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읽고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사람을 적잖이 봤다. 나 자신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7년간 거의 매일 아침 조깅을 하던 내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깨끗이 운동을 포기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후, 이 한 권의 책이 내 삶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현직 독일 외무부장관의 자기개조에 관한 보고서다. 세계 최강국의 하나인 독일의 외무부 장관이라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회적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외형적 성공에 관계없이 스스로를 깊이 성찰하였고, 자신의 삶이 형편없는 무절제와 소모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느꼈다. 그리고 달리기라는 수단을 택해 자기개조에 나섰다.

저자는 달리기를 통해 불과 1년만에 37kg을 빼 110kg대의 초비만형 몸매를 70kg대의 날렵한 몸매로 변화시켰다. 내친김에 마라톤 풀코스까지 완주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짐없이 10km씩 한 시간 이상을 달렸고, 아침이고 낮이고 한밤중이고 어떻게든 틈을 내어 거리로 뛰어나갔다.

그는 비만으로 고생하면서 여러 차례 다이어트를 시도한 전력이 있었다. 단식을 포함해 여러가지 수를 써봤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정신의 변화 없이 육체의 변화만을 시도한 탓이었다.

요쉬카 피셔가 살빼기에 성공한 이유는 살빼기 그 이상의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자신을 준비시킨 때문이었다. `내 성공의 실제적인 비밀은 완전한 변환에 있고, 나라는 사람의 프로그램 디스켓을 완전히 새롭게 썼다는 것이다…. 새롭게 프로그래밍함으로써 이전까지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는 살빼기에 성공했다기 보다는 자기개조에 성공했던 것이다. 그저 달렸다기 보다는 정신적 고양 속에서 소요(逍遙) 했던 것이다. 살빼자는 일념만으로는 그렇게 달릴 수 없었다. 나의 개혁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뼈속깊이 각인시켰을 때, 그는 기쁜 마음으로, 희망을 키우는 마음으로 달리고 또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인간 기관차`로 유명한 에밀 자토펙이 남겼다는 말이다. 무슨 화두 같기도 하고 싯구 같기도 하다. 인간의 기본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는데 달리기만큼 좋은 운동도 드문 듯 싶다. 달리기를 하면 모든 말단세포에까지 산소를 보내주는 일종의 생체기관을 위한 산소목욕을 하게 된다고 한다. 모든 근육이 활발히 움직이고 호르몬이 잘 생성되도록 하면 육체 자체의 행복호르몬 분비를 도와주며, 달리기를 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명상의 상태에 이르러 내적인 긴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화되는 정신적 효과도 본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신선한 자극제로 다가왔던 이유는 저자의 삶에 대한 진솔함이 그와 우리 사이의 간격을 일거에 허물어버린 때문이다. 이 책의 아주 중요한 장점은 남의 얘기가 내 얘기처럼 느껴지는 데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데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은 다음날부터 뛰기 시작했다. 과거 7년간 나는 하루에 30분씩만 달렸다. 30분만 뛰어도 운동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뛰기 시작한 날, 이제 30분쯤 뛰었겠거니 하고 시계를 보니 1시간 째 뛰고 있었다. 숨도 가쁘지 않은 채 말이다. 내가 왜 이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쉬카 피셔가 하루에 1시간을 뛰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도 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뒤로 나는 계속 하루에 한 시간씩 뛰었고 8개월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요쉬카 피셔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약속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너 자신을 결코 기만하지 말라! / 항상 너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일을 피하라! / 결코 포기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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