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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칸 책 (블루) - 개정판 ㅣ 나의 빈칸 책 1
이명석, 박사 지음 / 홍시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옛말에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주위에서 누군가 “나 그 사람 잘 알아!!” 라며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떠들어 대는 경우를 볼 때면, 난 항상 씁쓸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나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저 사람은 다른 사람도 잘 안다고 그렇게 떳떳하게 말 할 수 있는지.. 말하고 보니, 그 기분이 씁쓸함인지 그 사람을 향한 비웃음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ㅡ.
『나의 빈칸 책』을 펴게 되면 [ ] 이런 빈칸이 펼쳐진다. 그리고 나를 저자라고 칭하며 소개를 할 수 있게끔 빈 공간이 나타난다. 그렇다. 이 책은 "나" 스스로가 저자가 되는, "나의 책"이다 ㅡ. 흥분되지 않는가?!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나의 책을 쓰게 된다니..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에 빠진 채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음.. 어쩌면 읽어나갔다는 표현보다는 써나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뭐 어쨌든, 페이지가 조금씩 넘어가면서 책을 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나의 책"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쩌면 "나의 책"이기에 더더욱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 ㅡ. 쉬운 듯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의 빈 칸을 채워가는 것이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 내 스스로가 나를 이야기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지난 기억들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어렵고, 나의 등 뒤에 있는 상처를 찾기 위해 내 몸을 더듬는 것도 어렵고, 방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지 모르는 추억의 물건들을 찾아 꺼내는 것도 어렵다. 나만 너무 어렵게 느끼는 것일까?! 평소에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과 같은 '가장'이라는 최고형(?)의 표현이 담긴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어 하는 나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평소에는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더욱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꼭 무슨 특별한(?) 일이 닥쳐야지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살아 왔던 것 같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혹은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그리고 그 생각들을 정리해 나간다. 하지만, 힘들지만 좀처럼 쉽게 가지지 못하는 이런 멋진 기회로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 새롭게 나를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빈칸 책』은 하루 이틀, 혹은 한 주, 한 달에 끝낼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나타내는 것인데 그런 짧은 기간은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사실, 250페이지의 분량이지만 꼼꼼하게 체크하고 적어나간다면 그런 짧은 기간 동안 끝내기에는 절대 불가능하기도 하다. ㅎㅎ) 이 책은 일생의 나와 함께 하면서, 진정한 나를 나타내는 책으로 남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9595186480553.jpg)
나의 빈칸 책이지만, 살짝 바꿔서 사랑하는 사람과 "우리의 빈칸 책"으로 꾸며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난 연인에 대한 기억들이 담긴 페이지는 삭제해야겠지만 말이다..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