진하는 글이 되어 버렸네요..
고쳐야 하는디..

정리하면..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해 보자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쓴다는 행위를 하잖아요 얼마나 신기합니까.. 유일하게 쓰는 행위를 하는 인간 .. 원숭이도 보다 지능이 발달하는 단계가 오면 쓰는 행위를 할지는 모르겠으나..ㅋㅋ..

우리는 역사과라서 쓴다는 관점 보다는 읽는다는 행위를 더 많이 하죠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을 이해하는 건 읽는다는 행위를 할 때 한번쯤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역사에서도 역사서를 읽기 이전에 역사가를 먼저 이해하라고 하잖습니까
뭐 그 내용에는 역사가는 사회의 산물이고..보다 현재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산물인 역사가를 먼저 읽고 있어야 한다. 등등의 내용들도 있지만..

역사에서도 쓴다는 것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 쓴 것을 토대로 밝히고 공부하는 거잖아요
그 쓴다는 행위는 어떻게 분석해야 하나요? 이런건 심리학의 영역인거 같기도 한데..전 더이상 한계가 느껴지는군요.

또 다시 정리해보면..
인간이 쓴다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역사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잖아요.
그래서 쓴다는 행위를 하는 문학과 역사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공유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독서라는 것은 읽는 행위가 주..임에는 틀림없지만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는 독서는 영원히 반쪽의 독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겁니다. 왜 쓸까..왜 썼을까..란 기본 질문에서 출발해서 독서를 하게 되면 보다 행복한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비판이라는 것도 가능해 지고 말이죠..

아..정말 이렇게 시작에서 끝을 내리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오늘은 꼭 무슨 레포트 쓰는 거 같은 기분 듭니다.

다시 돌아가서..
인간은 왜 쓸까요? 자식을 통해 종족을 보존하고 흔적을 남기려는 본능과 같이 정신적 영역에서 흔적을 남기려는 본능의 변형일까요? 인간의 육체적 활동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증거가..지금 존재하는 나..이라면
인간은 생각하는 활동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증거중의 하나가 글..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근데 왜 하필 쓰기를 통해서인가..

윽.. 넘 힘드네요..
난 또 왜 이런 생각을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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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2/03/28 13:40

1.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 현 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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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섬

정 현 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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