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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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트랙터 본팅 드로스” 

“슬랩 프리도 갠디 험프” 

“개스티 펜슬” 

“스푸드베치!”

자, 일단 이것을 해석해 보시라 ㅡ. 도대체 무슨 말일까?! 만약 집적 찾아보겠다고 영어 사전으로 손을 옮기고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렇다면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말이란 말인가?! 어디, 그린란드?! 베트남?! 몽골?! 뭐,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고 정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앗, 혹시 당신!! 저 말을 해석 했는가?! 우와~ 정말 축하한다!! 도대체 이해하기도, 그러고 싶지 않은 저 말을 해석 한 당신, 외계인이다!! 태양계 중심에서 대마젤란운 방향으로 7만 광년 너머에 있는, 털썩 성이라는 궁수자리 왜소 타원 은하에 있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 그것도 털투성이 꼬리가 있고 배꼽이 없고 인간을 납치하는 외계인!!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이 책,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이 그런 책이니까 ㅡ. 말도 되지 않는, 정말 엉뚱하다고 느껴질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ㅡ.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은 “쾅!”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제목과 귀여운 우주선 그림이 들어가 있는 표지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 그대로, 귀여우면서도 힘이 있는 작품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해 봤을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때 관심이 좀 가는가?! 살짝 이야기 좀 들어보겠는가?!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의 주인공은 장난기 가득하고, 호기심 왕성한 ‘짐보’라는 아이이다. 프라모델에 미쳤다가, 요리에 점차 심취하게 되는 실직자 아빠와 취직해서 아빠가 벌던 돈의 두 배를 벌고 있는 엄마, 데스 메탈을 듣고, 크레이터페이스라는 별명을 가진 멍청이를 만나고 있는 누나가 그의 가족이다. 짐보의 단짝친구 ‘찰리’도 중요한 인물이다. 그 역시 짐보와 같은 문제아이자 악동이다. 짐보와 찰리는 학교 선생님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작전을 짜게 되고, 결국 그 작전은 성공하게 된다. 대화를 엿들으면서 그들이 가졌던 목표는 달성하게 되고, 정리를 하려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분명 말하는 이들은 선생님이다. 하지만 그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 호기심 많은 짐보와 찰리는 선생님의 뒷조사를 하게 되고, 그들 뒤에 놓여있는 커다란 무언가에 위협까지 받게 된다. 급기야 찰리가 실종이 되고, 짐보는 우연하게 그의 누나 베키와 함께 찰리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ㅡ. 

 

이 이야기를 완전 압축해서 표현하면, “악동들의 지구 구하기”라는 위대하면서도 복잡할 것만 같은 사건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본다면, 내용이 그렇게 복잡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너무 쉽게 읽혀 아쉬울 정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얼마나 귀엽고 힘 있는 작품인가!!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에는 유쾌함이 넘친다.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 나오는 유머가 담겨져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즐겁기 그지없다. 또한 그 유쾌함만큼의 상상력도 가득 담겨 있다. 우리 주위 어딘가에 외계인이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을 글로 담아내고, 무한한 우주 공간까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말 영화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스타워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맨 인 블랙」을 아주 맛있게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귀여움에 더해지는 것이 넘치는 힘, 에너지이다. 단순히 아이들의 장난같이 보이는 일들이, 그들의 넘치는 힘을 통해서, 보다 큰 가르침(?!)으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오늘날의 현실을 힘 있게, 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낸다 ㅡ. 

 

 이런 책을 두고 어린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하는’ 책이라고 하는 것인가?! 아이들이 보든, 어른들이 보든,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물론, 내가 의미를 두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누구라도 이 책에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신나게 읽고 “스푸드베치!”의 무한한 상상 세계로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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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0-03-2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페이퍼백은 언제나 나올런지... ^.^;
 
신 결혼시대
왕하이링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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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결혼을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웃으면서 주고받았다. 다들 어디서 주워듣고 왔는지-그땐 결혼과는 거리가 먼 나이었으니...-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정신없이 쏟아졌다. 난 어떤 생각이었냐고?!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결혼이란 것, 어떤 것인지 미리 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 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왕하이링이 그려내는 결혼 이야기로 그 맛 좀 볼까?! 

 

왕하이링의 『신 결혼시대』는 ‘시골남자와 도시여자’, ‘연상녀와 연하남’, ‘교수와 가정부’의 사랑과 결혼을 이야기 한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한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젠궈샤오시의 결혼 생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젠궈는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이지만 시골 출신의 남자이다. 반면 샤오시는 대학 교수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도시여자이다. 그들이 사랑을 하게 되고, 결국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한 것이다. 열정적인 사랑으로 인한 결혼이었지만, 현실은 또 달랐다. 시골과 도시의 차이, 그 속에서 드러나는 문화의 차이들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을 계속해서 밀어내게 만든다. 그 즈음해서 샤오시의 동생 샤오항과 샤오시의 친구 젠자가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나이 차이와 젠자의 과거문제로 그들의 사랑과 결혼은 벽에 부딪히게 된다. 반면 -샤오시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겨진 샤오시의 아버지는 항상 그의 곁에 있어주는 가정부 샤오샤에게 관심이 가게 된다. 젠궈와 샤오시, 샤오항과 젠자, 샤오시의 아버지와 샤오샤 ㅡ. 그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현실 속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ㅡ. 

 

 『신 결혼시대』를 읽어나가기 전에 걱정을 좀 했다. 중국 소설이라는 사실과 5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가 그 이유였다. 책의 두께야 그렇다고 쳐도, 중국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와 책사이에는 자리 잡고 있는 어색함이 문제였다. 그 어색함은 아마도 선입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이라고 하면 내가 읽기도 어려워하는 한자들이 먼저 떠올라, 딱딱하고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걱정을 앞세우고 읽기 시작한 이 책, 결국에는 언제 걱정했냐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페이지가 넘어갔다. 생각과는 다르게 속도감이 있고, 딱딱함과는 거리가 먼 말랑말랑하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다양함 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실례이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마디의 표현으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재미있다”  는 ㅡ. 

 

재미있다고 했지만, 책의 세부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재미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책이 그런 것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느껴진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결혼을 “이익에 의해 견제를 당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말이다. 어렵게 화해했다가도, 단순한 사실로 또 다시 틀어져 버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때로는 조금만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면 쉽게 풀릴 일인데 꼭꼭 감추고 서로 다른 생각들로 오해만 커지게 만드는 모습들을 보면서는 화도 나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는 그들을 응원한다기 보다는 결혼이라는 끈끈한 결합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결혼 ㅡ. 전혀 다른 공간에서 살던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계속해서 반복하게 된다. 결혼,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신 결혼시대』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결혼을 해야 하는 입장으로 보면 살짝 위험하게 느껴지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그 어려움의 원인을 당사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힘든 상황들을 소설로나마 경험(?!)해봤기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뭐, 이런 생각이든 저런 생각이든 결혼이란 것은 직접해봐야 할 것이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저런 다양한 상황에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다양한 느낌으로 전해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에 정답은 없는 것이다. 정답은 자신만이 만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책 속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듯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결혼이 해피엔딩으로 나타나길 소망해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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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
아리안 부아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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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면 다양한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보통의 그 변화는 아주 단계적이다.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엄청난 충격과 슬픔이 함께한다. 그것이 조금 심해지면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모든 것이 장난일지 모른다고, 용서해 줄 테니 돌아오라고 곁에 없는 이를 향해 중얼거리게 된다. 이 단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아마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현실 부정이 아니라 반대로 현실과 부딪히며 더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더 바쁘게 바쁘게 살아가면서 슬픔을 잊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면 잊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바쁘게 살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그것이 아주 짧은 순간이더라도-을 마주하게 되면 더없이 큰 슬픔에 빠지게 된다. 그 마음은 곧 떠난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아픔에서 헤어 나오는 좋은 방법은 되지 않을 것 같다. 결국에는 그 아픔과 부딪혀 이겨내는 법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ㅡ. 과거나 현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죽음에 맞서 싸우는 것! 『남겨진 사람들』에서의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피에르가 ‘부드러우면서도 왠지 불쾌한 소리’를 듣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 소리는 그의 아들 드니가 창밖으로 몸을 던지던 순간의 소리이다. 그로인해 남겨진 것은 불가능한 각도로 접힌 다리와, 붉은색의 주검, 그리고 충격에 빠지게 되는 -드니를 제외한- 도비녜 일가이다. 갑작스러운 드니의 죽음에 가족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드니의 죽음에 대한 충격에서 현실부정으로, 그러고는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점차 변해가면서 그들의 가족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보통의 생각이라면, ‘드니는 왜 자살을 했을까?’ 혹은 ‘드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 이야기들을 파고들어가겠지만, 『남겨진 사람들』에서는 그 시각을 달리한다. 이야기는 -드니가 중심이 아니라- 드니를 제외한 가족들, 드니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을 중심에 놓게 된다. 아버지 피에르, 어머니 로라, 누나 디안, 동생 알렉상드르를 차례로 돌아가면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ㅡ.

 



  

“처음에 받은 충격보다 그 후가 더 힘들어……. 그 후가…….
다른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지.
그게 용서가 안 돼. 제자리에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모든 게 견딜 수가 없어.” - p65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통의-죽음에 보통과 특별함을 구분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죽음과는 다르게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겪게 되는 상황들이다. 갑작스러웠기에 그 죽음은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자살이라는 상황까지 더해졌다는 사실에, 그 상황과 개개인의 지난 행동들까지 떠올리게 해 더 큰 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이라는 같은 입장이지만, 모두 다른 상황에서 느끼는 다양한 생각과 그들의 변화를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남겨진 자가 되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 아픔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느낌일지 어렴풋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기억-물론 모든 것이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이 떠올라 힘들었다. 사람들이 위로한다고 던지던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떤 경우에는 가식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냥 공허한 느낌으로만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다. 상당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라 모든 것들이 힘겹게 느껴지던 그 순간들이 다시 찾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다양한 슬픔의 산술법’에 나를 하나하나 대입시켜보는 순간들을 맞이하며, 그 순간들을 다시 하나씩 하나씩 헤쳐 나가야만 할 것만 같은 고통스러운 순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그렇고, 지금의 나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죽음의 고통을 해결할 수는 있는 것이 남겨진 사람들이다. 그 해결이라는 것에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누군가의 죽음과 부딪혀 견뎌내는 것과, 오랜 시간 묻고만 지내는 것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힘들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아직 제대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 말은 쉬우면서도 행동은 어려운 것이 죽음의 대한 이해와 생각들,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들이다. 삶과 함께하는 죽음, 죽음과 함께 남겨지는 삶 ㅡ. 그런 삶의 이야기가 담긴, 『남겨진 사람들』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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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 인생 홈런을 치다
마쓰오 다케시 지음, 전새롬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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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물론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평범한 일상’이라 불리는 그냥 그런 팍팍한 삶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고민이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닌 세상과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는 생각으로 발전하고, 그러기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고민들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무리 머릿속이 복잡하더라도, 그것은 그냥 생각일 뿐이었다. 실제로는 생각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것을 위해서 이제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헛스윙 인생, 홈런을 치다》라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그 꿈틀거림을 시작되었으나,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그 미비한 꿈틀거림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헛스윙 인생, 홈런을 치다》는 현실에 머물러 있는 한 남자가 한 소년을 만나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별 생각도 관심도 없는 IT 관련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게 되는 ’시노자키 고헤이’ ㅡ. 취업 36연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로서는 앞뒤가릴 것 없이 당장의 ’합격’에 기뻐하고 그 회사에 다니기로 결정하게 된다. 합격이라는 그 자체가 그 당시, 당장의 목표였고, 그 목표를 이루었으니 당연할 수밖에 ㅡ. 하지만 계속해서 그를 지배하는 것은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이다. 뚜렷한 삶의 목표도 없이 불안감만 가득안고 5년이 흐른다 ㅡ. 그런 그에게 낯선 아이가 등장하는데, 그 아이는 고헤이의 어릴 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소년인 나에게 평범한, 혹은 그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재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쉽지 않음 속에서 다시 삶을 찾아가는 고헤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ㅡ.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적은 분량으로, 전혀 복잡하지도 않은, 오히려 쉽게 읽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그저 오랫동안 잊고 지낸 ‘소년’을 잠깐 현실로 꺼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소년’과의 일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생각들은 기대이상, 상상이상이다.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분명 큰 울림으로 다가가리라 생각한다. 나처럼 ㅡ.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이미 자기 안에 답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내가 굳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도 그들은 모두 답을 알고 있었다. - p185

 

최근 1년 동안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라는 그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책을 무작정 많이 읽다보면 그 속에 내 인생의 답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물론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던 것들을 그 속에서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 속에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속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는 수고는 하지 않은 채, 내 마음 밖에서만 계속해서 뭔가를 찾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나의 중요한 일인데, 내 자신의 마음 밖에서만 뭔가를 찾으려고 했던 일들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고헤이가 ‘소년’을 만났듯이, 그리고 고헤이가 앞으로의 삶에 영원토록 ‘소년’을 마음속에 품고 살듯이, 나 역시도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소년’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것은 마음속에 있다’
는 평범하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가슴 속 깊이 새겨본다. 헛스윙이라고만 여겼던 인생이, 지금 당장 홈런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안타, 2루타, 3루타로 조금씩 연결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차근차근 시작해, 우리 모두의 인생이 찬란하게 빛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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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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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 것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자신만의 기억으로 재편성된 사실들 ㅡ. 자신만의 생각, 그 중에서도 확신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기억을 정리하면서 사실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 어느 것이 상상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것들 말이다. 나 역시도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떤 모호함 속에 가득찬 확신이 존재한다. 난 분명히 어릴 적 서커스를 봤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서커스 공연을 위해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는 공중그네를 타던 사람들의 모습이 선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만의 상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어릴 적에 그런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을까?! 현실이었는지, 꿈속의 이야기였는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ㅡ. 『4월의 물고기』가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혼란스럽게만 느껴지는 기억들을……. 기억이 또 다른 기억을 낳고, 불신이 또 다른 불신을 낳는 기억들을…….

 



 

윤박사는 말했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라고.
모든 인간에겐 자신의 인생이야말로 가장 탐구할 만한 텍스트다.
사실이란, 기억을 통해서 재구성하는 각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p291

 

『4월의 물고기』를 읽기 전, 그저 평범한 혹은 약간의 놀라움이 들어간 그냥 그런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사랑한 여자’라는 문구를 봤기 때문일까, 이야기의 초반부에 서인에게 전달된 -운명을 이야기하는- 의문의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면서는 조금 특별한 사랑이야기에 판타지에 가까운 것이 가미된 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런 사랑스러운 판타지라기보다는 추리, 스릴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적이고 열정적으로만 느껴지던 사랑 이야기가 가슴을 갑갑하게 하는 난폭함으로 변했다가, 그 난폭함 뒤에 감추어진 의문들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맞춰지면서 퍼즐을 풀어낸 것과 같은 재미를 안겨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4월의 물고기』는 추리, 스릴러적인 요소와 동시에 사랑이야기를 함께하는 다양한 장르가 복합된 소설이었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독특한 이야기로 낯선 섬뜩함을 안겨주며, 개개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선과 악의 날카로움이 교차되는 순간들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점점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ㅡ.

『4월의 물고기』에서는 선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다양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서인을 통해서는 의도적인 인간 기억의 재편성으로 말미암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겹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선우나 서인, 모두가 지난 기억에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연적인, 혹은 운명적인 그들의 사랑 역시 지난 기억에 지배당하는 위치에 놓여있다.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지만 그들의 길을 헤쳐 나가는 방법에는 차이를 보여주며,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그들의 마음임을 보여준다. 지배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더듬어 봐야 하고, 거기에서 한걸음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알게 모르게 자신을 지배하는 어린 기억 속의 트라우마에 대한 자기 극복 ㅡ. 결국에는 그 의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기묘한-하지만 통속적인- 사랑의 기억들로 이야기하는 인간의 선과 악 ㅡ.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기억이라는 또 다른 현실 속에 놓인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 선택의 길에는 무엇이 놓여있는 것인가?! 유독 자주 등장하는 보랏빛은 이 이야기 속에서 과연 어떤 느낌을 전해주려 하는 것인지…….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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