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2/04/08 18:4

제목부터가 우울해지는 영화, 그래서 보고 싶지 않았던 영화
하지만 보지 않으면 자꾸만 걸리적 거리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이 영화를 보고 잠을 자려는데 머리 속에서 계속 이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이 영화를 새벽 세시까지 본 다음날 눈 벌게 가지고 친구들이랑 여행 간다고 부산역에 나갔는데..나 어제 글루미 선데이 봤다..라고 하니깐
모두들 갑자기 눈이 반짝반짝해서..재밌제?..라고 하는 것임...

두 명의 남자를 모두 사랑하는 일로나..(주인공 이름이 맞나?)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일탈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지만 영화를 보게 되면 그러한 것 쯤이 무슨 중요한 거라고.. 라며 영화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처음에는 자보와 일로나가 부부인 줄 알았다가 난 그녀가 쉽게 안드라스와 사랑에 빠지는 걸 보고 좀 의아해 했다. 저럴 수도 있는건가?
하지만 두 남자를 대하는 일로나의 모습을 자꾸 보게 되면 그녀가 정말 순수하게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난 그녀의 모습에서 모성애를 보았다..

피크닉에서 두 남자를 품에 안고 행복해 하는 장면
욕조에서 자보와 함께 마주 앉아 있는 장면..
그녀는 그렇게 순수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그들에게 헌신적인 사랑까지 준다.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모든 면모에는 애정어린 진심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예쁜데다가 마음까지 예쁜 그녀..고혹적인 눈빛과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소.. 물론 영화의 설정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 이러한 장면들에서 음악까지..
난 처음에 자꾸만 울려퍼지는 음악을 보면서.. 아무리 감독이 뛰어나더라고 하더라도.. 감히 사람들이 자살까지 했다는 허구를 만들 정도로 그렇게 영화 음악에 자신이 있단 말인가 하고 좀 의아해 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러한 사건들이 실화인 것을 알고는 오해가 풀리면서 좀 섬뜩해졌다. 그리고 그 음악이 머리 속에서 새로운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지금 그 음악을 듣고 자살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싶다. 뭐 요즘 뉴에이지다고 해서 가끔 그런 것 들으면 자살한다고 하긴 하는데...

계속되는 전쟁의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세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혼란에 빠져 있었을까?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또 아는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소식들을 들으며 그들의 나날은 우울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음악이 그들을 죽음으로 부추기는 역할도 했을 것이고...
잘은 모르겠다. 그 시대의 사람이 안 되어봤으니깐..
그리고 그 음악이 어떤 그 인간의 마음 심연속에 있는 자살충동을 행동으로까지 이끌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뭔가가 다운되고 있다는 느낌만 들뿐..
조금식 고조되었다가 자꾸만 떨어지는 음계들..
고조된 음들보다 힘없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떨어지는 음들이 올라간 것 보다 더 깊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함께 이 음계들과 어디론가 떨어졌으면 하는 충동을 느낄지도..
음계들의 관성이..이 음악을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관성으로 아래로 몰고 가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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