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낯선 작가들의 글도 꽤 실려 있습니다. 시와서의 테마 선집 시리즈는 묻혀 있는 좋은 작품들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생각한 책 시리즈입니다. 이런 선집이 아니면 잘 접할 수 없는 작가들이기에 책이 나오면 하나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히사오 주란이라는 작가를 소개할게요. 1902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작가로 소설가이면서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한 작가입니다. 추리, 역사, 유머 소설 등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남겨 나오키상, 신청년상 등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다채로운 작품이 많아 ‘다면체 작가’, ‘소설의 마술사’로 불리기도 했어요. 특이한 점은 프랑스에 유학한 적이 있는데 파리에서 렌즈 광학과 연극 연출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귀국하고 소설 집필과 연극 연출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1902~1957


<봄은 마차를 타고>에 실린 작품은 1939년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던 <포도 덩굴 다발>이라는 작품입니다.
소설의 배경과 등장인물부터 독특해서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고향인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있는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로, 주인공은 베르나르라는 프랑스인이에요. 배경도 그렇지만 소재도 무척 독특한데 무엇보다 너무 유머러스한 작품입니다. 교정하면서 몇 번을 다시 읽는데도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하코다테에 있는 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소설 속에도 나오지만 ‘등대의 성모 수도원’으로, 1896년 프랑스의 수도사들이 세운 일본 최초의 남자 수도원입니다. 돌투성이의 땅을 수도사들이 갈고닦아 이런 멋진 곳을 만들었습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묵상을 중시하는 엄격한 규율 때문에 침묵의 수도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사 중에도 수화로 소통한다고 해요.


척박한 땅을 직접 일구어 수도원을 짓고 있습니다.


묵언의 식사 시간



그로부터 백 년이 훌쩍 넘은 이 수도원의 지금은 마치 유럽의 한 풍경 같은 느낌입니다. 

입구로 들어가는 길의 키 큰 가로수, 성모상이 있는 동굴 등이 유명한데 소설 속에도 등장합니다. 소설 속 묘사만으로도 꼭 한 번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아주 유명한 곳이어서 아마 가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작업하면서 찾아보니 풍경이 정말 너무 아름다워요. 이 사진들을 보면서 이 수도원에 들어간 베르나르라는 남자의 웃픈 스토리가 펼쳐지는 <포도 덩굴 다발>을 읽어보시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홋카이도의 봄은 눈이 사라지기도 전에 서둘러 찾아온다. 뭐든 한입에 잔뜩 넣으려는 아이 같다. ...”
- <포도 덩굴 다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와서의 테마 단편선 첫 번째 선집 <봄은 마차를 타고>가 출간되었습니다.🥰

펀딩해주신 독자님들께 먼저 보내드렸는데 내일이나 모레까지는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이렇게 새 책이 나왔는데 저는 지금 벌써 다음 책 작업을 하고 있네요. 😆
새 책이 나왔으니 많은 분들과 얘기 나눠보고 싶어요. 
봄이 떠나기 전에 봄 분위기 맘껏 즐기며 봄의 단편들을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고마워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암동 산책길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와서의 봄의 단편선 <봄은 마차를 타고>가 인쇄 중입니다. 

다음 주에 펀딩해주신 독자님들께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종적으로 한 작품이 더 추가되어서
열두 명 작가의 열네 편의 단편이 실리게 됐습니다.

그래도 봄의 한복판에 독자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 도쿄 여행 때 노(能) 공연을 보았습니다. 오래전부터 별렀는데 이번에 보게 되었어요. 노 공연을 처음 본 건 이십 대 중반 무렵이었는데 뭔지도 모르고 따라가서 이게 뭐야... 하면서도 묘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일본문학을 읽고 번역하면서 이 ‘노’라는 것이 가진 매력에 점점 끌리게 됐어요.

서양문학을 깊이 이해하는데 그리스로마신화나 성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저는 일본문학의 곳곳에 이 ‘노’나 ‘가부키’ 같은 전통 예술의 흔적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거기서 일본문학이 가진 독특한 미의식 같은 걸 느끼게 합니다.



이곳 국립노가쿠당은 도쿄 센다가야역 근처에 있는 노 전용 극장입니다. ‘노가쿠’라는 것은 ‘노’와 ‘교겐’을 합친 말이에요. 이번 공연작은 <유야>라는 유명한 작품인데 이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가 각색해서 희곡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마침 그 원작의 노 공연이기도 했고, 예전에 보고 느끼지 못한 것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찬찬히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정면 중간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배우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잘 볼 수 있었어요.


의자에 붙은 자막은 아주 좋았습니다. 글자도 큼직하고 영어, 일본어 다 나오고.


식사 시간을 놓쳐 극장 안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먹었어요. 일본어를 모르는 S가 영어 안내서를 요청하니 인쇄해서 식당까지 가져와주는 친절에 감사감사 인사를 하고... 음식은 평범하게 맛있는 맛.. 배가 고파 싹싹 비웠습니다.







노의 무대는 양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무대는 편백나무로 지어지는데, 정면 무대 뒤에는 세 그루의 소나무 그림이 있고 왼쪽에는 긴 복도 같은 길이 있어요. 영화 <국보>의 가부키 무대에서 배우가 등장하는 길처럼, 이 복도(하시가카리)를 통해 배우가 등장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극장 안 구경...





노의 세계는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왼쪽 복도 끝의 막 뒤는 영혼의 세계입니다. 죽은 자는 이 막을 넘어 복도를 걸어 본 무대인 현세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 죽은 자가 노의 주인공이고 반드시 가면을 쓰고 등장합니다. 그리고 우연히 여행을 떠나온 이승의 사람과 우연히 마주치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산 자는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이 그저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죽은 자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다 하고 떠납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렇게 해서 이 죽은 자의 진혼이 이루어집니다.


제가 노에 관심이 깊어진 계기는 소세키의 <풀베개>를 작업하면서부터였어요. <풀베개>는 그야말로 노의 무대를 그대로 가져와 소설로 만든 거예요. 노에 조예가 깊었던 소세키는 <풀베개> 속 곳곳에 노의 표현 방법이나 진혼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며 풀베개의 ‘나미’라는 여성이 하는 행동과 말, 죽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면 소세키가 말하려는 것이 조금씩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번 단편집 <봄은 마차를 타고>에 실리는 <열흘 밤의 꿈>도 노의 형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노는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이게 뭐지 싶은데 보면 볼수록 끌립니다. 서민 예술인 가부키와는 달리 귀족들이 즐긴 예술다운 면면을 느낄 수 있고 알면 알수록 매력이 있어요. 이번에 가부키 무대도 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도저히 무리여서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의 전통 예술을 엄청 사랑하고 조예도 깊었습니다. 각색이 아니라 직접 창작한 가부키 작품이 있을 정도에 직접 배우로 가부키 무대에 오르기도 했어요.
앞으로 준비할 미시마의 노 각색 희곡집은 제가 읽고 그 자리에서 계약하겠다고 메일을 보냈을 만큼 좋았습니다. 이건 꼭 내가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저 그저 “아름답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계약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그래서 더 준비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시마의 이 희곡은 소세키의 <풀베개>처럼 노를 전혀 알지 못해도 아무 지장이 없지만 작품의 배경이 되는 원전을 번역서에 간단히나마 소개해드릴까 생각 중입니다.
미시마의 노 희곡 연극 공연은 꽤 자주 있는 편인데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미시마의 희곡으로 상연하는 연극을 꼭 보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