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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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공포영화 중에서도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특히 좋아한다. 《새벽의 저주》부터 시작해서《레지던트 이블》, 《랜드 오브 더 데드》, 《데이 오브 더 데드》, 《나는 전설이다》,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28일 후》그리고 《28주 후》까지 ㅡ. 좀비물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왜 좋아하는지 이유는 오늘에서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것은 좀비들이 오늘날의 우리를 닮았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죽은 시체들인데 몸만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과 뭔가에 굶주려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체처럼 살아가는 오늘날 인간의 무한 탐욕을 볼 수 있고, 폭력으로 일관되는 그들의 모습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현대인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현실을 벗어나 또 다른 욕망을 이야기함으로써 해소되는 뭔가를 느끼기에 좀비물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마지막에 남는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인간 본연의 삶이 혼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치기 때문에, 그 깨우침으로 오싹한 공포 그 자체를 즐기기에 그런 것일까?!  

 


책의 이야기를 써야하는데 너무 다른 길로 와버렸나?! 내가 좀비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 말하려다 보니.. 뭐, 어쨌든,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라는 제목부터 확~ 끌리지 않는가?! 음.. ㅡㅡ^ 난 끌렸다. ㅎㅎㅎ 《오만과 편견》이라는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작품에 '입에 담지 못할 그것'을 더했다기에 과연 어떤 작품이 될는지 상당한 기대를 했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원작《오만과 편견》과 거의 내용을 같이 한다. 단지 "좀비"라는 소재가 가미되었을 뿐이다. 55년 동안 영국에 (좀비가 활개치고 다니는) 괴상한 역병이 퍼져있다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상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런저런 평가를 떠나서 일단은, 즐거웠고 신났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소설을 읽으면 소설 속 느낌에 상상을 더해서 나만의 세트장을 만들고, 그 세트에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넣고는 나만의 영화를 제작(?)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큰 상상을 더할 필요 없이 영화 《오만과 편견》의 배경과 주인공을 그대로 옮겨오면 되었다. 비록 나만의 편견(?!)으로 상상력에는 제한을 받았지만,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 베넷 역을 맡았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칼과 총을 들고 좀비와 싸운다는 생각을 하니.. 약간의 황당함과 많은 즐거움으로 인해 더 신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답답하고 짜증나는 높으신 분들의 모욕적인 발언들에 우리의 주인공은 단순히 "죽이고 싶다"라는 표현이 아닌, “망토위에 그의 목을 올려놓고 싶다”라든가, “뱃속의 내장을 꺼내 목 졸라 죽이겠다”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리고 당장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려는 시도와 그에 버금가는 상상으로 인해 쌓였던 스트레스도 한 방에 날릴 만큼의 시원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현실에서 그 누가 감히 그러하겠는가?! 어차피 《오만과 편견》의 패러디성 짙은 작품이기에 원작과 다른 뭔가를 기대했었는데, 그 시원함은 정말 이런 작품이 아니면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패러디문학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재미있으면서도 순간순간 느껴지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무술을 배웠다. 일본에서 배웠다. 일본 닌자가 경호원의 역할을 한다. 등등의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그 자체마저도 무시하는 듯, 비웃는 듯 하는 느낌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좀비라는 것이 원래 그러하듯, 좀비의 등장에는 그 자체의 지저분함(?!)이 함께 담겨져 있다. 소설 속에서 강인하게만 나오는 엘리자베스도 자주 구토를 할 만큼의 구역질나는 징그러움과 피가 소설 속에 몰아친다 ㅡ.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약간은 거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오만과 편견』에 좀비라는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발상으로 신기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결국에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스스로 이미 상당한 편견을 가짐으로써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라는 새로운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이든, 나 스스로의 편견에서 벗어난다면 훨씬 즐거운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지어본다 ㅡ.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회에  《오만과 편견》도 다시 제대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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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움직이는 메모 - 손이 뇌를 움직인다!!
사카토 켄지 지음, 김하경 옮김 / 비즈니스세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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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한다. 뭔가를 하다가 갑자기 해야 할 또 다른 일이 떠오르면 잠시 머릿속에 저장(?)해 놨다가 하던 일을 마저 끝내고 그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놓고서는, 돌아서면 까먹어 버린다. 그리고 나중에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 나 스스로를 탓하고는 한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보니 어딘가에 조금씩 메모를 해놓기 시작했다. 

 메모를 한다는 자체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스스로도 도움이 많이 받았기에 그러기도 했고, 주위의 이야기나 책, 혹은 TV를 통해서 많이 들었기에 더더욱 좋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문제는, 메모를 하는 것은 좋은데, 시간이 흘러 해놓은 메모를 찾지 못한다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문제의 발생을 방지하고자 이제는 컴퓨터에 저장을 해놓는데, 외출을 하면 다시 찾아볼 수가 없다는 또 다른 문제를 낳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라면 이유고, 핑계라면 핑계라 할 수 있는 것들로 인해 완벽한 메모의 방법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노력이 부족했다고 해야 할까?! 나의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잘 안다는 듯이 『뇌를 움직이는 메모』의 저자「사카토 켄지」는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말들을 건넨다. 

 『뇌를 움직이는 메모』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메모에 대한 무한 찬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이 그런 시각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메모는 중요하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 메모가 뇌를 운동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개개인의 꿈을 실현시키는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메모"라는 행태를 통해 좌뇌와 우뇌를 모두 단련시켜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뇌의 상태를 유지하게끔 만드는 것이 전체적인 요지이다. 우뇌와 좌뇌를 이야기하고 메모의 효과를 말하며, 이런저런 실천적 방법에다가, 다시 뇌를 단련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는 구성되어있다. 

 책을 읽다가 가끔씩 내용들이 이리저리로 뛰어다닌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메모라는 행위를 두고 무슨 만병통치약인 듯 다루는 모습에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자는 메모에 대해 그만큼 커다란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또 다른 믿음이 생기기도 했다. 

 솔직히 『뇌를 움직이는 메모』라는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메모를 좀 더 효율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의 시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ㅡ.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단 한방에 그리고 아주 손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깨닫기도 했다. 평소 끈기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어떻게 그 부족함을 채울까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었는데, 꾸준함으로 뭔가를 이루어 낸다면, 그 효용(?!)에 힘입어 계속 그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을 이제는 메모로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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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칸 책 (블루) - 개정판 나의 빈칸 책 1
이명석, 박사 지음 / 홍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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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주위에서 누군가 “나 그 사람 잘 알아!!” 라며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떠들어 대는 경우를 볼 때면, 난 항상 씁쓸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나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저 사람은 다른 사람도 잘 안다고 그렇게 떳떳하게 말 할 수 있는지.. 말하고 보니, 그 기분이 씁쓸함인지 그 사람을 향한 비웃음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ㅡ. 


 

『나의 빈칸 책』을 펴게 되면 [   ] 이런 빈칸이 펼쳐진다. 그리고 나를 저자라고 칭하며 소개를 할 수 있게끔 빈 공간이 나타난다. 그렇다. 이 책은 "나" 스스로가 저자가 되는, "나의 책"이다 ㅡ. 흥분되지 않는가?!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나의 책을 쓰게 된다니..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에 빠진 채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음.. 어쩌면 읽어나갔다는 표현보다는 써나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뭐 어쨌든, 페이지가 조금씩 넘어가면서 책을 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나의 책"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쩌면 "나의 책"이기에 더더욱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 ㅡ. 쉬운 듯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의 빈 칸을 채워가는 것이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 내 스스로가 나를 이야기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지난 기억들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어렵고, 나의 등 뒤에 있는 상처를 찾기 위해 내 몸을 더듬는 것도 어렵고, 방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지 모르는 추억의 물건들을 찾아 꺼내는 것도 어렵다. 나만 너무 어렵게 느끼는 것일까?! 평소에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과 같은 '가장'이라는 최고형(?)의 표현이 담긴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어 하는 나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평소에는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더욱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꼭 무슨 특별한(?) 일이 닥쳐야지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살아 왔던 것 같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혹은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그리고 그 생각들을 정리해 나간다. 하지만, 힘들지만 좀처럼 쉽게 가지지 못하는 이런 멋진 기회로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 새롭게 나를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빈칸 책』
은 하루 이틀, 혹은 한 주, 한 달에 끝낼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나타내는 것인데 그런 짧은 기간은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사실, 250페이지의 분량이지만 꼼꼼하게 체크하고 적어나간다면 그런 짧은 기간 동안 끝내기에는 절대 불가능하기도 하다. ㅎㅎ) 이 책은 일생의 나와 함께 하면서, 진정한 나를 나타내는 책으로 남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빈칸 책이지만, 살짝 바꿔서 사랑하는 사람과 "우리의 빈칸 책"으로 꾸며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난 연인에 대한 기억들이 담긴 페이지는 삭제해야겠지만 말이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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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사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102
하토리 마스미 지음, 김미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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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사바이트(Exabyte)는 1018 바이트로 페타바이트의 1000배의 용량이다.

 

다시, 저장 용량의 단위를 정리해 보면..

《킬로바이트(KB) – 메가바이트(MB) – 기가바이트(GB) – 테라바이트(TB) –

페타바이트(PB) – 엑사바이트(EB) – 제타바이트(ZB) – 요타바이트(YB)》의 순이 된다.

 

- 출처 <위키 백과>

 

아직 기가바이트에 익숙한 나에게 다가온, 생소하게만 느껴지는,『엑사바이트』ㅡ. 최첨단 IT 스릴러라는 사실과 미래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라는 사실에, 지금까지 접했던 다른 스릴러 작품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역시나
이 책은 지금까지 보아왔던(사실 몇 권 없긴 하지만..) 밀리언셀러클럽의 책들과는 다르게, 피가 난자하는 빨간색이라기보다는 금속성이 느껴지는 은색이나 블루에 가깝다고 할 만큼의 차가운 느낌이 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나카지」는 '미간이나 이마, 눈 꼬리 등 얼굴 한곳에 부착해 자신의 평생 체험을 전부 기록하는 소형 카메라'를 일컫는 "비저블 유닛"이라는 장치를 활용한 방송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TV프로듀서이다. 어느 날, 그에게 나타난, "엑사바이트"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한 여인이 공동사업을 제안하게 된다. 그 사업은 바로, 세계인의 유닛기록을 모두 모아서 전 인류의 삶이 모두 담긴 '실시간 세계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 거대한 사업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커다란 음모들.. 그 흥미진진한 상황들이 나카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ㅡ.

 

기계로 인해, '한 사람의 삶을 평생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비저블 유닛"이지만, 그 반대로 '감시'라는 또 다른 작용으로 인해 인류가 기계에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내용과 생각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차가운 느낌이 지속되었다. 또한, 그 차가움과는 반대로 주인공 「나카지」의 폭넓은 인간관계를 계속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아날로그적 인간관계를 더 눈부시게 비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금은 아쉬운 게, 크게 클라이맥스라 부를만한 순간이 없어서 왠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저블 유닛"이라는 장치는 꼭 클라이맥스가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듯 했다. "비저블 유닛"의 존재로, 내용이 전개되는 내도록 나 또한 감시를 받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아쉬움은 쉽게 지나 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한 평생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 기록이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록하고 그 모든 것을 사실로만 받아들여야 한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추억으로 삼기에는 기억이 불확실한 쪽이 달콤해.”(P59) 라는 말처럼, 어쩌면 인간의 기억은 정확한 것 보다 자신이 재정립하면서 가려낸 기억들이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진실만큼 불편한 것은 없다”라는 말로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진실과 기억, 그리고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ㅡ.

 

『엑사바이트』는 조금은 색다른 여운을 남기면서 끝이 난다. 불과 몇 십 년 후인 미래의 인류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에 스릴러적 요소의 가미 되어 또 다른 스타일을 소설을 만났다는 사실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기억'의 효용인거야.

이제껏 진실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존재한 적이 없네.

우리들이 만들어 온 세계란 게 원래 그래.”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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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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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이 아홉 살 되던 해 겨울,  

바깥에는 이 내리고 워런은 누이동생 버티와 함께 마당에서 논다.

 

워런은 눈송이를 손으로 잡는다. 그러다가 손으로 한 움큼 눈을 뭉친다. 점점 더 많은 눈을 붙인다. 제법 큰 공 모양의 눈뭉치가 된다. 소년은 이제 이걸 땅에 내려놓고 굴리기 시작한다. 눈뭉치는 눈덩이가 되고, 이 눈덩이는 점점 커진다. 신이 난 소년은 마당을 가로질러 눈덩이를 굴리고, 눈덩이는 더욱 커진다. 이윽고 눈덩이는 소년의 집 마당 끝에 다다른다. 잠시 망설이던 소년은 마침내 결심을 하고 이웃집 마당으로 눈덩이를 밀고 간다.

 

워런은 계속 눈덩이를 밀었고, 이제 그의 시선은 눈 덮인 온 세상을 향했다.

 

- 책의 도입부에서..

 

책의 도입부에 있는 글을 보고서야 "아~"라는 끄덕임과 함께 “스노볼(The Snowball)” 이라는 책의 제목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 워런 버핏의 삶을 정말 정확하게 나타내는 말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계속 굴리는 눈덩이가 처음에 단순히 예상했던 '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또 다른 끄덕임과 함께 ㅡ.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또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1951년 이후 연평균 31%의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의 귀재', '세계 최고의 부자 CEO' 로 알고 있는가?! 혹은 기업의 경영자나 수많은 투자자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로 생각하는가?! 뭐, 어떻게 알고 생각하든 별 상관은 없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도 「워런 버핏」이라고 하면 "돈"부터 떠오르는 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런 버핏」정작 자신은 다른 이들에게 부자가 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목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서 뭔가를 원하는 사람들(나 혹은 당신)은 그가 가지고 있는, 그가 가질 수 있었던 '돈'에 더 집착하는 당연함(?)을 보인다. 그가 얼마나 부자인지, 그가 어떻게 이런 많은 재산들을 모으게 된 것인지 ㅡ. 한 인물의 업적을 놓고 평가하면서, 또는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그가 가진 기술적 방법론에만 관심을 가져왔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누군가의 삶의 업적을 부러워하고 또 우러러 보면서 그의 삶을 배우고 싶다면, 그 방법론에 가려져 있는 "인간" 그대로의 모습부터 봐야 하지 않을까?!

 

'워런 버핏 따라 하기'라는 류의 많은 책이나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책은 넘쳐난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가 직접 이 책의 저자인 「앨리스 슈뢰더」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하고, 수많은 자료와 무제한적 인터뷰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가 다르다면 최대한 "아첨이 덜한 쪽으로"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의 발간 이후 저자와 버핏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하니.. 이 책의 객관성에 대한 의심은 일단 접어두고 봐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겉핥기식의 그 어느 서적들 보다 제대로 그의 모습을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스노볼』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군가의 삶을 한 권(혹은 두 권)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같이 큰 업적이나 성과가 없는 사람도 그렇겠지만, 이 소용돌이 시대에서 역사 속에 한 획을 그은 「워런 버핏」과 같은 인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런 버핏」이란 인물을 알게 되면서 먼저 '열정', '현명함', '원칙', '윤리의식' 이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단어로 그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진다. “워런은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고 멈추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꿈을 꾸고 실현시키고, 또 새로운 꿈을 꾸는 모습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한 번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는 그가 그 아픔을 견디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주식을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의 어린 시절 감정적 판단으로 인해 어떤 일을 망쳤던 그의 실수를 통해 깨우친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현명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없다. 주식 시장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경제적인 산출 결과를 반영할 뿐이다”라며 항상 지키던 기본적인 자신의 원칙이, 그 누구의 말(때로는 비판과 비난)에도 흔들림 없이 지금의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연평균 수익률에 추가로 몇 퍼센트 포인트 더 얻고자 수많은 사람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거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는 말에서 그의 윤리의식 또한 엿볼 수 있다.

 

한 인물의 업적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의 삶이 모두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멋진 책을 읽을 (혹은 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ㅡ. 「워런 버핏」이 가족들을 대하는(특히 수전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 그렇게 돈이 많아 걱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그의 아내에게는 무심했었는지.. 과연 나 스스로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식의 행동을 할지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아마, 버핏과는 반대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나의 이런 생각에 그가 동조(?)했었다면 지금의 워런 버핏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 어떤 일이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 ㅡ. 어쩌면 이것이 그와 나의 차이인가..?! ㅎㅎ

 

2006년 6월 26일 「워런 버핏」은 자신 소유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85퍼센트(당시 시가 370억 달러)를 다른 여러 재단들에 양도한다는 놀라운 말을 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중 6분의 5는 자신의 재단이 아닌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 양도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와 같은 그의 충격적이면서도 멋진 모습들에서 존경을 받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내가 주목한 것은 그가 바라보는 올바른 사회에 대한 것이었다. 연방 유산세 폐지 계획에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그의 모습과 세계 최고의 부자가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생각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또 그에 대해 경외심까지 느끼는 나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국내의 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대기업들을 향해 왜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기 힘든 모습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사랑은 많이 베풀면 베풀수록 사랑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그의 말에 그를 향한 경외심은 커져만 갔다 ㅡ. 돈을 그렇게 눈덩이 불리듯 불려오던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그가, 자신의 재산을 제한하고 사랑의 베품을 실천했다는 사실에 더더욱 ㅡ.






시대적 배경이나 환경은 달라도 분명 「워런 버핏」이라는 거대한 한 인물의 삶에서 분명 뭔가를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인 "배움"이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면, 책을 읽은 그 이후의 길은 그 배움의 실천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 배움의 모델이 되었던 인물을 뛰어 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노볼』을 통해 배움을 얻고, 조금씩 실천해 가고, 또한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을 뛰어넘기 위한 시작의 길이 눈앞에 열려있다. 이 길은 어떤 것이든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는 것으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1800페이지에 달하는,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워지는 이 두 권의 책에 워런의 '인간관계', '철칙과 신념', 그리고 '비경제 활동' 등의 다양한 배움이 담겨있다는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배움이 새로운 역사를 위한 뛰어넘음의 길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결코 지루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한 길이 될 것이다.

 

“자기 이름을 걸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돈을 기부하는 행위,

돈의 쓰임새에 대해서 일체의 간섭을 포기하면서 돈을 기부하는 행위,

또 하나의 제국을 세우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능력과 효율성을 따져서 선택한 여러 다른 재단들의 금고에

돈을 기부하는 행위는 기존의 기부 관습에 충격을 주었다.”

- P662

 

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 나쁘게 말할 것은 없지만, “경험과 관습에 의존하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다른 이들에게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입으로만 나불거리며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누군가(?!)와는 비교되는,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기 돈을 누구에게 거저 주든 뇌물로 주든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반박에는 이렇게 대합했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은 사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일정한 부분은 사회에 빚을 진 셈이다.”

- P487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있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시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 겁니다. 

- P689

 

우리 시대 가장 매력적인 드라마를 쓰는「워런 버핏」과의 만남 ㅡ.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사진들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 느낌에 더 큰 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단순히 누군가의 스킬을 보는 것이 아닌 한 인간의 뿌리를, 「워런 버핏」의 멋진 인생관을 담은 멋진 책 ㅡ. 그 멋진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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