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3/03/10 20:51

포괄적이고 싶습니다.
리플이라기 보다는 그냥 느낀 것입니다.

역사만을 생각하다보면 혹은 역사적으로만 생각하다보면 역사의 우물 외부에서 역사를 어떻게 보는 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집니다.
아니면 역사학 외부에서 역사학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학문의 정체성에 대해서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역사학은 이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도덕적 고민 철학에 빠지는 것 또한 마땅해야 한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부의 고민으로만 빠져드는 것은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부로 침체되어 그 속에 몰입이 묶여 있다면 때론 발상의 전환으로 나가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학을 하는 사람들, 혹은 역사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어떠한가를 느껴보는 것.
그러나 고유의 권한과 중심을 잃지 않을 당당함과 자부심을 가질 것.
그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닌 치열한 고민에서 얻은 학문적 정체성이겠지요. 그래서 철학은 어느 학문에서든지 기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학적 고민이 없는 인문학은 미래가 없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역사를 접한 학문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역사학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 종종 화가납니다. 사료를 활용하면서 역사학적 연구 방법을 사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들 학문적 이론의 근거를 구축해 가는 사람들은 종종 학문을 서열화 하려고도 합니다. 역사를 좀 알다 보니 자기네 학문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논조로 비아냥 거릴 때는 분노가 치밀기도 합니다.

또는 역사논문과 자신들 학문의 논문들의 일반적 성향을 비교하면서 역사학 논문의 내러티브한 고유 방식을 두고 티끌만한 사실도 빠짐없이 나열하려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역사가들은 아주 조그만 기록이나 사소한 것도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가시적이고 크게크게 보이는 변화에 주목하여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일반적 경향을 이끌어내고 앞으로의 변화에 직접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은 개미처럼 부지런한 역사가의 발로 뛰어 얻어낸 사실적 자료들과 그 해석의 바탕이 모아져야 자신들이 주장하는 큰 패턴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때로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이론을 뒷받침 할 사료, 부분들만 가져가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나머지의 부분은 관심 영역 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학은 나머지의 구석까지도 건져내려고 합니다.
역사학의 세밀함과 꿋꿋함. 빠진 것 없이 건져내려는 노력이 갖는 의미는 화려한 무대 뒤의 깊고 넓은 지하의 음침한 곳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들의 숨은 움직임과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적으로 보이는 화려함은 없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역사학은 우회적인 것이지 바로 기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처럼

이러한 매력이 역사학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역사학은 취사선택적이 아닌 인간의 흔적이 있는 어디든지 달려갈 마음으로 인간이 존재했던 어느 구석이던지 세밀한 부분에까지의 애정이 밑바탕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학은 노가다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어디든지 달려가야 하니깐..
그래서 역사학은 인간의 존재 기억,흔적에 대해 포괄적일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구석구석 찌든 때까지 쏙쏙.. 긁어낸다는 자세.. 작은 것 조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

오늘 누가 역사학에 대해 은근히 비아냥 거리는 말을 말을 듣고 좀 흥분한 나머지 글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것은..
그에 대항하여 반박할 용기를 내어 보지 못한 자신입니다.
다른 분들은 저 같은 처지에 놓이면 꼭 용기내어 한 말씀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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