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당평전 1 (반양장) - 일세를 풍미하는 완당바람, 학고재신서 31
유홍준 지음 / 학고재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일은 너무 너무 많다. 붓글씨가 이토록 재미있는 주제인줄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다. 완당이 당대의 명필일 뿐 아니라 동양삼국의 고금을 통털어 최고의 명필로 꼽을 수 있음을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다. 

추사체를 10초 이상 들여다 본 적이 10년도 넘은 것 같다. 추사체라 하여 들여다 봐도 무엇이 명필이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기억만 있다. 이건 국민학생 글씨 같은데 정말 예술엔 이해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아....

그런데 이번에는 추사체가 너무도 멋들어지게 보였다. 명품 중의 명품, 글씨 중의 최고인 듯 느껴졌다. 저자의 훌륭한 길안내와 더불어 사십고개에 접어든 나이탓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추사체라는 것이 젊은 천재의 작품이 아니라, 평생의 노력 끝에 나이 칠십이 다 되어서야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하니 더욱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서예가로서 타고난 자질도 자질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뛰어난 서예가라 코흘리개 시절부터 좋은 글씨를 보고 배우고 써볼 수 없었더라면, 그의 아버지가 청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어가는 길에 따라가 대륙의 붓글씨 발달상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성격이 참으로 별나고 별나서 완벽주의와 집중력으로 자신을 거듭 극하고 극하지 못했더라면, 당쟁의 패배자가 되어 10년 제주도로 귀양으로 좀 더 겸허해지고 시간이 나고 멋대로 글쓸 수 있게 되지 못 했더라면... 아마도 추사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복잡한 것이 세상이치인 모양이다. 손자는 싸움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道 天 地 將 法, 무려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닌, 다섯 개나 되는 오묘하고 골치아픈 절대필수준비사항을 꼽았다. 그러니 천하명품 붓글씨가 나오는 데 어찌 그 이치가 복잡하고 어지럽지 않을 수 있으랴... 항차 자기의 노력만으로 무언가를 이루려 안달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는가. 하늘과 땅과 길과 시스템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다 작심하고 달려들어 기를 쓰고 도와야 비로소 큰 일이 이루어질듯 말듯 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 이만큼 충실하고 제대로 된 인물전기가 나온 것은 박수치고 감격할 일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꿀릴 것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앞으로 붓글씨 삼매 좀 해야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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