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세키의 단편소설 <몽십야>는 1908년 아사히신문에 열흘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연재된 이야기입니다.
<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그중 첫 번째 밤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소세키는 짧지만 선명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독자의 마음속에 새겨줍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녀와 백 년을 무덤 곁에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백 년 후에 꼭 만나러 오겠다는 여자를 기다리며 해가 뜨고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 둘 헤아리며 남자는 기다립니다.
백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간으로도 기나긴 시간입니다. 백 년이란 아득한 세월, 영원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 영원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영원한 사랑을 여자는 원한 겁니다. 어찌 보면 이 영원한 시간이란 결국 ‘죽음’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죽음만이 헤어진 두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꿈속에서 자신을 향해 피어난 백합을 바라보며 “백 년은 이미 와 있었구나” 하고 깨달은 남자는 자신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고 깨달았는지 모릅니다.
소세키가 생각하는 사랑을 저는 이 몽십야 첫 번째 밤 이야기에서 늘 느낍니다.
소설 속에는 백합과 샛별이 나옵니다.
백 년이 흐르고 남자 앞에 나타난 백합은 죽은 여자의 환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멀리 하늘의 샛별이 남자에게 보낸 선물 같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무덤 곁에서 자신을 지키는 남자를 하늘에서 여자는 내내 지켜본 거예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사오카 시키의 단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잔모래처럼
수없이 많은 별들
그 가운데에
나를 바라보면서
빛나는 별이 있다
재밌는 건 백합이라는 꽃의 이름입니다.
백합의 꽃말은 순수, 영원, 순수한 사랑,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데, 소세키 문학에서 백합은 사랑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그 후>에도 두 남녀와 함께 백합이 등장하는 가슴 떨리는 장면이 있죠.
이 백합은 한자로 百合인데요, 이 한자를 풀면 백 년의 만남으로도 읽을 수 있어요.
그야말로 이 이야기와 가장 어울리는 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소세키만큼 세련되면서 우아하게 사랑을 그리는 작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짧지만 그런 소세키의 아름다운 표현을 이 작품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