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들
아리안 부아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면 다양한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보통의 그 변화는 아주 단계적이다.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엄청난 충격과 슬픔이 함께한다. 그것이 조금 심해지면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모든 것이 장난일지 모른다고, 용서해 줄 테니 돌아오라고 곁에 없는 이를 향해 중얼거리게 된다. 이 단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아마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현실 부정이 아니라 반대로 현실과 부딪히며 더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더 바쁘게 바쁘게 살아가면서 슬픔을 잊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면 잊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바쁘게 살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그것이 아주 짧은 순간이더라도-을 마주하게 되면 더없이 큰 슬픔에 빠지게 된다. 그 마음은 곧 떠난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아픔에서 헤어 나오는 좋은 방법은 되지 않을 것 같다. 결국에는 그 아픔과 부딪혀 이겨내는 법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ㅡ. 과거나 현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죽음에 맞서 싸우는 것! 『남겨진 사람들』에서의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피에르가 ‘부드러우면서도 왠지 불쾌한 소리’를 듣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 소리는 그의 아들 드니가 창밖으로 몸을 던지던 순간의 소리이다. 그로인해 남겨진 것은 불가능한 각도로 접힌 다리와, 붉은색의 주검, 그리고 충격에 빠지게 되는 -드니를 제외한- 도비녜 일가이다. 갑작스러운 드니의 죽음에 가족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드니의 죽음에 대한 충격에서 현실부정으로, 그러고는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점차 변해가면서 그들의 가족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보통의 생각이라면, ‘드니는 왜 자살을 했을까?’ 혹은 ‘드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 이야기들을 파고들어가겠지만, 『남겨진 사람들』에서는 그 시각을 달리한다. 이야기는 -드니가 중심이 아니라- 드니를 제외한 가족들, 드니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을 중심에 놓게 된다. 아버지 피에르, 어머니 로라, 누나 디안, 동생 알렉상드르를 차례로 돌아가면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ㅡ.

 



  

“처음에 받은 충격보다 그 후가 더 힘들어……. 그 후가…….
다른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지.
그게 용서가 안 돼. 제자리에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모든 게 견딜 수가 없어.” - p65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통의-죽음에 보통과 특별함을 구분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죽음과는 다르게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겪게 되는 상황들이다. 갑작스러웠기에 그 죽음은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자살이라는 상황까지 더해졌다는 사실에, 그 상황과 개개인의 지난 행동들까지 떠올리게 해 더 큰 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이라는 같은 입장이지만, 모두 다른 상황에서 느끼는 다양한 생각과 그들의 변화를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남겨진 자가 되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 아픔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느낌일지 어렴풋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기억-물론 모든 것이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이 떠올라 힘들었다. 사람들이 위로한다고 던지던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떤 경우에는 가식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냥 공허한 느낌으로만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다. 상당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라 모든 것들이 힘겹게 느껴지던 그 순간들이 다시 찾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다양한 슬픔의 산술법’에 나를 하나하나 대입시켜보는 순간들을 맞이하며, 그 순간들을 다시 하나씩 하나씩 헤쳐 나가야만 할 것만 같은 고통스러운 순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그렇고, 지금의 나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죽음의 고통을 해결할 수는 있는 것이 남겨진 사람들이다. 그 해결이라는 것에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누군가의 죽음과 부딪혀 견뎌내는 것과, 오랜 시간 묻고만 지내는 것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힘들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아직 제대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 말은 쉬우면서도 행동은 어려운 것이 죽음의 대한 이해와 생각들,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들이다. 삶과 함께하는 죽음, 죽음과 함께 남겨지는 삶 ㅡ. 그런 삶의 이야기가 담긴, 『남겨진 사람들』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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