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농담이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것과 그것이 1963년에 쓰여졌다는 것이 묘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내가 태어나기 20여년 전에 쓰여 졌는데 2000년대의 내가 이렇듯 비슷한 공유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비슷한 코드로 엮인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서로 만난 적도 없고 생각이 공유된 적도 없지만 보는 방식, 느끼는 방식에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밀란 쿤데라의 책이 나에겐 그러하다.

냉소적이고 농담섞인 문장 세 줄 때문에 청춘을 말살당해야 했던 운명, 자못 심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고통이었던 추억 앞에서 그것은 인류가 철이 덜 들어서 그렇다는 허탈한 말 한마디가 정말 그럴 듯 하게 들린다.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철이 덜 들어서 아직 덜 컸기 때문이었다는 말은 결국 인간 본연의 미성숙에서 오류가 발생됐다고 다독거리고 있는 것이다.

배반당한 진리와 사랑의 약속 앞에서 그것은 지난 날의 농담일 따름이다. 현재 누구의 책임이라고 따져봤자 의미없는 변명일 뿐이다. 적어도 개인의 실존 앞에서는 그런 것이다.

뭉개져 버린 과거는 농담일 뿐이었고 현재는 예전에 의미를 두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지고 있기에 보상받지 못한 과거에 대한 집착은 궁색하고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루드빅의 복수가 너무나 가여워질 수 밖에 없는, 허탈해 질 수 밖에 없는, 또다시 농담같은 거짓말 같은 의미없는 행위로만 보이게 한다.

그래서.. 심각하게 몰두하는 어떤 상황은 개인에게만 아픔이고 상처이지 다른 이가 보기에는 언제나 뒤집어 말할 수 있는 가설에 다름 아니다.

지금의 심각한 것이 티끌 같은 말 한마디,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면 굳이, 하나에 고뇌하는 자체가 너무나 부질없고 우습지 않은가..

삶의 철학적인 면을 생각해보게 하는 재미있는 역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