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옛 그림의 친근한 아름다움은 어딘지 우리 뼈 속에 조상이 깊이 묻어 높은 무의식의 미감과 관계가 있을 성싶다.... 우리 그림을 보는 내 눈 속 깊이에는 그림의 고향이랄 것이 깔려 있어서 남의 나라 그림을 감상할 때 고생하던 학습과정에 비하면 한결 손쉬워진다. 그렇다고, 우리 그림은 우리 눈에 무조건 쉽게만 감상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의 아름다움은 우선 그것에 빠지고 홀려서 비로소 그 모습이 보이게 마련이다. 손쉽다는 의미는 다만 우리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고향의 감촉이 실은 우리 뼈 속에 묻혀 있는 심층의 미감과 서로 통하는지라 한 번 그림이 좋아지자 곧 쉽게 발동된다는 것 뿐이다.-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