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요코의 소설 <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을 읽고 난 전 세계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보르헤스의 미로, 하루키의 환상, 애드거 앨런 포의 그로테스크함이 떠오른다는 말이 많습니다. 그리고 데이빗 린치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이 작가들과 감독의 작품들을 다 좋아하는 만큼 제가 이 소설에 빠진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전 특히 보르헤스의 픽션들 중 몇몇 단편에서 들었던 환상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또한 포는 그로테스크하지만 오가와는 그로테스크함을 더없이 서정적이고 우아하고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S는 최근에 읽은 미시마 유키오의 환상적인 미스터리 단편 몇 편이 떠오른다고 하네요.

오에 겐자부로가 오가와의 문학을 평한 적이 있는데 저는 이 한마디가 오가와 문학을 참 잘 나타냈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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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는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문체로 인간 심리의 가장 미묘한 움직임까지도 탁월하게 표현해낸다.


오에 겐자부로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오가와 요코인 만큼 대선배 오에에게서 이런 평을 받았다는 건 무척 영광이었을 것 같습니다.

오가와의 소설은 늘 어떻게 이런 상상을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장을 덮을 수 없을 만큼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문장을 가진 작가예요.
<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에서 탁월한 스토리텔러로서의 오가와 요코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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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는 열하나의 죽음이 거대한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기묘하게 얽혀가며 펼쳐지는 독특한 연작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어떤 결말도 방향도 제시하지 않고 독자들과 함께 헤매며 방황하게 만듭니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스릴러와는 전혀 결이 다른 소설입니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저마다 겪고 있는 삶의 고독, 현대의 권태, 소통의 부재로 괴로워하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어딘가에서 어떤 사물을 매개로 하여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내가 겪고 있는 상실과 고독은 결국은 누군가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나의 고통은 누군가의 고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용히 전해줍니다.

평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우리 일상의 겉면 밑으로 서늘하게 흐르는 인간의 고독과 슬픔, 그리고 은밀한 내면의 ‘독초’를 오가와만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매혹적인 소설 <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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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소설 속 인물들은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도 그렇습니다. 열하나의 단편은 저마다 다른 ‘나’라는 일인칭으로 서술됩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인물은 각 작품 속에서 공간적, 시간적으로, 또는 소품 등을 매개로 복잡하고 묘한 관계로 서로 얽혀 있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다가 마지막 편이 다시 맨 처음으로 이어지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묘한 구조의 소설이에요.

외국 독자들의 평을 보다가 번역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어요.
인물이 이름 없이 ‘나’로 서술되다 보니 성별이나 나이 등의 정보 없이 모호한 상태로 읽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나중에는 정황상 성별이나 나이 등을 짐작하게 되지만요.
이건 언어상의 문제로 벌어지는 건데, 영어로는 ‘나’가 ‘I’로만 표현되다 보니 그렇습니다. 

일본 독자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아닌데, 일본어에는 ‘나’를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가 있고, 그 각각의 ‘나’라는 말을 통해 성별, 나이, 신분 등 꽤 여러 가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 커트 보니것은 소설가는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바로 드러나도록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일본어로는 금방 드러나는 캐릭터가 번역으로는 그걸 표현하려면 머리를 싸매야 한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우리말은 어미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영미권보다는 그런 문제에서 조금 자유롭지만 역시 일본어만큼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진 않습니다. 게다가 한일 간에는 호칭이나 어미 등 다른 것들로 골치 아픈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것들이 번역할 때 고민스러운 점이지만 사실은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그 나라 언어와 문화에 맞는 표현을 생각해내는 것 자체가 번역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오가와 요코의 소설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는 고요하면서 신비로운 이공간, 그리고 국적을 알 수 없는 등장인물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묘한 매력이 넘치는 오가와 문학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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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맛본 독서 체험 중 가장 행복했던 것은, 아, 지금 읽고 있는 이 이야기는 먼 옛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비밀의 동굴에 새겨놓았던 것을, 폴 오스터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지금 나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동굴에 말을 새기는 일이 아니라, 동굴에 새겨진 말을 읽어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요즘 생각한다.

 - 오가와 요코 <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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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 문학의 특징 중 하나는 문장입니다. 오가와의 문체를 표현할 때 자주 보이는 말들이 ‘섬세함’ ‘절제’ ‘투명함’ ‘우아함’ 등등입니다.
제가 오가와의 문학을 사랑하는 큰 이유도 바로 이 문장 때문이에요.
일본의 독자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독자들도 하나같이 언급하는 게 그녀의 독특한 문장이니 번역문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에게 전달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는 영미권 번역의 제목이 <복수>인 만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오싹한 장면들이 꽤 등장합니다. 하지만 오가와는 절대 흐르는 피나 비명소리 같은 선정적이거나 직접적인 표현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런 자극적이고 잔혹한 표면 아래로 서늘하게 흐르는 뭔가를 통해 독자들에게 기묘한 공포와 불안감을 전해줍니다.

<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는 흔히 있는 공포를 다루는 장르물이 아닙니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그늘을 파헤치면서 절제되고 우아한, 서늘한 문체로 그려진 매혹적인 소설입니다.
섬세하고 투명하고 서정적인 문장이 어떻게 불안과 공포, 기이함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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