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2/04/26 12:23
통도사..
작년 가을인가 우리 까꿍(참..까꽁이었징..)이와 전 선배의 차를 타고 통도사를 갔습니다. 그 선배는 가끔..마음이 답답하면 혼자서 차를 몰고 통도사를 찾는다고 하더군요..그렇게 가서 불전마다 돌아다니며 절도하고.. 저는 범어사를 적극 추천했지만.. 아니야..통도사가 더 좋다면서 저의 범어사는 무시당했더랍니다.
그 전날 우리 까꽁이는 잠을 못자서 차 안에서 계속 자고.. 전 토이 베스트 앨범을 꽃아놓고 계속 들으면서 흥얼거렸죠
가을의 햇살을 쪼이면서 쉬엄쉬엄 걸어가는 통도사 가는 길..
그 길을 차를 타고 올라간다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일까..란 생각을 했답니다. 절 코앞에까지 가지 않는 이유를 그 전에는 몰랐지만 그 선배는 우리에게 그 길을 일부러 걷게 하려고 했다는 걸 알게 됐죠..
결코 짧지 않은 길이지만 수다떨면서..깔깔거리고 웃으면서 .. 뻥튀기를 바삭거리게 부수면서 걸어가는 그 길은 그야말로 여정이었습니다.
길 가로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길 쪽으로 뻗어나오면서 그늘을 이루고 있었는데요 햇빛이 그 잎들을 투과하면서 우리에게 도달할 때 그 빛깔은 노란것도 아닌 것이 연두빛도 아닌것이.. 그 오묘한 은은함은 세상 전체를 푸르게 느끼도록 하는데 참 좋더라구요 그 맑고 시원한 바람이 압권이었습니다. 나를 씻어내어 준다..는 후련함.
그 길을 지나는 동안 벌써 속세에서 쌓여온 답답함들이 하나 둘씩 벗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전 통도사 자체보다는 그 길이 정말 인상깊었죠
통도사 절 자체는 규모가 작지는 않은 편인데 웬지 전 그다지 정이 가지는 않더라구요..그냥 개인적인 느낌.
저에겐 범어사가 너무도 강열하기 때문이죠. 통도사는 평지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데 사람도 많고 정취를 느끼기에는 그냥 저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규모가 약간은 부담스러웠다고나 할까..
참..물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작년 여름 양산 터미널에서 양산 시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착각하고 반대로 가는 버스를 탔지 모에요..그래서 그 버스를 타고 계속 계속 어디론가 가게됐는데.. 혼자서 여기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할지를 몰라 계속 차를 타고 갔죠.. 그러다가 종점가지 가게 돼었는데요..거기가 바로 물금이었답니다.
정말 멋진 동네였어요.. 넓은 논이 있고 주변에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는데 깨끗하고 시골느낌이 그대로 있어서 참 좋았답니다.
우연히 발견한 곳 치고는 성과가 컸습니다.
그리고..나의 범어사..
평지는 아니라서 오르기 힘든 길.. 통도사의 아류같은 느낌을 주는 약간 좁은 규모.. 조선 중기에 불타버리고 재건했기 때문에 처음 지어졌을때의 모습을 자꾸 궁금하게 만드는 곳.
내가 이십년을 넘게 몸담고 살아왔던 금정산. 제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언제부터인지 모르도록 오랫동안 나와 어머니와..우리 할머니와..그 위의 할머니들의 삶이 묻어 있는곳..
그리고 지금 너무나 그리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고이 잠들어 계신 곳.
다른 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범어사를 중심으로 금정산에는 숨어 있는 절들도 산속 깊숙이 많은데요..
그 분들의 살아왔던 옛날얘기를 전 어릴때 참 많이 들었는데 주 무대가 바로 범어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죠.. 그 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얘기 듣곤 했는데 대학와서 역사를 배우면서..다시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더라구요.. 내가 살고 있는 곳 자체가 역사의 무대였구나..라고 생각을 하니..
어떻게 보면 통도사와 범어사는 같은 가족과도 같은 절인데..
저에게도 통도사는 먼 친척같은 존재이며..범어사는 나의 집 같은 곳이죠.
지금 주변에는 엄마들 계할때 가는 고급 음식점이며 노래방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백악관 노래연습장..실내 골프장..압구정 갈비..아이비 레스토랑..분위기 있게 보이는 평사리 가는길..이라는 간판을 지닌 음식점도 있고 한자로 적혀진 나는 가 본적 없는 한정식 집들도 그렇고..이런것들도 같이 좋아해야..하나..하는 생각.
점점 나의 조상들의 흔적들은 없어져가고..사람들도 어딘가 흩어져 가고..
그런 생각하면 가끔 맘이 가끔 아파집니다.
세월이 흐르면 그에 따라 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서도..
이 오래된 과거에의 향수와 집착은 저에겐 벗어나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죠 저의 주변 친척들도 모두 그렇고. 나의 큰 모순이기도 합니다.
역사의 흐름에서 어쩌면..이러한 해체는 역사의 발전을 의미한다고..그렇게 호전적으로..긍정적으로 사람들은 말을 하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그 흔적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약간 마음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는 없는 부분이기도 하네요..제가 역사를 배우지 않았다면 차라리 아무런 생각이 없게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구요..
암튼..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아하..
그러고 보면 저 또한 역사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군요..^^
이상 역사의 현장속에서 저 "???"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