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지만 일년 중 제일 아름다운 달이라면 망설임 없이 오월이라고 할 거예요.
많은 작가들이 오월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걸 보면 도저히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겼나 봅니다.


<그리운 시간들>에는 시인 오사다 히로시가 얼마나 오월을 사랑하는지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오월의 풍경을 그린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스무 살, 나는 오월에 태어났다... 오월에 태어난 시인 데라야마 슈지의 시 <오월의 시>의 한 구절을 비롯해 오월을 찬양하는 문장들이 펼쳐집니다.







또 <심호흡의 필요>에서 걷기의 발견을 알려준 시인답게 여기서도 걷기에 대한 예찬이 이어집니다.
아무리 걸어도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에 땀도 안 나고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오월입니다. 봄이 가기 전에 맘껏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걷기를 즐기려면 눈을 맑게 하고, 귀를 맑게 하고, 또 마음을 맑게 해야 합니다.
봄바람이 부는 오월은 어느 계절보다도 걷는 즐거움을 주는 계절입니다. 근심마저 비칠 듯이 맑은 계절에는 내 마음의 밖으로 나가 걷기를 즐기며 무용한 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거리를 걷는다, 그래서 거리가 있다. 사람은 걷는다, 그래서 사람이 있다.
그런 생각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걷기를 즐길 수 있다면, 그런 나 자신은 아직 믿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음이 열립니다. 그런 오월이 올해도 거리에 와 있습니다.

                                           - 오사다 히로시 <그리운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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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업 중인 책입니다.
오가와 요코의 소설인데 한창 번역 중이고 아직 제목은 정하지 못했어요.

오가와 요코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잘 알려진 작가인데, 사실 그 작품보다 오가와의 소설을 잘 드러내주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무척이나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인데 그 독특한 세계관을 그려내는 문장 또한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어서 이번에 이렇게 독자님들께 저의 번역으로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앞으로 작품과 함께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가와 요코가 그리는 맑고 섬세한 세계관 속에는 무언가 결핍된 인물이 꼭 등장합니다. 그런 인간적인 연약함을 가진 인물을 그녀만의 시선으로 사랑스럽게, 애틋하게 또는 서늘하게 그려내는 오가와의 아름다운 소설을 독자들과 함께 즐겨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 역시 오가와만의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름과 잘 어울리는 소설이라 그때 맞춰 소개하려고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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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마차를 타고>는 ‘봄’을 테마로 한 단편인 만큼 각 단편마다 봄꽃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표제작인 요코미쓰 리이치의 <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스위티피라는 꽃이 무척 인상 깊게 남는 작품입니다. 


요코미쓰 리이치는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지만 20세기 초중반에 활약한 신감각파 작가로, ‘문학의 신’, 시가 나오야를 잇는 ‘소설의 신’이라고 불리는 작가입니다. 


신감각파 작가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있는데 이 둘은 일본 신감각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생 깊은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사진은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모습입니다.


신감각파가 등장할 무렵의 문단은 리얼리즘 문학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리얼리즘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데에 대한 반발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고, 이들 신감각파 작가들은 객관적, 사실적인 표현을 버리고 의인화, 비유법 등을 통해 현실을 주관적으로 파악하고 감각적으로 창조하려고 했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신감각적 표현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는 눈과 장미를 별개의 것으로 보고 ‘내 눈은 붉은 장미를 보았다’라고 했다면, 새로운 작가는 눈과 장미를 하나로 합쳐 ‘내 눈은 붉은 장미다’라고 쓰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대략 이런 식의 표현 방식으로 사물을 느끼고 생활한다는 것이다.


<봄은 마차를 타고>에도 곳곳에 그런 감각적인 표현을 볼 수 있어요. 번역 작업하면서 어쩌면 이런 표현을 떠올렸을까, 하면서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소설화한 것입니다. 요코미쓰는 결혼하고 얼마 후 아내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아내의 나이가 스물이고 요코미쓰는 스물여덟 살 때였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기존의 사소설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일본문학 연구가이자 번역가인 도널드 킨은 “일반적인 사소설에 흔히 나타나는 ‘자기 연민’이 조금도 없을 뿐 아니라 모든 것이 투명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킨이 ‘투명한 묘사’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인데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지켜보는 애절하지만 담담한 남자의 심정이 그의 감각적 문장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죽기 얼마 전 아내 키미가 “내 뼈는 어디로 가는 걸까” 하고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둘은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기에 호적에 올라 있지 않은 상태였어요. 키미는 자신이 죽은 후 묻힐 곳이 없는 것이 슬펐던 겁니다. 그리고 그녀는 죽고 한 달 후에야 입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책방에 첫 장미가 피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책이랑 사진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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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단편소설 <열흘밤의 꿈(몽십야)>는 1908년 아사히신문에 열흘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연재된 이야기입니다.
<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그중 첫 번째 밤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소세키는 짧지만 선명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독자의 마음속에 새겨줍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녀와 백 년을 무덤 곁에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백 년 후에 꼭 만나러 오겠다는 여자를 기다리며 해가 뜨고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 둘 헤아리며 남자는 기다립니다.
백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간으로도 기나긴 시간입니다. 백 년이란 아득한 세월, 영원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 영원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영원한 사랑을 여자는 원한 겁니다. 어찌 보면 이 영원한 시간이란 결국 ‘죽음’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죽음만이 헤어진 두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꿈속에서 자신을 향해 피어난 백합을 바라보며 “백 년은 이미 와 있었구나” 하고 깨달은 남자는 자신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고 깨달았는지 모릅니다.
소세키가 생각하는 사랑을 저는 이 몽십야 첫 번째 밤 이야기에서 늘 느낍니다.

소설 속에는 백합과 샛별이 나옵니다.
백 년이 흐르고 남자 앞에 나타난 백합은 죽은 여자의 환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멀리 하늘의 샛별이 남자에게 보낸 선물 같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무덤 곁에서 자신을 지키는 남자를 하늘에서 여자는 내내 지켜본 거예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사오카 시키의 단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잔모래처럼
수없이 많은 별들
그 가운데에
나를 바라보면서
빛나는 별이 있다



재밌는 건 백합이라는 꽃의 이름입니다. 

백합의 꽃말은 순수, 영원, 순수한 사랑,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데, 소세키 문학에서 백합은 사랑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그 후>에도 두 남녀와 함께 백합이 등장하는 가슴 떨리는 장면이 있죠.
이 백합은 한자로 百合인데요, 이 한자를 풀면 백 년의 만남으로도 읽을 수 있어요. 

그야말로 이 이야기와 가장 어울리는 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소세키만큼 세련되면서 우아하게 사랑을 그리는 작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짧지만 그런 소세키의 아름다운 표현을 이 작품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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