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2/04/07 13:43

세한(歲寒)의 사랑

-경주 남산

정 일 근

저물 무렵, 차 한 잔 달여 마시는 동안의 눈으로
사람의 마을로 가는 길들 다 지워져버렸지만
경주 남산 바위 속에 숨은 내 사랑 찾아가는 산길은
그리운 발길로 하여 따뜻하게 숨쉬며 되살아난다
사랑이여, 그대 그 길을 걸어 오늘은 내게로 오라
돌 속에 숨어 잠든 천 년의 잠을 털고 내게로 오라
우리 서로 차가운 이마에 더운 손 짚어 오랜 안부를 물으며
천룡사 탑 뒤에 숨어 사랑의 입을 맞추자
경주 남산에 밤새워 흰 손수건 같은 눈은 내리고
그대 보는가, 우리 사랑의 늘 푸르름을
날이 추워진 후에도 억센 눈발 속에서도
완당의 세한그림 속의 송백처럼
우리 사랑의 가난한 초가 곁에 기대어 서서
하염없이 그대를 기다리는 푸른 나를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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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을 다녀왔습니다.
본래 계획은 보문단지쪽으로 해서 벚꽃구경을 가자는 것이었는데
기차에서부터 사람이 워낙 많았던 지라
보문단지 근처로 해서는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는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리고 경주...에서 수학여행 코스는 더 이상 가고 싶지가 않았답니다.

5인조 그룹의 우리 패거리들은 경주역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한참을 실갱이를 벌였죠
경주에 대해 그렇게 자세하게 되어 있는 지도는 처음 보았는데
정말 멋진 도시라는 생각 들었습니다. 욕심만 크도록 가고싶은 곳은 얼마나 많았는지 그 설레임이란...^^
하지만 대중교통과 튼튼한 다리를 밑천으로 한 우리의 여행에서 헛된 욕심은 부질없는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답니다.
모두모두 가고 싶은 곳은 제각각..
전 처음에 양동마을이 너무 가고 싶었답니다. 옥산서원..감포도 말이죠
근데..
지도에서 그곳은 우리의 여건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 길을 어떻게 찾아간단 말이냐..

결국 목적지는 제가 제안한 곳으로 가게 됐는데
바로 경주 남산이었답니다. 우리 모두 사람은 많이 없으되 봄을 맘껏
느낄 수 있으면서도 뭔가 볼거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란 모토 아래..
저의 제안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답니다.

경주 남산..
이름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저 또한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
미지의 그 곳,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일단 포석정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포석정도 첨 가보는 곳이었는데 역시 사진의 그대로의 모습.
친구들은 에이..별거 없네..하면서 조금씩은 투덜대는 모습.
포석정에 둘러앉아 그 시절의 귀족처럼...이라는 컨셉으로 사진찍다가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야단맞았죠..
들어가지 마라는 글씨 안보여?...ㅋㅋ..

포석정 구경도 재미났지만 그보다 더 여행에서 우리를 따스하게 해 주는 것은 4월의 봄기운..이었습니다.
따뜻하게 비치는 햇살과 푸르게 드리워진 아름드리 나무들.
그리고 서서히 지고 있는 벚꽃잎들의 흩날림
소소한 바람.. 갈아엎어진 채 붉은 황토냄새를 향수마냥 우리의 콧속으로 밀어넣는 대지.

제가 바로 원하던 그런 여행이었답니다.
모두들 제각각의 분위기에 취해 필름이 한통이 되고 두통이 되도록 카메라 셔터를 찰칵찰칵 눌러댔답니다.

본격적 출발...경주 남산.
커다란 지도가 서 있는 길거리에서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죠
경주 남산으로 오르는 길이 몇 갈래가 되었는데 1번길을 선택했습니다.
한 대여섯 길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첫번째 길을 선택한 이유는 거기에 호수가 있다는 걸 보고 였답니다. 감포는 못갈 지언정 저수지면 어떻고 호수면 어때..

나정

박혁거세의 탄생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는데 들어가니깐
커다란 비문이 있습디다.
제가 그 비문의 한자를 얼마나 읽고 싶었는지..그리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그래도 함 읽어 볼거라고 이리저리 읽는데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
중문과 친구를 데려다가 해석해 달라고 막 다그쳤는데.. 그녀도 잘은 모르겠다고 했지만 저보단 훨 나았습니다.
에거... 비문 읽고 시퍼라..
언젠가는 어디든 여행을 다녀도 비문을 소설처럼 읽는 날을 만들겠다고 막연한 다짐을 해 봅니다. 힉..

당간지주

길에서 멀리 떨어져 돌기둥 두개가 우뚝 서 있었죠
그래도 어디서 본듯한 모양이라 전 당간지주가 저거다..라고 말을 했더니
친구들이 조용하다가 갑자기 푸하하..하면서 첨에 무시하더군요--;;
또 농담하는 줄 알았대요..
다른 친구가 저거 진짜 당간지주 맞다..하니깐..그제서야 정말? 하면서
유심히 보더군요.. 초라해 보이는 그 모습이 어필하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이..주위에 나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황량한 벌판에 돌기둥 두개만 서 있는 모양이 ..실망스러웠는 모양입니다. 치이..유명한건데..혼자 궁시렁궁시렁..

양산재

신라 6부 촌장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이었습니다.
서원과 모습이 비슷하더라구요 저에겐 너무 멋진 곳이었답니다.
서원의 동재와 서재..처럼 양쪽에 두 건물이 있었는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던 덕에 지칠대로 지친 우리들은 동재의 위치에 있는 건물의 마루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답니다.
중천을 넘어가는 곳에 걸터앉은 햇살땜에 잔디가 노오랗게 보였는데 보기만해도 따뜻해지더군요
하늘은 정말 말 그대로 스카이 블루빛을 띄고 있었구요 비행기 자국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어서 꼭 어린애 벽에 낙서한 것처럼 순진틱 했고..
고요한 한낮의 정취 속에서 모두들 멍 하니 한참을 그러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나뭇잎들 부딪히는 부드러운 소리..사아...
바/ 람/ 소/ 리/... 잔/ 디/ 냄/ 새/...
퍼펙트 모먼 !!!

에구..
전 하루동안의 짧은 여행을 너무나 긴 글로 만들어 버렸네요
아직 더 간 곳이 있긴 했는데..
오늘은 여기쯤에서 끝낼랍니다.
담에 기회가 되면 다음 얘기를 쓰도록 하죠..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져서 더 이상 쓰기가 힘들어서요..
즐거운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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