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사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102
하토리 마스미 지음, 김미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엑사바이트(Exabyte)는 1018 바이트로 페타바이트의 1000배의 용량이다.

 

다시, 저장 용량의 단위를 정리해 보면..

《킬로바이트(KB) – 메가바이트(MB) – 기가바이트(GB) – 테라바이트(TB) –

페타바이트(PB) – 엑사바이트(EB) – 제타바이트(ZB) – 요타바이트(YB)》의 순이 된다.

 

- 출처 <위키 백과>

 

아직 기가바이트에 익숙한 나에게 다가온, 생소하게만 느껴지는,『엑사바이트』ㅡ. 최첨단 IT 스릴러라는 사실과 미래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라는 사실에, 지금까지 접했던 다른 스릴러 작품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역시나
이 책은 지금까지 보아왔던(사실 몇 권 없긴 하지만..) 밀리언셀러클럽의 책들과는 다르게, 피가 난자하는 빨간색이라기보다는 금속성이 느껴지는 은색이나 블루에 가깝다고 할 만큼의 차가운 느낌이 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나카지」는 '미간이나 이마, 눈 꼬리 등 얼굴 한곳에 부착해 자신의 평생 체험을 전부 기록하는 소형 카메라'를 일컫는 "비저블 유닛"이라는 장치를 활용한 방송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TV프로듀서이다. 어느 날, 그에게 나타난, "엑사바이트"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한 여인이 공동사업을 제안하게 된다. 그 사업은 바로, 세계인의 유닛기록을 모두 모아서 전 인류의 삶이 모두 담긴 '실시간 세계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 거대한 사업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커다란 음모들.. 그 흥미진진한 상황들이 나카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ㅡ.

 

기계로 인해, '한 사람의 삶을 평생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비저블 유닛"이지만, 그 반대로 '감시'라는 또 다른 작용으로 인해 인류가 기계에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내용과 생각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차가운 느낌이 지속되었다. 또한, 그 차가움과는 반대로 주인공 「나카지」의 폭넓은 인간관계를 계속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아날로그적 인간관계를 더 눈부시게 비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금은 아쉬운 게, 크게 클라이맥스라 부를만한 순간이 없어서 왠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저블 유닛"이라는 장치는 꼭 클라이맥스가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듯 했다. "비저블 유닛"의 존재로, 내용이 전개되는 내도록 나 또한 감시를 받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아쉬움은 쉽게 지나 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한 평생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 기록이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록하고 그 모든 것을 사실로만 받아들여야 한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추억으로 삼기에는 기억이 불확실한 쪽이 달콤해.”(P59) 라는 말처럼, 어쩌면 인간의 기억은 정확한 것 보다 자신이 재정립하면서 가려낸 기억들이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진실만큼 불편한 것은 없다”라는 말로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진실과 기억, 그리고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ㅡ.

 

『엑사바이트』는 조금은 색다른 여운을 남기면서 끝이 난다. 불과 몇 십 년 후인 미래의 인류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에 스릴러적 요소의 가미 되어 또 다른 스타일을 소설을 만났다는 사실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기억'의 효용인거야.

이제껏 진실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존재한 적이 없네.

우리들이 만들어 온 세계란 게 원래 그래.”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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