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결혼시대
왕하이링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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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결혼을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웃으면서 주고받았다. 다들 어디서 주워듣고 왔는지-그땐 결혼과는 거리가 먼 나이었으니...-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정신없이 쏟아졌다. 난 어떤 생각이었냐고?!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결혼이란 것, 어떤 것인지 미리 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 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왕하이링이 그려내는 결혼 이야기로 그 맛 좀 볼까?! 

 

왕하이링의 『신 결혼시대』는 ‘시골남자와 도시여자’, ‘연상녀와 연하남’, ‘교수와 가정부’의 사랑과 결혼을 이야기 한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한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젠궈샤오시의 결혼 생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젠궈는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이지만 시골 출신의 남자이다. 반면 샤오시는 대학 교수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도시여자이다. 그들이 사랑을 하게 되고, 결국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한 것이다. 열정적인 사랑으로 인한 결혼이었지만, 현실은 또 달랐다. 시골과 도시의 차이, 그 속에서 드러나는 문화의 차이들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을 계속해서 밀어내게 만든다. 그 즈음해서 샤오시의 동생 샤오항과 샤오시의 친구 젠자가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나이 차이와 젠자의 과거문제로 그들의 사랑과 결혼은 벽에 부딪히게 된다. 반면 -샤오시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겨진 샤오시의 아버지는 항상 그의 곁에 있어주는 가정부 샤오샤에게 관심이 가게 된다. 젠궈와 샤오시, 샤오항과 젠자, 샤오시의 아버지와 샤오샤 ㅡ. 그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현실 속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ㅡ. 

 

 『신 결혼시대』를 읽어나가기 전에 걱정을 좀 했다. 중국 소설이라는 사실과 5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가 그 이유였다. 책의 두께야 그렇다고 쳐도, 중국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와 책사이에는 자리 잡고 있는 어색함이 문제였다. 그 어색함은 아마도 선입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이라고 하면 내가 읽기도 어려워하는 한자들이 먼저 떠올라, 딱딱하고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걱정을 앞세우고 읽기 시작한 이 책, 결국에는 언제 걱정했냐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페이지가 넘어갔다. 생각과는 다르게 속도감이 있고, 딱딱함과는 거리가 먼 말랑말랑하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다양함 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실례이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마디의 표현으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재미있다”  는 ㅡ. 

 

재미있다고 했지만, 책의 세부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재미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책이 그런 것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느껴진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결혼을 “이익에 의해 견제를 당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말이다. 어렵게 화해했다가도, 단순한 사실로 또 다시 틀어져 버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때로는 조금만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면 쉽게 풀릴 일인데 꼭꼭 감추고 서로 다른 생각들로 오해만 커지게 만드는 모습들을 보면서는 화도 나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는 그들을 응원한다기 보다는 결혼이라는 끈끈한 결합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결혼 ㅡ. 전혀 다른 공간에서 살던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계속해서 반복하게 된다. 결혼,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신 결혼시대』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결혼을 해야 하는 입장으로 보면 살짝 위험하게 느껴지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그 어려움의 원인을 당사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힘든 상황들을 소설로나마 경험(?!)해봤기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뭐, 이런 생각이든 저런 생각이든 결혼이란 것은 직접해봐야 할 것이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저런 다양한 상황에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다양한 느낌으로 전해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에 정답은 없는 것이다. 정답은 자신만이 만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책 속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듯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결혼이 해피엔딩으로 나타나길 소망해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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