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요코의 소설 속 인물들은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도 그렇습니다. 열하나의 단편은 저마다 다른 ‘나’라는 일인칭으로 서술됩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인물은 각 작품 속에서 공간적, 시간적으로, 또는 소품 등을 매개로 복잡하고 묘한 관계로 서로 얽혀 있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다가 마지막 편이 다시 맨 처음으로 이어지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묘한 구조의 소설이에요.
외국 독자들의 평을 보다가 번역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어요.
인물이 이름 없이 ‘나’로 서술되다 보니 성별이나 나이 등의 정보 없이 모호한 상태로 읽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나중에는 정황상 성별이나 나이 등을 짐작하게 되지만요.
이건 언어상의 문제로 벌어지는 건데, 영어로는 ‘나’가 ‘I’로만 표현되다 보니 그렇습니다.
일본 독자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아닌데, 일본어에는 ‘나’를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가 있고, 그 각각의 ‘나’라는 말을 통해 성별, 나이, 신분 등 꽤 여러 가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 커트 보니것은 소설가는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바로 드러나도록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일본어로는 금방 드러나는 캐릭터가 번역으로는 그걸 표현하려면 머리를 싸매야 한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우리말은 어미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영미권보다는 그런 문제에서 조금 자유롭지만 역시 일본어만큼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진 않습니다. 게다가 한일 간에는 호칭이나 어미 등 다른 것들로 골치 아픈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것들이 번역할 때 고민스러운 점이지만 사실은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그 나라 언어와 문화에 맞는 표현을 생각해내는 것 자체가 번역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오가와 요코의 소설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는 고요하면서 신비로운 이공간, 그리고 국적을 알 수 없는 등장인물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묘한 매력이 넘치는 오가와 문학을 느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