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에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저 낯설기만한 일이었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시를 철학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면 -평소의 나였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 저으며 뒤돌아섰을 것이 분명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이라는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전혀 평소의 나답지 않게 말이다. 평소와 같지 않은 행동과 생각,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대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뿐만이 아니라, 현재라는 지금 이 순간순간 마저도 흐릴 뿐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같은 것… 뭐, 이유야 어쨌든 조금이라도 다른 나를 위해 시도한 작은 선택인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반갑고 고마운 만남?! 뭐, 이 정도라면 한없이 부족한 표현력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 괜찮은 표현인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도 꽤 괜찮은(!?) 멘토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누구도 가지 않은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괜찮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나만의 삶이란 게 과연 똑바로 가고 있는가, 라는 또 다른 걱정에, 힘이 되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아직까지 이 사람이다 싶을 멘토를 못 찾은 이유도 있겠지만, 꼭 멘토가 있어야하나 싶은 생각이 다시 든다. 중요한 것은 결국 누군가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삶을 사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힘으로 영위하고 그것을 표현하라!”고 말이다. 또한 그것이 인문정신의 소망이라며… 자신이 느끼고 고민했던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면, 언젠가 자기만의 삶을 긍정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인이나 철학자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시와 철학을 읽는 이유는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친구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는 이제 그 대화를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책,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통해서 말이다.

 

 사실, 가볍게 대화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괴로움’이라는 말이 결코 뭔가를 포장하기 위해서만 언급된 말이 아님은 확실한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뭔가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이 단순히 즐겁기 만한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괴로움을 왜 자초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 것일까!? 나의 이런 저런 이야기보다 이 책의 저자가 한 말을 직접 언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는 말한다. “괴로움을 잘 이겨내면, 우리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얻게 될 겁니다. 어쩌면 인간에게 즐거움은 항상 괴로움이란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할 때에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라고 말이다. 그래, 괴롭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아니 조금만 깊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새로움과 놀라움, 그리고 즐거움으로 이어질 것임이 틀림없다. 이성복이나 문정희, 김행숙, 허연과 같은 시인, 그리고 그들을 위해하기 위한 라캉이나 시몬 베유, 바르트 등의 철학자들과의 만남이 처음에는 낯설겠지만, 그들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표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친숙함을 넘어선 즐거움으로 나타날 것이다. 어둡고 긴 터널이지만, 그것이 곧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길이되리라는 사실은 이 책이 가진 놀랍고도 즐거운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은 시를 통해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또다시 철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랑과 자유의 이야기로 향하게 된다. 시를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철학을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솔직히 의외였다. 물론 그만큼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그러고 보면 내가 철학이라는 것에 얼마나 많은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책과 함께한 시간은, 실제와는 다르게 그저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게만 느껴지는 철학이라는 이름을 어렴풋하게나마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이 책으로 하여금 우리가 그동안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밖에도 순간순간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잊지 말아야할, 그리고 반드시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야 할 것 하나는, 나의 삶을 정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나의 마음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정직하게 표현하며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사랑이 넓게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