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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읽을 주목할 만한 신간 도서 - 에세이】  


2011년의 달력도 몇 장 남지 않은 11월이다. 10월에 이어 계속해서 바쁠 달이 될 듯 하지만, 그래도 책읽기에 소홀할 수는 없는 일!! 이번 달에는 어떤 놀라운 책들과 마주하게 될까?! 11월에 읽을 주목할 만한 신간 중 내가 읽고 싶은 도서 추천 시작~!! 

《소금사막》 

김영희 / 알마

요즘 계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나는 가수다’를 탄생시킨, 하지만 계속해서 함께하지는 못하고 있는 김영희 PD의 책이다. 남미에서 보낸 60일간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고 하는데, 이 책 역시(?!) 그저 그런 생각과 경험들을 담은 보통의 여행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가 사람을 대하는 마음, 세상을 보는 눈,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 걸어온 삶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대한 기대를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하니, 남미 여행을 통한 남다른 삶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우연을 끌어안는다》

노지혜 / 바다봄

저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40여 일간 머무르며 느꼈던 감정들을 담은 책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네덜란드의 이야기라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한 《나는 우연을 끌어안는다》라는 제목으로부터 처음에 받았던 작은 설렘 같은 느낌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우연을 통한 삶과 여행 그리고 우리들의 꿈의 이야기. 우연이라는 느낌이 가져다주는 많은 생각들이 어떤 생각으로 다가오게 될까?! 궁금해진다.


 

《소울푸드》

김어준, 성석제 외 / 청어람미디어

단순히 어떤 맛있는 음식들이 담긴 책일까 잠깐 생각해봤다. 그리고 책의 제목 옆에 있던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는 부제를 보며 순간 단순했던 나의 생각이 부끄러워 졌다. 왜 음식은 배만 채운다고 생각했을까?! 요즘 너무 본능에 충실해지는 것은 아닌지… 흠… 이럴 때일수록 내 삶의 허기를 더 채워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1인의 작가가 풀어내는 인생의 잊을 수 없는 맛을 통해서…


 

《그림과 그림자》

김혜리 / 앨리스

보통 그림이나 사진을 이야기하면 빛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흠… 설마 나만 그런 건가?! 암튼…!!) 살짝 낯설게도 느껴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림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혹은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어두운 공간,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 담긴 세상을 읽어나가는 일이란 것. 꽤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저 단 하나의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모습에서 만나는 수많은 공간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 마음산책

제목부터가 참 유쾌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너무 대책 없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놀라움 가득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가 산문집을 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 어떤 매력이 담겨있을지… 그의 뜻대로 삶을 낙관하게끔 만들어주는 책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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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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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저 낯설기만한 일이었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시를 철학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면 -평소의 나였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 저으며 뒤돌아섰을 것이 분명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이라는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전혀 평소의 나답지 않게 말이다. 평소와 같지 않은 행동과 생각,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대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뿐만이 아니라, 현재라는 지금 이 순간순간 마저도 흐릴 뿐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같은 것… 뭐, 이유야 어쨌든 조금이라도 다른 나를 위해 시도한 작은 선택인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반갑고 고마운 만남?! 뭐, 이 정도라면 한없이 부족한 표현력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 괜찮은 표현인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도 꽤 괜찮은(!?) 멘토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누구도 가지 않은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괜찮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나만의 삶이란 게 과연 똑바로 가고 있는가, 라는 또 다른 걱정에, 힘이 되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아직까지 이 사람이다 싶을 멘토를 못 찾은 이유도 있겠지만, 꼭 멘토가 있어야하나 싶은 생각이 다시 든다. 중요한 것은 결국 누군가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삶을 사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힘으로 영위하고 그것을 표현하라!”고 말이다. 또한 그것이 인문정신의 소망이라며… 자신이 느끼고 고민했던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면, 언젠가 자기만의 삶을 긍정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인이나 철학자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시와 철학을 읽는 이유는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친구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는 이제 그 대화를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책,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통해서 말이다.

 

 사실, 가볍게 대화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괴로움’이라는 말이 결코 뭔가를 포장하기 위해서만 언급된 말이 아님은 확실한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뭔가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이 단순히 즐겁기 만한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괴로움을 왜 자초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 것일까!? 나의 이런 저런 이야기보다 이 책의 저자가 한 말을 직접 언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는 말한다. “괴로움을 잘 이겨내면, 우리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얻게 될 겁니다. 어쩌면 인간에게 즐거움은 항상 괴로움이란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할 때에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라고 말이다. 그래, 괴롭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아니 조금만 깊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새로움과 놀라움, 그리고 즐거움으로 이어질 것임이 틀림없다. 이성복이나 문정희, 김행숙, 허연과 같은 시인, 그리고 그들을 위해하기 위한 라캉이나 시몬 베유, 바르트 등의 철학자들과의 만남이 처음에는 낯설겠지만, 그들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표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친숙함을 넘어선 즐거움으로 나타날 것이다. 어둡고 긴 터널이지만, 그것이 곧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길이되리라는 사실은 이 책이 가진 놀랍고도 즐거운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은 시를 통해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또다시 철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랑과 자유의 이야기로 향하게 된다. 시를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철학을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솔직히 의외였다. 물론 그만큼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그러고 보면 내가 철학이라는 것에 얼마나 많은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책과 함께한 시간은, 실제와는 다르게 그저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게만 느껴지는 철학이라는 이름을 어렴풋하게나마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이 책으로 하여금 우리가 그동안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밖에도 순간순간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잊지 말아야할, 그리고 반드시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야 할 것 하나는, 나의 삶을 정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나의 마음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정직하게 표현하며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사랑이 넓게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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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르 사전 열린책들 세계문학 183
밀로라드 파비치 지음, 신현철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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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우리 집 책꽂이에는 부모님께서 사주신 -지금은 그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백과사전 전집이 쭈~욱 진열되어있었다. 심심할 때마다 그냥 꺼내서 아무페이지나 펼쳐서 느낌가는대로 읽으면 되는 것인데, 그 당시에는 책을 보는 것이 왜 그렇게 싫었는지… 특히나 ‘가나다’순으로 되어있는 백과사전은 그저 숨 막히는 것으로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랬던 내가 ‘사전’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책을 직접(!) 구매하게 될 줄 알았을까?! 뭐, 물론 사전 형식을 빌린 소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사전이라는 이름에 숨막혀했던 내가 『하자르 사전』을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이 책에 대한 수많은 찬사 덕분이었다. 적어도 이 책에 실망을 할 일은 없지 않을까, 행여 있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또한 좀 더 시간이 지나게 된다면 그 생각에 좀 더 확신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좀 더 시간이 지나게 된다면 더더욱…

 

 『하자르 사전』을 단순하게-사실은 완전 복잡하다!- 말하자면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하자르’민족의 이야기를 사전 형식으로 써내려 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 하자르 민족. 그들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는데, 그 사건이 바로 하자르 논쟁이라는 것이다. 이 논쟁은 하자르 민족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신앙을 버리고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중 하나로 개종을 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자르 사전』은 바로 그 하자르 개종 사건에 대한 세 종교 각각의 시점으로 된 세 권의 책-레드 북, 그린 북, 옐로 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 나름의(?!) 해석으로 써내려간 각각의 책들을 통해서 우리는 하자르 민족의 모습들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자르 민족이 세 가지 종교 중 어느 것을 선택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하자르 민족과 그들의 나라는 개종을 하고 곧바로 붕괴했다는 사실이다. 이 외에도-혹은 그 속에 담겨있다고 해도 상관없을…-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하자르 논쟁부터 시작해, 아테 공주 이야기나 타인의 꿈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꿈 사냥꾼들의 이야기, 그리고 영원의 삶을 사는 악마들의 이야기 등… 단순히 그냥 이런 이야기다, 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설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책을 가득 채운다.

 

 음… 대충 책의 내용을 말했으니 이제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책의 내용이 이렇다 저렇다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책은 사전 형식이다. 고로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을 맺든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그렇게 밝히고 있고 말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책은 진짜 독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책 속에서 이야기되는 ‘사실’들은 중심이 되어 같을 지라도, 그 사실들이 어떻게 시작되고 연결되어 마무리 되는지는 독자들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의 내용이 어떻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짐작했으리라…

 

 책을 읽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이 세상의 모든 꿈은 이미 다 오래전에 누군가 꾸어 본 것들이다.’ 라는… 여전히 꿈꾸어 보지 못한 꿈도 많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뭐, 어느 정도는 공감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누군가가 꾼 꿈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 꿈의 실현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책을 쓰는 사람, 혹은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이런 꿈을 꾸어 보지 않았을까!?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이 쓸 수 있는 책을 쓰겠다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밀로라드 파비치’는 누구나 꿀 수 있는 꿈을 꾸었고, 그것을 실현 시킨 사람이 아닐까!? 바로 『하자르 사전』이라는 놀랍고도 신기한 책을 통해서 말이다.

 

 이제 겨우 『하자르 사전』의 맛만 본 나에게 있어, 앞으로도 이 책은 매번 새로움을 안겨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수학으로 따지자면 정답은 하나인데 그 과정에 수많은 방식이 있는, 아니 어쩌면 사회과학과 같이 그 정답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뭐, 그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만큼만, 내가 원하는 만큼만 보이는 것이 세상이고, 또 이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자르 사전』이 당신에게는 어떤 내용의 어떤 책으로 다가갈까?! 또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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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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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나만 간직하고픈 것들이 한두 가지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령 히트치지 않은 좋은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었을 경우라든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 혹은 전혀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책이지만 기대이상의 즐거움을 맛보았을 때와 같은 경우 말이다. 『변호 측 증인』이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에게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전설의 걸작’이라고 표현하면서 말이다. 그 자신도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정신없을 법한 작가가, 다른 누군가의 작품을 보면서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니…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그런 것일까?!

 

 스트립 댄서였던 ‘미미 로이’는 어느 재벌가의 외동아들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녀의 삶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비록 남편의 가족들-심지어 그 집에서 일하는 이들에게까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시아버지가 살해된다. 시아버지에게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은 자신의 남편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남편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살해 현장을 훼손하고 급기야 경찰에게는 거짓을 말하게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변호사와 변호 측 증인… 범인은 과연 누구이고, 변호 측 증인은 과연 누굴까!?

 

 검은숲의 책에는 ‘성분 함량표’라는 것이 있다. ‘고전의 반열, 대반전, 속도감, 캐릭터, 논리정연, 선정성’ 이라는 항목을 두고 작품마다 각 항목에 점수를 부여한다. 『변호 측 증인』 역시 이 성분 함량표가 존재하는데, 고전의 반열과 대반전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고 있다. 고전의 반열이란 역사적 의의와 수상경력을 이야기하는데, 그거야 뭐 직접 읽어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문제는(?!) 대반전이다. 이런 장르의 소설을 접할 때면 항상 작가와의 싸움(!?)에 결코 지지 말아야겠다는 굳은 다짐과 같은 것이 생기곤 한다. 특히나 『변호 측 증인』과 같이 대반전이 있다는 작품을 만날 때면 더더욱 신경 쓰기 마련이다. 결코 날 속일 수는 없을 것이란 자신감 혹은 오기랄까?! 그런데 항상 당하고 만다. 항상… 이번에도 어김없이…

 

 보통은 알면서도 당한다는 것이 기분 나쁘기 마련인데,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 당하면(?!) 그런 마음은 아주 순간일 뿐이다.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보다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고이즈미 기미코’라는 이 작가에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는 그 어떤 복잡한 트릭도 없이, 독자 스스로 글을 읽으며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리게 하면서 결국에는 독자 스스로가 만든 생각과 그림이라는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내가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허우적거리게 된 것인지-아니 어쩌면 어느 순간까지도 나 자신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얼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인지도…-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은 다시 이 책의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내용을 알고 본다면 또 다른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것이다. 그러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단순하게 굳어져만 가는지, 또 그것이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놀랍게도 단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세상을 살면서 가져야할 유연성이라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안겨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앞서 언급했던 ‘미치오 슈스케’는 『변호 측 증인』을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라고 말했지만, 기왕 나온 책이니 만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비밀스러운 작품이 지금에 와서는 어쩔 수 없이(?!) 비밀스럽지 않은 작품으로 되어버렸지만, 그가 간직했던 소중함에는 전혀 변동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자신만의 비밀 장소라고 붙여질 만큼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것일까?! 그 궁금증을 직접 확인해볼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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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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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캐딜락, 값비싼 시가는 반도 피우지 않고 버리고,
10만 엔은 더 되는 라이터를 매번 잃어버리고,
영국제 맞춤 양복을 입고 빗속을 태연하게 걸어 다니는 형사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없을 것 같지만 분명히 있다. 그의 이름은 ‘간베 다이스케’! 그를 설명하자면, 흠… 위의 설명 그대로이다. 캐딜락을 몰고 다니며, 아바나에서 공수해온 8,500엔짜리 시가를 피우고, 10만 엔이나 하는 라이터는 매번 잃어버리고… 에휴, 말하면 뭐하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상의 이야기이고, 말하면 할수록 괜히 알 수 없는 짜증만 날뿐인데… 뭐, 어쨌든 그런 사람이 있단다. 적어도 이 소설, 『부호형사』 속에서는 말이다. 돈이 많다는 설정이 살짝 짜증은 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사실은 -이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직업이 형사라는 사실이다. 엄청난 대부호의 외동아들이 그 많은 직업 중에서, 아니 어쩌면 직업 따위는 필요도 없는 그런 사람이 하필이면 형사란다. 그것도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꽤 탁월한 능력을 지닌… 물론 그런 능력이 엄청난 돈에서 시작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부호형사』는 제목그대로, 부호 형사인 ‘간베 다이스케’의 이야기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가 가진 돈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활약으로 ‘미궁’으로 빠질법한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뭐 그런 스토리이다. 이 책에서는 네 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은행 강도를 찾기 위해 미끼를 사용한다거나, 밀실 살인 사건을 다이스케 만의 방식으로 재연한다든가, 유괴 사건 해결을 역시 돈으로 해결한다든가, 하는 등등의 내용이다. 어쩌면 너무 흔해빠진 이야기에 당연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생각 외로 그 과정이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사건 해결을 위해서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결코 내놓지 못할 아이디어를 내놓는 우리의 주인공, 다이스케. 그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생각이 보통의 사람들-비싼 시가를 피우고, 비싼 라이터를 매번 잃어버려도 신경도 안 쓸 정도의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곳 보통 사람들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에게는 발상의 전환으로 다가오는 꽤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출간되기 전부터 『부호형사』는, IQ 178의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쓰쓰이 야스타카’ 때문에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지만, 사실 조금 걱정을 했던 것-실제로 그렇기도 했고…-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책을 만나기도 전에 『부호형사』라는 제목이 벌써부터 나에게 위화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랄까!? 불가능을, 갑부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돈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것도 잠시 했던 생각이고, 괜히 심술궂게 갑부가 어쩌고저쩌고, 짜증이 어쩌고저쩌고 했지만, 형사가 돈이 많든 적든, 나에게는 그의 이야기가 재미있기만 하면 괜찮은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부호형사』는 ‘쓰쓰이 야스타카’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미스터리라고 한다. 특히나 이 책에 담긴 네 편의 이야기를 구상하는데 2년 반이 걸렸을 만큼 그의 미스터리에 대한 첫 도전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그렇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것 같다. 미스터리라고 힘들게 낑낑 거리며 써내려 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이 장르를 통해서 독자들을 가지고 논다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평범한 듯, 부담 없이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뜬금없이 캐릭터 중 누군가가 독자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사건 해결 과정에 있어서 시간의 흐름도 이리저리 나눠서 요령껏-그것이 혼란을 주려는 것인지, 혹은 그만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표시인지 모르겠지만- 사용하기도 한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감춰진 사연이 많은 듯 슬쩍 이야기를 했다가도 생략하고 넘어간다면서 독자들을 약 올리며 결국에는 조금씩 조금씩 독자들을 마음껏 주무르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뭐, 그렇다고 그런 것이 결코 기분 나쁘거나 화가 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웃음으로 즐거움을 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에는 이런 것들이,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쓰쓰이 야스타카’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부호형사』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 설정에 있어서는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고 전체적인 시대적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로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더군다나 ‘쓰쓰이 야스타카’가 매회 엔딩 장면에 출연하기도 했다니, 또 다른 즐거움까지 안겨줄 것만 같아 더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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