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내용에는 별 기대를 안 하고 읽은 책이다.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책 중에 여러 개츠비 중 표지와 삽화에 반해 산 책은 아마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가족들에게 자랑하며 표지와 삽화가 너무 이쁘지 않냐며 수선을 떨었다. 그리고 또하나 보게 되는 동기 중의 하나가 하루키가 개츠비에 대해 말한 것이다. 하루키와 개츠비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바로 '허무'이다.

향락적이면서도 퇴페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은 작가의 반영인 점이 있다. 그럼에도 세세한 문장이나 표현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역시 문학적 탁월함이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가식의 면모들이 속속들이 들어난다. 어느 왕족일 것이라는 가공된 개츠비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고 그의 죽음앞에서는 또한 그 사람들이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양 흩어진다. 한 인간의 죽음의 의미는 무엇이었나. 혹은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가장 희극적인 것이 바로 개츠비가 사랑한 그녀 '데이지'이다. 개츠비는 데이지 앞에 당당하게 서기 위해, 오직 사랑을 위해 성공의 가면을 썼고 그러한 개츠비의 이미지 앞에 데이지는 자신도 여전히 개츠비를 사랑하고 있었노라고 착각의 환영 속에 빠진다. 어쩌면 데이지는 개츠비를 정말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질적 현실 앞에서 감정은 순식간에 가면이 될 수 있다. 개츠비의 죽음 이후 데이지의 돌변은 충격적임과 동시에 공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랑'은 물질적 가치 앞에서만 때때로 부활하는 그야말로 '가면'이었다. '사랑'이란 실재하는 것인가.

통속적인 것이 가장 진리일 때가 있다. 대중가요가 그렇고 드라마가 그렇듯 가치 폄하되는 것 속에는 진면목이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은 영원히 인간의 주목을 받는다. 개츠비는 그러한 요소들을 다양하게 품고 있기 때문에 이 시대의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코드들이 내재한다.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 인간의 삶의 대처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름의 특유한 방식으로 인간을 풀어나갔으나 거기에는 보편적 호소력이 있다.

얇고 가벼운 책 속에는 두껍고 심각한 책과 충분히 견줄만큼의 무게가 있다. 그래서 사기를 주저한다면 과감히 사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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